『금강경』중에서 | 다시 읽는 경전

『금강경』 중에서
제3장 반야부


“수보리야, 그렇다면 만약 갠지스 한가운데 있는 모래 수만큼의 갠지스가 있고, 그 모래알 수대로 부처의 세계가 있다면 가히 많다 하겠느냐.”

“대단히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렇게 많은 국토에 있는 가운데의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여래는 낱낱이 다 알고 있느니라. 여래가 말하는 갖가지 마음이란 마음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왜 그러냐 하면 과거의 마음도 가히 얻을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또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칠보로 보시한다면 그 인연으로 해서 얻는 복이 많겠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이 보시의 인연으로 얻는 복덕이 심히 많을 것입니다.”

“수보리야, 만약에 그 복덕이 실로 있다면 여래는 ‘복덕을 많이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복덕이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여래는 ‘복덕을 많이 얻을 것’이라고 말하느니라.”

“수보리야, 부처가 색신(色身)을 갖추고 있다고 보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색신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색신을 갖추고 있다 함은 곧 색신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색신을 구족하였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여래는 가히 모든 상을 갖추고 있다고 보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상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모든 상을 갖추고 있다’고 함은 곧 상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모든 상을 갖추었다고 할 따름입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법을 설한 바 있다’고 말하지 말며, 그런 생각도 하지 말지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법을 설한 바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부처를 비방하는 일이 된다. 이는 내가 설한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법을 설한다 함은 설할 법이 없으되, 다만 그 이름을 설한다고 일컬을 뿐이니라.”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많은 중생들이 다음 세상에 있어서 여래께서 설하신 이 법을 듣고 믿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시었다.

“수보리야, 그들은 중생도 아니고 중생이 아님도 아니니라. 중생, 중생하는 것은 여래가 중생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그 이름이 중생일 뿐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심은, 얻으신 바가 없음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시었다.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 조금도 법을 얻음이 없으니 그 이름이 다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일 뿐이니라.

수보리야, 또 이 법이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므로 그 이름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니라. 그러므로 무아·무인·무중생·무수자상으로 일체의 착한 행을 닦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수보리야, 좋은 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래가 말하는 것이 좋은 법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착한 법일 뿐이니라.

수보리야,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에 있는 수미산왕만 한 칠보의 더미를 모두 보시한 것과, 또 어떤 사람이 이 반야바라밀경 또는 사구게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해 설해준 것을 비교한다면, 앞서 말한 복덕은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만억분 내지 어떠한 숫자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할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응당 중생을 제도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런 생각도 하지 마라. 왜냐하면 실로 여래가 제도할 중생은 없기 때문이니라. 만약에 여래가 제도할 중생이 있다면 이는 곧 여래에게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다는 뜻이 되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아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곧 아상이 있음이 아니라, 다만 범부들이 아상이 있다고 생각할 따름이니라. 수보리야, 범부라는 것도 여래의 말한 바는 범부가 아니라 그 이름이 범부일 뿐이니라.”

“수보리야, 가히 32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그러합니다. 32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시었다.

“수보리야, 만약 32상으로 여래를 본다면 전륜성왕도 곧 여래라 하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대답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설해주신 바에 따르면 32상만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만약 형상을 통해 나를 보거나
음성을 통해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할 뿐
여래를 능히 보지 못하리라

“수보리야, 그대는 ‘여래가 32상호를 갖춤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여래는 구족상을 갖추었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모든 법이 끊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마라. 왜냐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낸 사람은 법이 끊어졌느니 멸했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만약에 보살이 갠지스에 가득 찬 모래와 같은 세계에 가득 찬 칠보로 보시하더라도, 일체법이 무아임을 알고 또 인욕바라밀을 성취한다면 이 공덕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보살은 복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은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하십니까?”

“수보리야, 보살은 지은 바 복덕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혹은 온다, 간다, 앉는다, 눕는다’고 말한다면 이는 내가 설한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본래 여래란 어디서 오는 것도 아니며,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래라 일컫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가루로 내어 티끌로 만든다면 그 티끌의 수가 많겠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만약 그 티끌의 무리가 정말 있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티끌의 무리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티끌의 무리는 곧 티끌의 무리가 아니라 그 이름이 티끌의 무리인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삼천대천세계도 그것이 세계가 아니라 그 이름이 세계일 뿐입니다. 세계가 정말로 있는 것이라면 이는 곧 티끌들이 모여 잠시 세계라는 형상을 이루고 있을 뿐이어서, 여래께서 설하신 일합상(一合相)은 곧 일합상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일합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일합상이라는 것은 가히 말할 수 없는 것이어늘, 다만 범부들이 일합상이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을 따름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을 부처가 설했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설한 참뜻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잘 알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은, 곧 그것이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일체법에 대해서 마땅히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고, 이렇게 믿고, 깨닫되 법상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여래께서 말한 것은 법상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법상일 뿐이니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무량 아승지 세계에 가득 찬 칠보로 보시하더라도, 이 경의 사구게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또 남을 위해 설하는 이가 있다면, 그 복이 칠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훨씬 수승하니라. 그러면 남들을 위해 어떻게 설해야 하는가. 상에 집착하지 않고 본래 모습 그대로 흔들리지 말지니라.

일체의 현상계는 꿈이요, 허깨비요, 물거품이요, 그림자요, 이슬 같고, 번개불 같은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장로 수보리를 비롯하여 모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그리고 온 세상 천지에 있는 하늘 사람·세상 사람·아수라들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고 즐거워하며 이를 받들어 믿고 행하였다.


• 이 글은 『통일불교성전』(대한불교진흥원 통일불교성전편찬위원회 편찬, 대한불교진흥원 刊, 1992년) 제3장 「반야부」 중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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