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하기 : 참나(眞我) 만나기

참나(眞我)를 찾아 떠나는
마음 여행

경은정
동국대학교 치유와 행복 융합연구원 연구원


나의 아픈 마음을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가족을 돌보고, 학생들을 챙기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정작 ‘나’ 자신을 따뜻하게 보살펴주거나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고난과 마주쳤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마음 때문이다. 슬픔, 상실, 고통, 우울 등의 정신적 위기는 우리가 외면할 때 더욱 악화되지만 반대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알아차릴 때 치유가 시작된다.

‘나의 아픈 마음을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가족, 친구, 도반들이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나의 아픔은 나 자신이 가장 잘 돌볼 수 있다. 그게 자기 연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다 만난 것이 명상이었다.

나의 관점이 바뀌면 내가 행복해진다
몇 년 전, 한국명상심리상담원에서 진행한 NDT(Non-Dual Therapy) 자아초월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내 삶은 변화되었다. 삶에 지쳐서 우울하고 고통스러웠던 나의 삶이 조금씩 바뀌었다. 마음이 떠돌고 있을 때 몸으로 돌아오는 방법과 순식간에 사라지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결과 ‘나’ 자신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게 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힘들지 않으며 내 안의 참나(眞我)를 만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명상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바뀌어야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이 바뀌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는데 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화엄경』의 핵심 사상을 나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참나 : 나의 진짜 모습
참나는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참나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 속에서 생겨나는 법도 없고, 사별하는 법도 없는 불변의 존재이다. 다시 말해 참나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 내가 세상을 떠나도 영원히 있을 불멸의 존재이다. 이렇게 영원한 절대적 존재로서의 참나가 바로 현실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나의 진짜 모습이다. 불교의 인간관에서 볼 때 참나를 만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갖추어진 불성을 알아차리는 일이며, 모두가 평등하고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참나는 진실한 나의 참모습이며 불성이고 본래 지혜와 자비를 갖춘 존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참나를 만난다는 것은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척추를 바로 세우고, 내 안의 힘을 느끼고, 호흡을 하면서 온전히 내 안에 머물 때 참나와 만난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단단해지고,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흔들림이 없다. 수많은 감정들은 일어났다가 사그라든다. 경험은 경험일 뿐 내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그 경험들이 ‘나’라고 착각하고 부여잡고 살았다. 나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이 내 것이라고 믿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명상을 하면서 그 모든 경험들이 내가 아니며,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수시로 변화하는 감정들은 그저 나에게 찾아오는 손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루미의 『여인숙』에 나오는 시 구절처럼 그저 나는 그 손님들을 맞이하면 된다. 그러다가 감정이라는 손님이 떠날 때 그냥 보내주면 된다. 그들은 영원히 내 안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면서 나는 감정이라는 파도에 휩쓸려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파도를 바라보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경험은 그저 경험일 뿐이라는 알아차림은 나를 자유롭게 했다. 내가 나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참나를 만나야 한다. 온전하게 내 안에 머물 때 나에게 닥친 어려움은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척추를 바로 세우고, 그 힘을 느끼고, 호흡을 한다. 호흡하는 나의 몸을 느끼고, 알아차리며 내 안에 온전하게 머물 때 나는 참나와 함께한다.

경은정
동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동국대 치유와 행복 융합연구원 연구원,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학술연구 팀장, 청소년 마음치유 연구소 소장, 힘찬국어논술전문학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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