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평에 담은 우주 허공의 미륵 기도처, 해남 달마산 도솔암|기도하기 좋은 절

1.7평에 담은
우주 허공의 미륵 기도처

해남 달마산 도솔암


“기도는 마음의 불을 밝히는 등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1803~1882)

미국의 사상가 겸 시인인 에머슨은 정신을 물질보다 중시하고, 진리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며, 그 진리를 자아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신비적 이상주의라고 말했으나, 그의 이야기 속에 기도는 불교와 맞닿아 있다.

“네 마음에 등불을 켜라”라고 말씀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에머슨은 마음의 등불을 밝힐 때 당장 할 수 있는 행위를 기도로 본 것 같다. 비밀 없는 사람 없고, 염원 없는 사람 없다. 그러니 기도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가 하는 것이다. 다만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선구자들이 해온 기도 방식을 따라 하며 좀 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속도감 있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거다. 어느 쪽이든 기도는 행위와 마음가짐에서 ‘무언가를 바라고, 간절히 생각한다’는 점이 같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기도처들이 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속도에 가속페달을 밟아주는 곳들이 있다는 말이다.

2025년 새해부터는 좋은 기운 가득한 기도 명당으로 이름난, 기도하기 좋은 사찰을 소개하려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기도를 이룬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명산 명찰들을 살펴보면,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진리에 좀 더 다가가는 길,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자기 자신을 정비하는 방법이 지금보다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이곳이 미륵의 땅인가, 아홉 개 하늘을 뚫고 온 듯한 황홀경
- 땅끝 해남 달마산 여명과 해무

주차장에 차를 대고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공룡 비늘 같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달마산 달마봉 꼭대기에서 여명을 볼 수 있다. 어느 계절, 어느 날, 어떤 날씨에 가든 황홀경을 볼 것이라 장담한다.

땅끝에서 여명을 본 적이 있는가. 해남 바다가 밀어낸 물방울들이 바람을 만나 거대한 구름 바다가 물결치며 멀리 미륵의 정토로 향하는 듯한 장쾌한 풍경 속에서 해가 솟아오른다. 이 풍경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용서하기 힘든 사람도 잊게 되고, 마음을 괴롭히던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미륵의 땅을 밟은 것처럼, 멍하니 넋을 놓게 되는 이곳은 해남 달마산 도솔암이다.


불자에겐 이름난 미륵 기도처, 풍수가에겐 이름난 겸혈 명당
– 도솔암

구름 걷힌 다도해, 황홀한 풍경 뒤에는 바위 절벽에 걸터앉은 한 평 남짓한 암자, 도솔암이 있다. 그 곁에는 도솔암이 복원되기 전 무속인들이 기도를 드렸다는 성황나무(서낭나무)와 한 칸짜리 삼성각도 있다.

도솔암은 통일신라 말엽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 년 기도 도량이다. 조선 시대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에서 패한 왜구들이 해상 퇴로가 막혀 달마산으로 퇴각하면서 화재가 나며 기왓장과 주춧돌만 남을 정도로 소실되었다. 그 후 이곳은 아는 사람들만 오는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존재했는데, 지난 2002년 월정사의 법조 스님이 3일 동안 현몽을 꾸고,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을 방문하면서 도솔암 복원이 시작되었다. 법조 스님 현몽 32일 만에 단청까지 마친 것을 보고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라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2002년 5월 16일 승보종찰 송광사의 현봉 큰스님을 증명 법사로 도솔암 문을 열고, 2006년 10월에는 삼성각을 건립했다. 도솔암 전각 안에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는데, 미륵불이 계신 도솔천 내원궁을 떠오르게 해 2002년 이후 불자들 사이에 이곳은 ‘미륵 기도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풍수가들은 이곳을 겸혈(鉗穴) 명당이라 말한다. 겸혈은 산 정상에 좌우로 용맹하게 맥이 이어져 자연 상태의 대에 모아지는 선익을 가져오는 형세가 결혈된 것을 말하는데, 부(富)를 가져오고, 평안을 가져오는 명당으로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은 풍수 명당을 말한다고 한다. 도솔암은 풍수가들이 손꼽는 겸혈 명당이기도 하다.


우주를 담은 한 칸 암자

도솔암은 한 칸 전각이다. 외형은 작지만 천 년 암자의 내공은 우주를 담았다고 일컬어진다.
이곳에 가면 기도의 시작은 이렇게 해봄직하다.
도솔암 전각 뒤에는 주지 스님의 작은 요사채가 있는데, 이 근처에는 나무에 손수 새겨 넣은 듯한 시문이 적혀 있다.

“입속에는 말이 적게 / 마음에는 일이 적게 / 위장에는 밥이 적게 / 밤에는 잠이 적게
이 네 가지만 적게 해도 그대는 곧 깨달을 수 있다.” (도솔암)


● 도솔암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마봉송종길 355-300


글|정진희
방송작가, KBS <다큐온>, <다큐공감>, <체인지업 도시탈출>, EBS <요리비전>, <하나뿐인 지구>, <희망풍경>, MBC <다큐프라임>, JTBC <다큐플러스> 등에서 일했고, 책 『대한민국 동네 빵집의 비밀』을 출간했다.
사진|마인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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