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를 '방구석'에서도 누리다, 캄따시링 | 현대 수행센터를 찾아서

티베트 불교의 전통적 가르침을 아낌없이 퍼주는
캄따시링

텐진 빠모 스님 법문

티베트 불교 중 카규파에 속하는 캄따시링엔 ‘사가행’ 수행하는 한국인도 많아
신·구·의 3업을 뜻하는 정수리와 목, 가슴에 차례로 합장 예배하며 온몸을 바닥에 대고 가장 낮은 자세로 절하는 오체투지. 다섯 가지 번뇌를 정화하고 깨달음을 일으킨다는 의미가 있는 오체투지는 티베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익숙한 절하는 방식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캄따시링의 법당에는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이나 서양인도 더러 있지만, 자신을 무한히 낮추며 절을 올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티베트 밀교에 입문하기 전 ‘사가행’을 수행하는 한국인들이다.

“사가행은 카규파의 최상승의 가르침인 마하무드라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네 가지 예비 수행을 뜻해요. 카규파에선 공통적으로 하는 수행인데 그 첫 번째가 귀의 발심하며 절을 올리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업장을 정화하기 위한 금강살타 수행과 공덕을 쌓기 위한 만다라 공양, 그리고 근본 스승을 모시고 ‘구루 요가’로 불리는 수행을 합니다. 원래 전통적인 티베트 불교에선 아예 안거에 들어가 이번 철엔 절 수행 10만 번, 다음 철엔 금강살타 10만 번을 하는 식으로 차례로 수행하면서 40만 번을 채우는데, 성취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캄따시링에도 10만 번의 절 수행을 끝낸 분들이 많은데, 초보자들에겐 부담될 수 있어서 사가행 시간에 108배만 하고 있어요.”

캄따시링은 티베트 불교의 네 종파 중 하나인 카규파에 속하는 절로, 파드마 삼바바(구루 린포체)의 화현으로 알려진 캄툴 린포체를 근본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8대 캄툴 린포체가 인도로 망명해 따시종이라는 지역에 캄파갈 사원이라는 절을 짓고 주석함으로 따시종은 티베트 타운이자 도량으로 탈바꿈했다. 캄파갈 사원은 원래 티베트 본토 동부인 캄 지역에 있는 절로, 말하자면 캄툴 린포체의 망명으로 인도에 캄파갈 사원이 재건립되면서 이후 대만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분원이 세워졌고 캄따시링은 한국의 유일한 분원이 되었다.

“매주 일요일엔 기본적으로 정기 법회와 사가행을 해요. 얼마 전까진 법회 때 중론을 강의했고 최근에는 한국어로는 아직 번역이 안 된 아티샤 존자의 법계 찬송을 강의하고 있어요. 매달 음력 10일에는 티베트에 불법을 전한 파드마 삼바바의 기도가 있고, 음력 25일엔 녹색 관음보살인 타라보살 기도를 합니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데, 사가행의 경우는 동적인 수행보다 좌선 같은 정적인 수행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어려울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마음의 본성을 체득하는 것이고 그 방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반드시 해야 되는 건 아니에요. 만일 기존에 불자인데 티베트 불교 수행을 해보고자 한다면 사가행이 좋겠지만, 불교 수행 자체가 처음인 사람이라면 호흡 명상부터 하는 것이 좋아요. 호흡 명상을 하게 되면 마음이 가라앉고 명상의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불교 공부에 마음이 생길 테니까요.”

‘방구석’파 수행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온라인 운영 방식
캄따시링의 주지인 캔뽀 아왕상뽀 스님은 한국 생활 8년 차로 한국에 오기 전에는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생활했고 그 이전엔 인도의 절에서 스님들을 지도하는 학장으로 지냈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적응을 잘한다는 스님은 한국에서도 언어적 문제 외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젠 한국의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고 불교 관련 책도 여러 권 출간했을 정도로 유일했던 어려움도 많이 극복했다.

강한 인상과 달리 스님의 성품은 유순하고 수용력이 넓은 강과 같다. 배움과 가르침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고 따르지만, 그것을 전수하는 방식에서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무리 없이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트렌드를 반영했다. 일단 모든 법문과 기도를 줌으로 동시에 진행하고, 무편집 녹화본을 그대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네이버 카페와 페이스북에도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한편 공지와 각종 소식들, 궁금한 점들을 단톡방을 통해 활발히 안내하고 교류하고 있다. 그야말로 다방면으로 맘껏 퍼주는 시스템이라, 이른바 방구석파인 수행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고마운 불법의 강이 아닐 수 없다.

여성 수행자의 워너비, 텐진 빠모의 명상의 방법
오늘은 방구석파 젊은이들마저 방문을 박차고 나와 캄따시링을 찾았다. 8대 캄툴 린포체의 유일한 여성 제자인 특별한 스승께서 ‘명상의 방법’을 주제로 한 법문을 하기 때문이다. 평소 온라인으로만 접속했던 캄따시링을 처음 방문해 얼떨떨하고 신기해하는 학생도 있고, 친구와 함께 티베트 전통차인 버터차를 음미하며 새로운 체험에 매료된 MZ세대도 눈에 띈다. 불교와 명상을 공부하다 궁금했던 것을 묻고 해결해보고자 나름 진지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참석한 젊은이도 있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불교를 종교적 개념이나 가르침에서가 아닌,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교육적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것 같아요. 가령 명상이 그런 것 같아요.”

한국의 대학원에 유학 중이며 캔뽀 스님과의 친분으로 캄따시링을 자주 다닌다는 티베트인 청년, 샤오 체뗀의 분석대로 명상과 수행은 이제 종교적 차원을 떠나 일상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티베트 불교에 관심 있어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다는 미국인 청년 스티브는 한국에 와서 친구의 소개로 캄따시링을 알게 되어 처음으로 절에 다니며 수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캄따시링을 다닌 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여러 체험도 할 수 있고 법문도 듣고 수행도 배울 수 있어 좋아요. 특히 사가행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더 열심히 잘하고 싶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친절해지고 싶어 말이나 행동을 더 친절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텐진 빠모 스님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고 저도 팬이라 유튜브를 통해 법문을 많이 들었는데, 캄따시링에 오신다는 소식 듣고 바로 날아왔죠.”(웃음)

처절했지만 아름다웠던 텐진 빠모의 동굴 수행
명상 의자, 정확히는 ‘명상 상자’로 기억되는 그녀는 한때 내겐 팝스타를 뛰어넘는 ‘스타’였다. 오래전에 출간된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라는 책에 담긴 그녀의 동굴 수행담은 불교계는 물론 남성 중심의 종교계와 사회를 돌아보게 했고, 그런 그녀의 역할은 그야말로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별과 같았다.

벽장만 한 크기의 설산의 동굴 속에서, 방석만 한 크기의 낡은 명상 상자 위에서, 여자는 동굴 수행을 할 수 없다는 금기 같은 편견을 깨고 극한 추위와 폭설, 산사태와 고립, 굶주림, 맹수의 위협, 질병 등 온갖 고난을 홀로 견뎌내며 그녀는 그렇게 12년간을 수행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달라이 라마는 눈물을 흘렸고, 불교 내 여성 수행자들의 불평등에 대해 돌아보고 개선해나갈 뜻과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그녀의 동굴 수행은 처절했지만 아름다웠고, 숭고한 정신과 진정한 열정이 무엇인지 알게 했다. 어떤 고난의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고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는 그녀의 순수한 지혜로움과 쾌활함으로 인해 그 혹독한 동굴 수행이 심지어는 낭만으로까지 느껴졌다. 특히 그녀가 볼품없는 정사각형의 목조물에 ‘명상 상자’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명상을 돕는 의자이자 침대로, 바닥의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안식처로 그것의 쓰임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때는, 그와 같은 ‘지혜의 낭만’을 동경한 나머지 심지어 나는 나 자신에게 명상 의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 의자에 앉아 매일 텐진 빠모처럼 명상하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주지 캔뽀 스님

명상은 또 다른 단계의 깨어 있음, 마음챙김
어느덧 여든의 수행자가 된 그녀는 인도에서 동규갓찰링이라는 승단을 이끌며, 전 세계를 돌며 중생을 깨어남의 세계로 안내하는 스승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고 초라한 명상 상자가 아닌, 넓고 큰 법상(法床)에 앉아….

“명상은 나 자신에게 일반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미세한 측면의 의식을 알려주는 거예요. 말하자면 다양한 의식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발전시키려는 또 다른 단계의 의식은 깨어 있음, 마음챙김이라고 하는 것이에요. 이 능력은 뭔가를 생각하는 대신 한 단계 물러나서 그것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그러한 알아차림이 성장하고 강해지면 마침내는 이원성, 생각하는 자와 생각하는 대상이 구분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깊은 수준의 깨어 있음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것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고 다른 것들, 타자와 상호 연결되어 있는 그런 것입니다 (…) 그것은 사람뿐만이 아닌 동물이나 물고기, 곤충, 나무와 꽃 등 그 모든 것과 가장 근원적인 수준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는 것이에요.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고통을 겪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연기를 진정 이해하기까지, 그리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기까지 젊은 시절의 그녀는 명상 상자 위에서 얼마나 많은 마음의 일들을 겪었을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았을까. 혹여 아이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미친 원숭이, 야생마,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TV, 바다의 파도, 하늘을 나는 독수리 등 온갖 것들을 가져와 비유를 들어주고, 행여 앞서 설명한 내용을 그새 까먹었을까 봐 걱정되어 법문 중간중간에 명상의 첫 단계부터 재차 요약정리까지 해준, 엄마의 마음이 담긴 그녀의 가르침을 찬찬히 떠올려보며 마음이 지어내는 수없이 많은, 오고 가고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본다.

함영
글짓기를 전생의 업, 내지는 고행으로 생각하는 글쟁이다. 『빅이슈 코리아』 편집장을 지냈으며 글짓기와 출판 기획으로 곰탕을 끓여 꽃을 꽂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밥맛이 극락이구나』, 『인연으로 밥을 짓다』, 『노란 문 공양간이 열리면』, 『스승들이 납시어 어른스크림을 사드리다』 등이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