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홈트
자신이 싫어질 때
도움이 되는 명상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실패했거나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했을 때 자신이 바보 같고 무능력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처럼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더 혹독하게 대합니다. 자신을 비난하고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타인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가차없이 대하는 것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고통을 주어야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기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많은 경우 부모와 사회로부터 내면화된 것입니다. 우리는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이겨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실수나 실패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았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낙오자가 됩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가혹하게 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상처받은 자기에 대한 비난과 처벌은 붓다께서 말씀하신 두 번째 독화살처럼 사람을 더욱 병들게 합니다. 쉼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느라 사람들은 소진되고 반복적인 무기력과 우울에 빠집니다.
실패한 자신, 상처받은 자신, 지쳐 있는 자신을 대하는 더 지혜롭고 친절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마음챙김과 자비 훈련은 자신의 상태를 더 자각하고 자신과 더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마음챙김과 자비 훈련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가혹하게 내몰지 않고도 소진된 원기를 회복하고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1.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찾아 자리를 정돈하고 앉습니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누워도 좋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코끝에서 들고 나는 호흡에 잠시 주의를 기울입니다. 주의를 몸으로 돌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천천히 살펴보면서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려봅니다. 불편한 곳이 있다면 몸을 움직여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찾아봅니다.
2. 잠시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특별히 자신이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실수를 했을 때, 목표를 이루는데 실패했을 때 그런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차려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와 불행으로 상처받은 자기를 더 가혹하고 매몰차게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한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적인 사회 속에 만연해 있는 자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자신 또한 은연중에 이러한 자기 처벌 방식을 내면화하고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봅니다. 자기에 대한 비난과 처벌은 두 번째 독화살과 같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욱 소진시키고 병들게 합니다.
3. 자신의 몸으로 주의를 가져갑니다. 몸 전체를 살펴보면서 불편감, 피곤감, 긴장감이 느껴지는 곳에 주의를 기울여봅니다. 성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지친 자신의 몸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4. 불편감이 느껴지는 몸의 부위에 손을 가만히 올리고 부드럽게 터치합니다. 수고한 자신의 몸을 향해 손을 통해 따뜻함, 친절함, 미안함을 전달해봅니다. 몸을 향해 이렇게 속삭여봅니다. “힘든 삶을 짊어지느라 수고했습니다”, “많은 스트레스를 견뎌주어서 고맙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5.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고 연약하며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점에 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불완전함과 연약함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공통의 고통이라는 점을 숙고해봅니다.
6. 우리가 겪는 괴로움은 인간으로 태어난 입장료와도 같습니다. 자신의 불완전함과 연약함에 대해 가혹한 비난과 처벌 대신 연민과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봅니다. 다음과 같이 자신을 향해 기원해봅니다. “내가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잘되기를.”
◎ 자기에 대한 자비로운 태도가 필요한 이유
심리학 연구는 과도한 자부심이나 자존심보다 자기에 대한 연민과 공감 어린 자비심이 보다 건강한 태도임을 보여줍니다. 자부심이나 자존심은 타인과의 평가에 근거해서 자신이 더 낫다는 우월감이나 병리적인 자기애적 성향과 연결되기 쉽습니다. 외적인 평가에 근거한 자부심이나 자존심은 사회적 우열이나 인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정서적인 안정성이 취약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자기에 대한 자비는 자신의 연약함이나 불완전함을 인간 조건의 불가피한 한계로 수용하는 태도를 반영합니다. 자기를 자비롭게 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타인과의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므로 자신을 방어하는 데 힘을 덜 소모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회복 탄력성이 높습니다.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자아초월상담학 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자비 명상을 토대로 한 심리 치료 적용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자비의 심리학』, 『자비중심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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