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앉은자리에서 시작하는 환기의 시간|일상 속 건강 지키기

하루 한 번,
앉은자리에서 시작하는
환기의 시간

권영하 물리치료사

내 몸은 환기를 원한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쌓이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무거워진다. 겉으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몸은 사실 끊임없이 반응하고, 조율하고, 그걸 토대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체된 상태가 이어지면 감각은 무뎌지고, 흐름은 점점 막히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흐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앉은자리에서 곧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루틴을 소개해보려 한다.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회복의 가능성은 전혀 작지 않다.

앉은자리에서 할 수 있는 회복 루틴
모든 동작에서 호흡은 항상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음 동작부터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하나씩 따라 해보자.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목과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않고, 허리를 곧고 편안하게 세운다. 숨을 들이마시며 어깨를 천천히 귀 방향으로 끌어올렸다가, 내쉬면서 툭 떨어뜨린다. 이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승모근 근육이 으쓱하며 수축하고,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완된다. 이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하면 들떠 있던 어깨선이 조금씩 내려앉으며 긴장이 줄어들고, 호흡도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승모근처럼 스트레스와 관련된 근육은 과도하게 긴장되기 쉬운데, 수축과 이완을 리듬 있게 반복하면 단순한 마사지보다 이완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된다.


다음은 허리 뒤쪽의 긴장을 푸는 동작이다. 양손을 허벅지 위에 가볍게 올리고, 숨을 들이마시며 척추를 길게 세운다. 내쉬는 숨에 골반을 살짝 말아주며, 척추를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둥글게 말아본다. 등 뒤 공간이 넓어지는 느낌을 충분히 느낀 후,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척추를 위로 세운다. 누군가 내 정수리를 가볍게 끌어올린다고 상상하며, 몸을 길게 뻗어본다. 단순히 허리를 구부리고 펴는 것이 아니라, 척추 마디마디가 차례로 움직이는 감각에 집중해보자.

마지막은 전신의 순환을 돕는 작은 움직임이다. 양손을 깍지 낀 채 위로 뻗어, 온몸을 길게 늘인다. 숨을 들이쉬고 준비, 내쉬며 상체를 오른쪽으로 천천히 기울인다. 왼쪽 옆구리가 길게 늘어나는 느낌을 충분히 느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때, 누군가가 손끝을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그 끌림에 몸을 맡기듯 기대며, 조금 더 부드럽게 늘려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중심이 나에게 돌아오는 감각. 그리고 ‘내 몸이 지금 여기 있구나’ 하는 존재감이 다시 살아난다. 이어서 반대쪽도 같은 방식으로 해보자.

반복 속에서 느낀 변화
별것 아닌 동작처럼 보이지만, 이 루틴을 매일 꾸준히 실천해보자. 생각보다 훨씬 더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끝날 무렵, 쌓인 피로감을 덜고 자세가 무너지려 할 때 한 번 더 몸을 의식하게 된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그 몇 분 동안만큼은 ‘나를 돌보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런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기운 빠지는 하루에서 가뿐히 해낸 하루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건강은 잃기 전에 조금씩 지켜두는 일 아닐까. 몸을 다스린다는 건 무언가를 ‘억지로 조이는 것’이 아니라,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펴보는 힘이다.


권영하|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고 물리치료사, 오스테오파시 전문가,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