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선물, 불교와의 만남 | 나의 불교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선물, 
불교와의 만남


이화순
대원아카데미 졸업생, 순 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나는 내 인생을 종교에 의지한다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오만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무신론자로서 종교를 교양으로 접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처음 불교 관련 책을 읽은 것은 대학생 때 세계사상대전집에 있는 불교의 『금강경』이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이 세상은 고해라는 것과 세상의 욕망이나 성취는 이 법을 아는 것에 비하면 항하수 모래알의 한 알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 때문에 읽기 힘들었고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고해라는 것엔 공감이 되었다. 그 후로 무언가 괴로운 마음이 되면 그래 세상이 ‘고해(苦海)’니까 괴로운 게 당연한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명제로 삼았던 게 다였다. 그러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고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입관하기 전에 수의를 입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돌아가셨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평온한 얼굴이셨지만 인간이 죽으면 이렇게 아무런 의사 표현을 못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가슴 깊이 다가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나에게 가슴 전체에 멍이 든 듯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만큼 아픔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드는 결론은 나도 언젠가 죽을 텐데 이젠 나의 죽음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종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종교를 거부했던 나의 오만함을 꾸짖으며 절에 가게 되었다. 처음 갔던 절은 아파트 근처의 포교당이었는데 모든 게 낯설고 의식들이 신기했다. 더구나 주문처럼 외우는 말, 신묘장구대다라니는 더욱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인생이 괴롭고 죽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갔는데 그 스님의 얼굴에서 밝고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나보다 이 스님은 더 괴로운 것 같아. 이건 뭐지?” 그러나 절의 분위기는 그냥 좋았다. 법회가 끝나고 먹는 공양은 나에게 특별한 걸 깨우치게 했다. 밖에서 먹는 음식으로 내가 경험한 제일 허술한 음식이었다. 그렇게 반찬이 없는데도 맛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도와서 좁은 부엌에서 그 많은 설거지를 즐겁게 하고 그런 것들을 보며 배우는 점이 많았다. 아만심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고 나도 봉사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기본 교리를 배우고 맹목적으로 500배를 6번 하는 3,000배도 해보고 그렇게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은 논리정연한 교리와 불교문화가 합쳐진 것 때문이었다. 그러다 49재를 해주셨던 선원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묵조선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로 불교는 내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것은 불교를 만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40여 년간 늘 허무주의에 빠져서 태어난 것을 탐탁해하지 않았는데 불교를 만나고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난 것은 불교를 만나기 위한 것이고 그래서 살 만한 이유도 가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원아카데미에서 불교 상담을 배우면서 선원에서 늘 느꼈던 문제의 해결점이 불교 상담에 있다는 데에 이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선원에서는 한순간에 직면을 시키는데 많은 신도들은 그것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상담에서 하는 기법을 이용해서 점진적으로 두려움 없이 자신을 보도록 하고 나중에 직면을 하는, 즉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는 데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다면 불자뿐만 아니라 내담자들에게도 접근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무엇을 하다 갈 것인가의 답이, 죽음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불교에 입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은 생을 불교 상담을 하기로 했고 상담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된 사람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일도 하기 위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하고 싶어 계속 공부하며 상담도 하고 있다. 이것이 이생에 온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굳이 불교 상담이라고 내걸지는 않는다. 자칫 종교로 한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모든 생명체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화순

연세대학교 주생활학과와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 석사 과정(명상심리상담) 및 동방문화대학원대 박사과정(불교상담)을 수료했다. 대원아카데미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순 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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