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와 뇌의 잠재력 극대화시키는 생활참선법 개발한 박희선 박사|세계 유명인들의 명상 이야기

생활참선법 개발해
현대인의 건강과 생활을 바꾸다

박희선 박사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박희선 박사의 저서 『생활참선』

한국 금속공학의 원로이자 거장 박희선 박사,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한 참선
박희선 박사는 만 50세의 나이에 일과 건강이 함께 나빠지면서 인생의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느꼈다. 과체중에 고혈압과 관절 신경통(통풍)이 심해 하루에 1km도 걷기 힘들었으며, 심한 노안으로 안경을 써도 글을 오래 읽을 수가 없었다. 매일 마시는 술로 몸은 점점 쇠약해졌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헐떡이곤 했다.

직업이 대학교수인 그는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젊었을 때 유학했던 일본으로 다시 공부하러 갔던 터였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국내 제일이라고 자부했지만, 늘그막에 막상 대학원 과정을 다시 공부하려니 큰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악화된 건강과 막막한 공부에 지쳐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연히 기차에서 본 신문 광고에 쓰여 있는 ‘선(禪)’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선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에 그 광고를 찢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광고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도 그런 번지는 없었다. 몸이 땀에 젖고 피곤해서 더 이상 찾기를 단념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갔다. 맞은편에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별 기대 없이 혹시 이 근방에 참선을 지도하는 절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 할머니가 안다면서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렇게 찾아간 절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세 시간 동안 참선 지도를 받았다.

그날 이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참선을 했다. 참선 수행은 이후 그의 건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전부를 바꾸었다. 매주 토요일 절에 가서 하루 자고 오는 생활을 하면서 1년 동안 참선을 꾸준히 하니 정말로 머리가 맑아지고 고혈압과 당뇨도 씻은 듯 사라졌다. 그는 참선을 통해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성적도 올랐으며 연구 분야에 관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피로도 빨리 해소되고 생리적으로 젊어졌다.

참선 수행을 시작한 지 25년이 지난 후 75세가 된 그는 히말라야 지방이 가장 추워지는 12월에 히말라야 원정대에 합류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와 에베레스트 전망대로 유명한 칼라파타봉(5,545m)의 등반에 성공했다. 극심한 산소 부족과 낮은 기압 환경 속에서 영하 25℃에서 영상 5℃를 오가는 기온차의 에베레스트를 고령의 그가 오를 수 있다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히말라야 메라봉(6,654m)을 최고령(76세) 무산소 단독 등정해 기네스북에 오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16년 돌아가신 박희선 박사가 참선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한 것이다. 1919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박희선 박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1948~1960년)를 거쳐, 국민대 교수로 부임했다. 국민대에서 대학원장과 교육대학원장을 역임(1974~1985년)했으며, 80대의 나이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 회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고문을 맡는 등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했다. 그는 철강재의 강도 강화와 전신성 향상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한국 금속공학의 최고 원로이자 거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학문적 업적도 업적이지만 참선 생활로 얻은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건강으로 더 유명한 분이었다.

신체와 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생활참선법’ 개발
그는 인생의 후반을 참선과 호흡법 수련을 통한 건강 증진과 집중력 강화 방법을 가르치며 살았다. 그는 자신이 배운 참선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현대인도 수련할 수 있는 ‘생활참선법’을 개발했다.

박희선 박사가 가르쳤던 생활참선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참선과 수행 방식이 조금은 다르다. 불교의 가르침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신체와 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참선의 자세와 호흡 방법, 그리고 수식관을 연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생활참선은 50세에 참선을 처음으로 시작한 그가 참선으로 신체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면서 나온 결과이다.

박희선 박사가 연구한 참선의 효과란 신체적 효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와 뇌는 알파 뇌파가 나올 때 최상의 상태가 된다. 뇌파는 긴장하고 일할 때 나오는 베타파와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 나오는 알파파, 수면 상태에서 나오는 세타파로 나뉘는데, 알파파 상태의 몸이 건강 관련 생리적 척도들의 치수가 최상급이 된다는 것이다. 알파파가 나오는 상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적고 피곤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회복력을 향상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한다. 박희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참선의 방법이 알파파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그는 84세가 되던 해에 에베레스트 산악 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했다. 해발 5,400m 높이의 베이스캠프에서 남체바자르(3,500m)까지 에베레스트 트레킹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42.195km 길이의 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전문 마라토너도 고개를 가로젓는 일이다. 고소 경험이 없는 이가 적응하려면 적어도 나흘이 걸린다. 잰걸음으로 하산한다 해도 이틀이 걸리는 거리이다. 주최 측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출전할 수 있는 이 위험한 고산 마라톤 코스를 박희선 박사는 완주했다. 초인적인 일이었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한 등반을 한 이유는 오직 ‘참선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머리를 좀 맑게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참선을 처음 시작했다. 50세에 대학원 과정을 다시 공부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매주 토요일에 가서 하루를 자고 오는 생활을 하면서 1년 동안 참선을 꾸준히 하니 정말로 머리가 맑아지고 고혈압과 당뇨도 씻은 듯이 없어졌다. 참선에 매료된 그는 과학자 특유의 실험정신으로 뇌의 알파파를 계속 발생시키는 자세와 호흡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의 생활참선이다.

피라미드형 자세와 들숨보다 날숨 길게 해
뇌에 최대한의 산소 공급하는 출장식 호흡법이 핵심
박희선 박사의 참선 비법은 피라미드형 자세와 출장식 호흡법에 있다. 먼저 피라미드형 자세란 결가부좌 자세에 들어갔을 때 양 무릎과 척추 끝(척량골)이 정확하게 정삼각형이 되면, 코에서 배꼽을 통한 추의 끝이 정확하게 삼각형의 중심에 가닿는 것을 말한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중심에서 강력하고 신비로운 힘이 생성되듯 앉는 자세도 피라미드형이 되었을 때 가장 좋다.”

출장식 호흡법이란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하는 호흡을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호흡법은 호흡수를 감소시키는, 즉 조용하게 길게 하는 호흡이다. 보통 사람은 1분에 17회에서 22회 호흡한다(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1회로 함). 참선 수행자의 호흡수는 대개 1분에 1~2회이다. 그러나 박희선 박사는 호흡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끝에 갖다댄 깃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조금씩 내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뿜는 숨을 길게 하면 자연히 들이키는 숨은 다소 빨리 코로 들어온다. 그러나 들이쉬는 숨도 마찬가지로 조용하도록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이 호흡법을 익히면 버스나 지하철, 의자 또는 걸어가면서도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길이의 호흡법을 익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숨을 내쉬는데 내쉬는 숨이 끝나면 즉시 숨을 들이쉬기 시작한다. 박희선 박사에 의하면, 숨을 멈추는 것은 좋지 않다. 멈추게 되면 뇌압 관계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에도 좋지 못하다. 내쉴 때보다 들이쉬는 숨이 좀 더 빠르다.

대개 들이쉬는 숨을 호흡의 시작으로 여기는데, 박희선 박사는 이와 반대로 내쉬는 숨을 호흡의 시작이라고 여겼다. 그의 호흡법의 핵심은 들숨이 아니라 날숨이다. 폐에 잔여 공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들이마시며 공기가 넘쳐나는 것을 내쉬는 호흡은 폐의 용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깊이 내쉰 후에 들이마시는 호흡법은 먼저 비운 상태에서 공기를 채우기 때문에 폐의 면적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바로 뇌의 산소 공급량과 직결된다. 체중의 2%밖에 되지 않는 뇌는 전체 몸이 소비하는 산소량의 20%를 쓴다. 산소 공급량에 따라 뇌의 활동성이 좌우되는데, 출장식 호흡은 뇌에 최대한의 산소를 공급하는 좋은 방법이다.

박희선 박사는 불교 수행인 참선 수행을 일반인이 수련하기 쉽도록 단순한 방법과 함께 널리 알렸다. 그는 참선의 효과와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자신이 스스로 참선의 효과를 입증했다. 그는 꾸준히 참선하면 뇌의 능력이 평상시보다 몇 배가 된다면서 ‘참선을 하면, 뇌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난다’라고 비유하길 좋아했다. 그는 정신의 힘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참선도 한낱 부질없는 수행법이 된다고 했다. 신비하게만 생각되는 정신력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어 스스로 주인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생활참선은 그가 떠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심신 단련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희선(1919~2006). 과학자이자 불교 수행자. 일본 도호쿠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교수, 한국산업기술본부 이사장, 국민대 교수 및 대학원장, 미네소타주립대 교환교수, 동경대 우주항공연구소 초빙교수, 생활참선 석천선원 원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등을 지냈다. 대학에서 정년퇴직 후 30년 동안 생활참선을 몸소 실행하며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참선 수행 보급에 앞장섰다. 저서에 『박희선 박사의 생활참선』, 『배꼽밑 주인공을 찾아라』, 『과학자의 생활참선기』 등이 있다.

• 이번 호를 끝으로 <세계 유명인들의 명상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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