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왜 명상에 열광하나 | 명상의 세계적 흐름

명상의 세계적 흐름


김성욱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


최근 명상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종교에 명상의 전통이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명상은 종종 동양의 전통적 영성 수행 또는 그것이 세속적으로 변형된 형태와 연계된다. 대략 5년 전 이뤄졌던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뿐 아니라 무종교인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략 40% 이상이 정기적으로 명상을 수행한다고 대답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명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명상은 이제 세계적인 주류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예를 들면 불교 명상 기법에 기반한 캄(Calm)이라는 명상 앱은 2020년에 전 세계에서 10억 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콘텐츠가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명상의 세계적 흐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서구권의 데이터와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여기에서 언급되는 특성들은 현대화된 아시아와 남미 지역 국가들에도 해당될 것이다.  

먼저 서구권에서 불교 명상의 역사와 발전에 대해 간략히 말해보자면, 미국의 경우, 불교 명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이다. 여기에는 일본 불교 학자와 승려들의 역할이 컸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종교의회에 참가했던 일본 불교 대표단은 불교를 근대 사회에 가장 적합한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종교로 내세웠고, 이런 해석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불교 명상에 대한 관심의 시발점이 된 선불교에 대한 미국 대중의 인기는 이 특수한 불교적 이해를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D.T. 스즈키를 비롯한 많은 일본 학자와 승려들의 노력을 통해서 선불교 붐이 일어났다. 이들은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하와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들에서 강연을 다니거나 명상 센터를 설립했고, 선이라는 단어는 책, 잡지, 그리고 각종 상품들의 선전에 등장하며 종교적 맥락을 초월해 삶의 대중적이고 이국적인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좌선은 이 선이 대변하는 종교적 경험의 절정을 이끌어주는 방법으로 많은 수행자들을 모았다. 한국의 숭산 스님의 미국 포교 활동 또한 비슷한 시대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더해서, 1980년대를 거치며 달라이 라마가 문화적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티베트 불교와 관련한 명상 수행이 미국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아울러 상좌 불교 전통의 통찰(insight) 명상 또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는 1,000개가 넘는 불교 센터가 있으며,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핵심 활동 가운데 하나는 물론 명상 수행이다. 유럽의 경우, 불교가 알려졌던 것은 미국보다 훨씬 앞섰지만, 사람들이 명상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일종의 명상 붐이 일기 시작했던 것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이후였다. D.T. 스즈키를 비롯한 일본 선승과 학자들의 글들의 인기를 시작으로, 경전적 탐구를 벗어나 선뿐만 아니라 비파사나와 같은 명상법이 신비적 내적 경험을 추구하는 새로운 수행으로서 상당한 관심을 얻었다. 또한 아시아 승려들이 주기적으로 강론하고 명상법을 가르치는 투어를 다니면서 많은 유럽 지역에서 소규모, 대규모 명상 단체들이 형성되었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1960년대에 몇 개에 불과했던 명상 모임이나 그룹, 센터들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500개가 넘게 형성되었다. 

서구권 국가에서 명상의 점증하는 관심과 인기 속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경향성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명상이 종교적 차원이라기보다는 그것의 심리 치료적 효과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 국가 이민자 수의 증가를 제외하면 미국과 유럽의 국가에서 불교 신자 수의 증가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퓨 서베이 Pew multi-country survey 참조). 현대인은 학교와 직장에서의 무한 경쟁, 자식 양육이나 다른 가정적 문제들, 나아가 사회 정치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명상은 특히 서구권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의 대안으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상은 개인의 보다 깊은 무의식적 자아에 다가가 그곳의 부정적 성향을 해소하거나 좀 더 긍정적 성향으로 전환해 건강한 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로 여겨진다. 특히 좌선, 마음챙김 ‘Mindfulness’ 명상, 그리고 다른 불교적 명상 기술들은, 고통은 현상적 존재가 피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그 존재에 내재한 문제이지만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변하며 결국 궁극적으로 사라진다는 불교적 가르침과 함께, 고통을 피하기보다 어떻게 다루는가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사실 불교 그리고 그 명상법을 심리적 치료와 연결하려는 노력은 20세기 초·중반에 이미 있었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종종 오리엔탈리스트 또는 옥시덴탈리스트로 여겨지며 상당한 비판을 받았었다. 그러나 불교 텍스트들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그런 연구를 서구 과학적 담론의 형태에 담는 시도를 통해서, 최근에는 불교 명상과 심리 치료의 연계는 더욱 확대되고 더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실제 심리 치료 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에 의해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 명상 수행과 관련해서 발견되는 경향성은 여러 가지 방식과 수행법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대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명상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명상을 지도하는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의 수많은 채널이 존재하며, 앞서 언급했던 캄을 포함한 다양한 불교 명상 관련 앱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아마도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접촉이 선호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 동영상 채널들과 앱들의 뷰어 수와 다운로드 수가 폭넓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상이 한때 유행했던 히피들을 위한 비밀스러운 수행이 아니라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모두를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이 저변에 존재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 다른 방식은 다소 전통적일 수 있지만 명상 센터를 통해서 명상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영적 깨달음을 얻거나 또는 신앙적 교유를 나누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심리적 치유에 대한 희망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온라인 불교 잡지인 『트리사이클(Tricycle)』이 400여 명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략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고요함을 위해 명상 센터를 찾는다고 대답했다. 물론 도시 소음들로부터의 고요함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괴롭히는 말로부터 침묵하는 것 또한 의미했다. 또 다른 이유는 주말 또는 대략 일주일 동안 전문가의 명상 지도를 받으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명상 수행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응답자들 가운데 대략 반이 선 전통의 명상법을 선호했으며, 비파사나가 다음으로 대략 40%, 그리고 나머지는 티베트 불교나 요가와 같은 다른 종교 전통의 명상법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이런 명상 수도를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재정립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현실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런 소위 세속 불교라고 명명될 만한 경향성에서 보이는 두어 가지 특징들이 있다. 먼저 이들이 실천하는 불교는 소위 전통적 불교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불교적 명상을 수행하는 서구권의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불교적 관점에서의 통일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예를 들면 그들은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서로 다른 팟 캐스트를 들으며, 서로 다른 불교 스승과 전통을 따른다. 그들의 불교 사상에 대한 이해 또한 서로 다르고 심지어 그들의 해석은 불교 전통의 통상적 해석과도 다를 수 있다. 일부 서구인은 불교 철학과 명상의 특정한 요소에만 집중하고 환생이나 부처 숭배와 같은 불교의 다른 종교적 요소는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이들의 소위 세속적 접근은 자신의 현재의 세계관을 보충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불교 수행적 관점만을 채택해서 종종 ‘뷔페 불교’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자신을 불교도로 규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른 종교와 철학과 연관해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용이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불교 명상이 상업화, 상품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음챙김 명상을 기초로 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stress-reduction)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8주의 코스인데, 이에 대한 임상학적 연구가 진행되어 만성적 스트레스의 해소와 정신 건강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와 여러 교도소, 병원, 직장 등에서 채택되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명상 교육을 접수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8주간의 가격이 대략 한화로 60만 원에 이르며, 적지 않은 강사와 수강생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언급했던 캄이라는 앱은 그 인기로 인해서 현재 한화 20억이 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주식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 IT 기술이 접목된 예들은 불교 명상의 세속화와 상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사실 이전 세기부터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마켓에서 좌선을 위한 쿠션과 다른 명상 관련 도구들, 나아가 명상 강론과 코스에 대한 상업적 선전을 이미 하고 있었고, 명상의 상업화는 더욱 활발히 보다 발전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상은 이제 사원이나 선원에서 승려에 의해 수행되던 전통적 형태를 벗어나 심리 치료와 개인의 균형 있는 내적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일반인 중심의 대중적 흐름이 되어가고 있으며, 또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관계에서의 가르침과 배움이 아니라 수강료를 지불하고 그에 맞는 대가를 얻어가는 상업화 사회에서의 꽤 괜찮은 수익 모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명상은 전 세계적으로 분명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그 세속화의 영향으로 상업화, 상품화된다는 비판이 있고, 이것이 서구의 아시아에 대한 오래된 식민지적 태도의 전통과 연결된다는 반성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욱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2015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하버드대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쳐 2016년부터 컬럼비아 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조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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