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 낭자와 수덕 도령의 사랑 이야기, 예산 수덕사|사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위 사이 피어난
버선꽃 덕숭 낭자와
수덕 도령의 사랑 이야기
예산 수덕사

백원기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수덕사 대웅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인 대웅전을 품은 덕숭총림 수덕사는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와 만공 스님의 가풍을 간직한 선찰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다.

사냥터에서 만난 아름다운 덕숭 낭자
홍주(홍성의 옛 지명) 고을에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 그는 양반집 아들로 사냥을 좋아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해 가을, 몸종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그때 송아지만 한 노루가 자기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오고 있었다.

수덕은 얼른 활시위를 잡아당겼다가 딱 멈췄다. 노루가 뛰어올 때부터 화살을 겨눈 노루의 방향에 어여쁜 낭자가 똑같이 뛰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노루가 사라지자 뛰어가던 낭자가 수덕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선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더니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수덕 도령은 사냥터의 먼발치에서 본 낭자를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자기를 아끼는 할아범 몸종에게 낭자를 찾아보라 했다. 할아범은 여러 마을에 수소문한 끝에 그 낭자가 바로 건넛마을에 사는 덕숭 낭자라 했다.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낭자로서 미모가 출중하고 마음씨가 고와서 온 마을에서도 칭송이 자자했다.

덕숭 낭자를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절을 지은 수덕 도령
몸종 할아범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수덕은 고민 고민하다가 어느 날 밤에 덕숭 낭자의 집을 찾아갔다. 수덕은 낭자 앞에서 자기는 꼭 낭자와 혼인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낭자는 아직 혼인할 생각이 없다고 머리를 떨구었다. 하지만 수덕 도령은 꼭 혼인하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저와 꼭 혼인을 하고 싶으시면 먼저 소녀의 청을 들어주셔야 하겠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세워주세요.” 덕숭 낭자가 절을 세워달라고 원하자 수덕 도령은 쾌히 승낙을 했다. 그날부터 수덕 도령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했다. 인부들이 많아서인지 절은 예상보다 빨리 지어졌다. 수덕 도령은 낭자를 찾아가서 절이 지어졌노라고 전했다. 그랬더니 낭자가 하는 말이 “어째서 절을 지으면서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여자의 몸을 탐내십니까. 그런 절은 바로 없어집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밖에서 “우루루〜”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탐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절을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서 소실되었다. 하나 수덕 도령은 다시 절을 짓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불이 나 타버렸다. 수덕 도령이 날마다 목욕을 해 몸가짐은 정돈이 되었으나 마음에 부처님보다 덕숭 낭자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 했다. 그는 잿더미 위에 또 절을 짓기 시작했다.

수덕사 버선꽃

관음보살의 화신이 살았던 덕숭산과 수덕 도령이 지은 수덕사
세 번째는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고 절을 다 지었다. 그 후 낭자는 어쩔 수 없이 혼인을 했으나 수덕 도령이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수덕 도령은 참을 수가 없어서 덕숭 낭자를 강제로 끌어안았다. 그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온데간데없고 낭자의 한쪽 버선만이 쥐어져 있었다. 그러자 그들이 살던 집은 불더미가 되고 수덕 도령이 앉아 있던 자리에 바위가 생겼다. 그리고 그 바위에 버선 모양의 꽃이 피었다. 낭자가 관음보살이 화현해 속세에 와서 살았다 해서 ‘덕숭산’이라 했고 절은 수덕 도령이 지었다 해서 ‘수덕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위에 피는 꽃은 버선 모양이라 해서 ‘버선꽃’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바위가 갈라진 사이에서는 봄이면 기이하게 버선 모양의 버선꽃이 지금까지 피고 있다. 낭자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으며 이후 수덕사는 수덕 도령의 이름을 따고 산은 덕숭 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라 해 덕숭산 수덕사라 했다는 전설이다.


백원기|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평생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불교설화와 마음치유』, 『명상은 언어를 내려놓는 일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