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지금 여기의 삶을 껴안는 선의 지혜|세계의 선사로부터 배우는 불교

틱낫한 

지금 여기의 삶을 껴안는 

선의 지혜

 

권선아 

공감과자비연구소 대표


(1926~2022)


바른 견해(正見)의 경험은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를 바라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과연 고통을 피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틱낫한 스님께서는 평생의 삶과 수행을 통해, 고통을 마주하며 그것을 돌보고 치유할 때 진정한 지혜와 자비를 발견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셨다. 

스님은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고통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에 고통받고,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스님은 우리가 계속해서 자아, 영속성, 이분법이라는 관념에 바탕을 두고 사물을 바라본다면, 내면에 있는 무명의 씨앗에 물을 주게 되고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계속해서 고통받게 될 것이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셨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나와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모든 존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본성을 깨닫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에 따르면 이것은 불교의 기본적인 수행이자 핵심 가르침인 바른 견해(正見)에 해당한다.

바른 견해를 바탕으로 수행하면 틱낫한 스님께서 말씀하신 ‘상호 존재(Interbeing)’의 통찰을 얻게 된다. 고통과 행복의 문제에 이 통찰을 적용하며, 스님은 고통과 행복은 서로를 떠나 존재할 수 없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신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즉 어떻게 생겨나고, 존재하며, 사라지는지를 배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경험이 조건에 의해 생겨나며 독립적인 실체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화, 두려움, 불안 같은 고통을 포함한 모든 경험은 조건에서 비롯되며, 독립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화는 주로 잘못된 견해와 화의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는 잘못된 지각, 그리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과 같은 다양한 조건들에 의해 생겨난다. 이러한 조건들이 모여 화를 만들어낸다. 

모든 경험 속에서 이런 조건들을 더 많이 깨닫게 될 때, 우리는 고통과 행복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흐름 속에서 더 열리고 편안해질 수 있다. 우리는 행복만 찾고 고통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른 견해의 경험은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스님은 이렇게 강조하셨다. “우리의 행복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은 우리의 정견의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출처|plumvillage.org

마음챙김이라는 햇살의 보살핌

틱낫한 스님은 이와 같이 행복이 고통의 부재를 필요로 한다는 기존의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하셨다. 대신, 스님은 ‘고통을 잘 다루는 예술’을 가르치셨다. 이는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이해하고, 그것을 자비와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삶의 본질을 더 분명히 보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조화롭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스님의 핵심 가르침인 마음챙김으로 우리를 이끈다.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며 깨어 있는 에너지입니다. 이는 일상의 매 순간 삶과 깊이 접촉하는 지속적인 수행입니다. 마음챙김에 머문다는 것은 진정으로 살아 있고, 현존하며,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설거지를 하거나, 차를 운전하거나, 아침 샤워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합니다. 

우리의 참된 집은 과거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참된 집은 미래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참된 집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오직 지금 여기, 이 순간에만 존재하며, 그것이 우리의 참된 집입니다.”

마음챙김과 함께 현재 순간에 온전히 머물 때 우리는 내 안에서,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순간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생각과 말, 행동은 우리의 삶에 고통을 야기할 수도 있고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그 모든 행위는 세상 속으로 흘러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마음챙김이 있을 때 지혜롭게, 자비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음챙김이 있을 때 우리는 피하지 않고 그것을 마주 보며 보살필 수 있다. 스님은 이것을 햇살이 꽃에 미치는 작용에 비유하셨다. “이른 아침 아직 꽃이 피지 않았어도 햇살은 계속 꽃을 찾습니다. 햇살은 꽃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꽃 속 깊이까지 스며듭니다. 이렇게 몇 시간 동안 햇살이 계속 비추면, 마침내 꽃은 스스로를 열어 햇살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의 고통도 마치 꽃과 같아서, 마음챙김이라는 햇살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순간의 호흡과 발걸음 속에서 눈부신 삶의 기적 만날 수 있다

마음챙김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을 깊이 볼 수 있고, 깊이 볼 때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자비를 가져온다. 살아 있는 존재들이 겪는 고통을 보고 이해할 때, 자비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그 자비의 에너지와 함께 우리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향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그들의 고통을 품을 공간을 우리 가슴속에 기꺼이 만들 때, 우리는 지나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기억하고, 더 자비롭고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

스님은 고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에 고통으로부터 달아나지 말고, 그것을 끌어안고 소중히 간직하라고 가르치셨다. 이럴 때 고통은 단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는 수행의 문이 된다. 스님은 지혜와 자비, 그리고 마음챙김을 통해 마음속의 상처와 세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셨다. 부처님께서 고통을 고귀한 진리라 하신 까닭은 고통을 똑바로 바라볼 때 자비가 싹트고, 고통이 우리에게 해탈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를 강조하시며, “우리가 붓다의 마음으로 들어가고 붓다가 우리의 마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고통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스님은 고통만을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부처님께서 고통뿐만 아니라 기쁨도 말씀하셨음을 상기시키며,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모든 존재들의 이익을 위해 삶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스님은 지금 이 순간 마음챙김과 함께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김과 함께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우리가 살아 있음을 깨닫고, 삶의 기적에 접촉할 수 있음을 끊임없이 가르치셨다. 

우리는 고통 속에서 자비와 지혜의 씨앗을 발견하고, 아름다움 속에서 삶의 경이로움에 접촉할 수 있다.

틱낫한(釋一行)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스님의 모든 행위가 수행의 연장선이자 깨달음의 발현임을 상징한다. 스님은 자신의 걸음과 숨결을 통해 모든 행위가 수행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매 순간이 깨달음으로 꽃필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셨다.

스님의 삶은 평화를 찾기 위해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한결같은 여정이었다. 스님께서 심고 돌보신 씨앗들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비롭고 구체적인 가르침으로 아름답게 싹트고, 깊게 뿌리내린 나무로 자라났다. 그 가르침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평화와 자비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스님께서 늘 말씀하셨듯이 극락정토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세상 어디에도 정토는 없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깨어 있는 수행의 기회이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과 발걸음에 머물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현재에 있을 때,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의 호흡과 발걸음 속에서 눈부신 삶의 기적을 만날 수 있다.  


권선아|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현대 서양의 자비 명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틱낫한 스님의 방한과 2016년 서양의 선 스승 노만 피셔의 방한을 기획하고 통역했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공감과자비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스탠퍼드대학교의 자비 명상 프로그램인 ‘Compassion Cultivation Training(CCT)’을 중심으로 마음챙김과 자비수행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젊은 틱낫한의 일기』, 『틱낫한 불교』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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