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마음을 보살피는 책들|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

중년의 마음을 보살피는 책들
- 더 크고 깊은 깨달음을 꿈꾸는 당신에게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

정여울
작가

“사람이 모든 살아 있는 피조물을 불쌍히 여길 때에야 비로소 그는 고귀한 사람이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 시리게 되새기는 요즘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도 공감도 없이 무조건 성공만 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온다. “하나뿐인 자식을 자신의 목숨으로 지키는 어머니처럼 모든 생명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이 역시 부처님의 말씀이다. 그렇게 모든 존재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기를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따스해질 수 있을까.

코니 츠바이크 지음, 권은현 옮김, 불광출판사 刊, 2024

◦ 중년이야말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

‘오늘이 내가 살아 있는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라는 말을 듣지만,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는다. 나이 듦은 다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은 중년이야말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임을 말한다. 걱정과 불안도 많지만, 인생의 노하우와 지혜 또한 최고에 다다른 시기이기에, 중년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일 수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슬픔은 뒤를 돌아보고, 걱정은 주위를 둘러보고, 믿음은 위를 올려다본다”고. 뒤를 돌아보며 슬퍼하는 마음, 주위를 둘러보고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보다 더 높은 곳,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꿈꾸는 것이 중년의 지혜가 아닐까.

시중에 중년의 고민에 관한 책이 쏟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인류의 역사 그 어느 때보다도 중년의 삶이 실제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 후반기의 핵심 과제를 설정하는 것, 즉 젊은 시절의 자아상과 거부당한 부분들을 인지하고 치유의 과정을 시작하면서 더 넓고 깊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강조한다. 해일이 지평선에 보이기 전에 자신을 구조할 구명용 뗏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고 인생과 사람, 세계를 관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변하지도 늙지도 않는, 우리 안의 영원한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고민과 불안’에서 ‘성찰과 명상’으로 나아가는 마음챙김 훈련이 필요하다. 중년 이후의 시간은 상실과 슬픔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줄리아 카메론 지음, 정영수 옮김, 청미 刊 , 2020

◦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영적 세계를 깊고 넓게 확장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에서 인생은 영적인 춤이며 우리의 보이지 않는 영혼의 파트너가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시간이 바로 중년 이후의 시간임을 이야기한다. 그는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영적 세계를 깊고 넓게 확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고 글쓰기는 기도와 명상의 강력한 형태다. 글쓰기는 우리 자신의 통찰력과 더 높고 깊은 수준의 내적 힘으로 인도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글쓰기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괴롭다면, ‘나는 이 세상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우울하다면, 줄리아 카메론의 글쓰기 프로젝트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글을 쓰는 것은 곧 ‘사회적 자아’와 ‘내면의 자기’를 연결시켜주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와 이 세상 전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대릴 샤프 지음, 류가미 옮김, 북북서 刊, 2009

◦ 자기와의 대면을 한 중년 남자 노만과 상담사와의 진솔한 만남의 이야기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은 잘못되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진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한다.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는 소설의 형태로 중년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이야기로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가정이 파탄 나기 직전, 상담실을 찾은 한 중년 남자 노만의 이야기는 사랑과 일, 양쪽에서 최고의 성취를 맛보았던 그는 이제 아내와의 관계에서 절망을 느끼고 상담실을 찾는다. 작가는 노만이 정신분석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중년의 위기를 치유하는 과정 속으로 이끈다. 이 책은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훌륭한 융 심리학 입문서이기도 하다.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콤플렉스, 적극적 명상, 투사, 성격 유형, 그리고 개성화 등의 핵심 개념이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아 있다. 중년은 페르소나의 위장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살지 못한 삶(unlived life)’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시기이기도 하다. 중년의 위기는 단지 고난의 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삶에 도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황의 시간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바로 그동안 에고(ego:사회적 자아)를 키우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셀프(self:내면의 자기)를 완성하라는 내면의 외침을 듣는 일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성공이나 재산 같은 것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진짜 나 자신’과의 만남을 제대로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중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쓰라린 자기와의 대면을 한 중년 남자 노만과 상담사와의 진솔한 만남의 이야기로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나 또한 저토록 편안한 상담실에 갈 수 있다면, 과연 내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 가족이 파탄 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남들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지만 상담사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내면의 자기’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 인생의 과제인지를 깨닫게 된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진정한 성공을 이렇게 정의한다. “성공한 사람은 잘 살았고, 자주 웃었고, 많이 사랑했으며, 아이들의 존경을 받았고, 세상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었고,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가장 좋은 것을 찾거나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읽고, 쓰고, 만나고, 포옹하며, 오늘 하루를 있는 힘껏 사랑하려 한다.


정여울|작가. KBS라디오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문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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