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방법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결정은 저절로 내려진다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는 결정의 연속이다. 언제나 내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이 옳을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쓴다. 애쓰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내린 결정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가장 옳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내가 고민하고, 노력하고, 애쓰고, 머리를 더 많이 굴리고, 연구하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한 뒤에 내린 결정이 언제나 가장 옳은 것일까? 더 많이 생각하면 더 옳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
‘머리’가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 거기에 의문을 던져보라. 내가 애써서 결정을 내린다고 느끼지만, 삶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결정은 때가 되면 저절로 내려지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해야 할지, 저렇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저절로 결정은 내려진다.
배가 고프면 저절로 밥을 찾고, 배가 부르면 저절로 화장실에 간다. 졸리면 자고, 에너지가 넘치면 무언가 할 거리를 찾는다. 밥을 먹고 나면 저절로 소화가 이루어지고, 그 무엇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숨과 날숨을 잊어버린 적이 없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람이 차도로 뛰어드는 급한 순간이 되면, 머리가 개입될 순간도 없이 어딘가에서 곧장 결정은 내려지고 손이 핸들을 급히 돌리며, 발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저절로 이루어진다. 머리의 개입 없이도.
이런 일들이 사실은 삶의 전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만, 우리의 생각이, 분별과 판단이, 인연 따라 저절로 내려지고 있는 결정을 가지고, ‘내가 했다’는 아상을 개입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결정하지 않더라도, 삶은 제 스스로 가장 정확한 시절 인연의 때를 알고,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이루게 한다. 언제쯤 이 일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고민할 여력도 없이 저절로 그것은 실행에 옮겨진다.
출가를 할까 말까 깊이 고민하던 청년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 고민 중이라면 때가 안 된 것이니, 그저 내맡기고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라고 했더니,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토록 나의 조언을 귀하게 여기던 그가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출가를 단행했다.
모든 일은 이와 같다. 아직 여기저기에 묻고 있다면, 때가 아닌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저절로, 누구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스스로 결정이 내려진다. 그것은 강력하다.
결정을 내려야 할 가장 적절한 순간이 되면, 결정은 저절로 내려진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매 순간 온전하게 행복하게 주어진 삶을 살면 된다. 그렇게 삶을 누리다 보면, 저절로 시절 인연의 때가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물론 그때가 언제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직 모를 뿐.
이 삶이라는 전 과정을 신뢰해보라. 온전히 내맡겨보라. 그리고 나는 그저 아무 고민 없이, 순간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주어진 삶을 누리며 살면 된다.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저 너머에서 내려진다. 아니, 결정을 내릴 ‘나’가 애초에 없다.
이 연기법과 연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삶 전체가 통으로 ‘나’에 가깝다. 나의 본체는 이 몸이 아니라 허공법신(虛空法身)이다. 허공법신이라는 ‘저 너머’, 아니 바로 ‘지금 여기’, 눈앞에서 매 순간 저절로 결정은 드러나고 있다.
미래를 계획해야 할까?
미래를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을 때면 더욱더 불안해, 조금 더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만 안정적인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미래를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해놓으면 우리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사라질까? 오히려 계획을 많이 세우면 세울수록 ‘그렇게 되지 않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 자꾸만 또 다른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고, 뜻하는 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더 커진다.
삶을 내 방식대로 통제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더 삶은 나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왜냐하면, 삶은 어차피 내가 통제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말고, 준비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하지만, 그렇게 계획된 대로 다 되기를 집착하지는 않을 수 있다. 대략적인 가안은 세우지만, 그 계획을 확정 짓지는 않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언제나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계획을 세우되, 세운 계획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는 않게 된다. 준비를 하면서도, 가볍고 자유롭다.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없다.
사실, 근원에서는 언제나 정확히 필요할 때, 필요한 답이 주어진다. 시절 인연의 때가 무르익으면,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무진 노력을 하고, 애쓰고, 답답해하고, 최선을 다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참된 중도는, 하기는 하되, 너무 집착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준비 또한 대략적인 가안이지, 거기에 집착할 것은 없다. 준비는 하되, 근원에서는 모든 것을 삶에게 내맡긴다. 그러면, 괴로울 일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되 함이 없이 하는 것이다. 사실은 이렇게 집착 없이 행할 때, 근심과 두려움 없이 순수한 삶의 열정이 피어난다. 무위행(無爲行)이기에 거기에는 나를 넘어선 어떤 근원의 힘이 붙는다. 오히려 잘하려고 애쓰고, 성공하려고 초조해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루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어떤 법칙이 정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어떤 것도 고정되게 정해놓지 않는 자유, 그때 삶은 가볍고 자재하다.
법상 스님|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다가 문득 발심해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 군승으로 재직했으며, 온라인 마음공부 모임 ‘목탁소리(www.moktaksori.kr)’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통해 16만 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고, ‘헬로붓다TV’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상주 대원정사 주지, 목탁소리 지도법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 『보현행원품과 마음공부』, 『육조단경과 마음공부』, 『수심결과 마음공부』, 『도표로 읽는 불교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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