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에서 보는 결혼과 출산의 의미|불교에서는 결혼, 출산을 어떤 의미로 보나

초기 불교에서 보는
결혼과 출산의 의미

이필원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교양융합교육원 부교수


현재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정말 문제인가라는 질문 던져볼 필요 있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는 문제는 ‘저출산’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2024년 2월 0.6명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고개를 갸웃할 만큼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만한 것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출산율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으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아 기를 만한 사회적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변했는지, 개인의 삶과 가족을 구성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가운데 어디에 보다 주안점을 두는 인생관을 갖고 있는지, 사회 복지 시스템은 어떠한지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서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그렇기에 문제의 원인을 한두 가지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러데 관점을 조금 바꾸어보면, 지금 현재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정말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붓다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직접적인 가르침을 하지 않았으나
현존하는 경전 통해 붓다의 입장 추정해 볼 수 있어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초기 불교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어떻게 바라볼까. 초기 경전에서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없다. 고따마 붓다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직접적인 가르침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들은 현존하는 경전을 통해 결혼에 대해서 붓다는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는지를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결혼은 기본적으로 남녀 간의 성행위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이다. 붓다는 성적 욕망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결혼에 대한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붓다가 욕망의 위험을 가르쳤다고 해서, 결혼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붓다 역시 결혼제도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바라보았다. 그러면 붓다는 어떤 결혼제도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았을까.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 『디가니까야』의 「싱갈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 등
통해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에 대한 지지와 남편과 아내의 의무와 책임,
부모와 자식 간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볼 수 있어
고따마 붓다가 활동하던 시기는 기원전 6~5세기 무렵이다. 인도에서는 고대 왕국이 성립해 발전하는 시기이자, 카스트라는 계급 질서가 확립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남성 중심의 사회로서, 여성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혼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서, 순종적이고 충실한 아내라는 전형적인 이미지로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아내의 이미지를 빠띱바따(patibbatā)라고 한다. 이것을 과격하게 표현하면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관념이 저변에 깔려 있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에서 일부다처제라는 결혼제도를 관습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일부일처제이지만 관습법의 관점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수용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붓다 당시의 인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심지어 남편을 위해 창녀를 고용하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고따마 붓다는 일부다처제를 관습적으로 용인하던 시대에,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전한다.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이다.”(Sn.108게송)


고대 인도 사회는 일처다부제의 모습도 보이지만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주로 일부다처제의 형식을 보인다. 그러나 위의 게송에서 보듯이 붓다는 일부일처제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성적인 쾌락을 위해 매춘부와 놀아나거나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파멸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일부일처제의 결혼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과 아내에게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게 된다. 그리고 자식이 태어나게 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의무와 책임이 동반된다. 이에 대한 가르침이 『디가니까야』의 「싱갈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Siṅgalakovādasutta)」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한역으로는 『육방예경』으로 전하는 경전이다.

먼저 남편은 아내를 ① 존중해야 하고, ② 멸시해서는 안 되며, ③ 신의를 저버리지 않아야 하고, ④ 권한을 부여하고, ⑤ 때에 맞추어 장신구를 제공해야 한다. 아내는 ① 맡은 일을 잘 처리해야 하고, ②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며, ③ 신의를 저버리지 않아야 하고, ④ 집안의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하며, ⑤ 모든 해야 할 일에 유능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이상이 부부가 상호 지켜야 할 덕목으로 제시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부부는 서로 존중과 신의를 바탕으로 한 관계이며, 남편은 아내에게 집안을 다스리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아내는 남편이 대외적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것은 누가 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누가 가정의 중심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정은 부부가 공동 책임을 갖고, 상호 존중과 신의를 바탕으로 같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상호 신의가 깨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살펴본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에는 이러한 가르침이 전한다.


술에 취하고, 재물을 낭비하는 여자나 그와 같은 남자에게 실권을 맡긴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이다.(Sn. 112게송)


집안의 경제권을 누가 갖느냐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붓다는 기본적으로 경제권의 관리는 부인에게, 그리고 경제활동은 남편이 담당한다는 당시 사회적 통념을 수용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자기 통제력이 있는 현명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부부는 결혼 생활을 통해 아이를 낳게 되는데, 아이를 낳게 되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상호 지켜야 할 관계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도 같은 경전에서 자세히 설해지고 있다.

먼저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 ① 악한 것으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하며, ② 선한 덕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며, ③ 기술을 배우도록 하고, ④ 때가 되면 어울리는 배우자를 맞이하도록 해야 하고, ⑤ 적당한 때에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자식은 부모에 대해서 ① 부모의 양육에 대해 감사하며, 나이 든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② 부모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며, ③ 가문의 전통을 이어야 하고, ④ 상속을 승계해야 한다.

출산은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의무를 지게 하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토대이다. 그리고 가문의 영속성을 담보해주는 것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가문의 전통을 잇고, 상속을 승계한다는 의미는 물질적 측면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문의 전통과 가족 구성원이 같이 만든 가치에 대한 계승을 말하는 것이다.

붓다의 기본적 가르침은 보시의 실천과 도덕적 삶이
생천의 원인이 된다는 차제설법 구조와 연결
이상의 내용을 통해 붓다는 결혼과 출산을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호 신뢰에 기반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도 행간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붓다의 기본적 가르침은 보시의 실천과 도덕적 삶은 생천(生天)의 원인이 된다는 차제설법의 구조와 연결된다. 부부 상호, 부모와 자식 간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은 사후 생천을 실현하는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곧 결혼은 다른 측면에서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은 『쿳다까니까야(Khuddaka-nikāya)』 여섯 번째 문헌인 「하늘나라 궁전에 태어나는 이야기(Vimānavatthu)」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필원|청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했으며, 일본 북쿄(佛敎)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WISE캠퍼스 교양융합교육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성제 팔정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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