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헤아리기 능력을 향상시키는법|일상에서 만나는 뇌 과학 명상 이야기

마음 헤아리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


석정호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센터장



애착이란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 관계를 말하며, 더 좁게는 아이가 어머니와 맺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이야기한다. 태어난 직후의 아이는 주위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는 울음과 미소 등의 애착행동을 통해 주위의 관심을 받 고 생명 유지를 위한 돌봄을 받게 된다. 아이는 불안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안정 감을 얻기 위해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접촉을 유지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본능적 인 행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의 특성이나 행동 패턴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의 애착관계가 형성된다. 특히 출생 후 1년 내에 영아와 어머니 또 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애착 형성의 결과가 그 후에 발달하는 정서적 안정성과 대인관계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아이는 태어나서 배고픔이나 더위 또는 추위에 의해서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 지만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구분하지는 못한다. 아이는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아 울게 되거나 보채게 된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불편해할 만한 이유를 찬찬히 살펴 보고 해결해주거나 위로해주고 아이가 다시 안정되었는지 살피게 되는 과정을 반 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걷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울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정상적인 엄마라면“아이고, 우리 장군이 넘어져서 정말 아프겠구나. 잘 걷고 싶었는데 속상하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걷게 되어 넘어지 지 않을 거야! 괜찮아! 괜찮아!”라고 달래준다. 감정적으로 잘 조율된 이런 반응은 아주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아이가 자신의 내적 상태에 대해 엄마가 적절하게 반응 해주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알게 되고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아이가 드러내는 마음속 상태에 대해서 엄마가 공감하는 마음을 표현해줌’으로써 엄마는 아이가 점차적으로 자신의 감정 을 구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알아가면서 공유할 수 있도록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알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갖게 한다.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적절하게 헤아려 주고 알아주는 엄마와 무수히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모습을 내면화해서 자신 스스로 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되고 나아가 엄마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아이는 이렇게 엄마로부터 내재화된 마음헤아리기 능력을 점차 발달시켜나가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채는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해 아이가 보이는 여러 가지 감정적 표현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해주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현한다면 아이는 불안정한 애착관계 를 점점 더 키워가게 될 것이다. 또 이렇게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남아 있는 아이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불만족스러운지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엄마와의 이런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기에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키워가며 정서와 충 동 조절이 어려워지고 인간관계에서의 소외감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유년기 마 음의 상처는 아동학대, 방임, 가정폭력 및 부부싸움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 친구들 로부터의 따돌림 등 주로 문제가 있는 애착관계나 대인관계로부터 발생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직관적이고 자 동적 사고방식인 자동 시스템과 논리적이고 체계적 사고방식인 숙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일을 처음으로 배우게 될 때에는 숙고 시스템을 주로 사용하다가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경우 자동 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숙고 시스템을 사용해 배우게 되지만 점차 자동차 운전이 익숙해지면 자동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며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음악도 듣고 옆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앞서서 이야기했듯이 마음헤아리기 능력은 어린 시절 나와 엄마와의 애착관계 로부터 형성되며 어려서부터 수없이 반복되는 인간관계의 경험들을 통해 자동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자동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순간 을 알아챌 수 있으며, 그 순간 숙고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반복적인 훈련 이 바로 그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왜곡되고 변형된 자동 시스템의 반응을 성숙하 고 안정된 숙고 시스템을 통해 나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건강하고 행복한 방 향으로 수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석정호|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과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정신과학 전공). 현 재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남세브란스병원 부교수(전공 분야 : 우울증, 인격장애, 정신치료, 뇌영상학)로 있으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위원과 고시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뇌영상과 정신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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