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 세계 유명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명상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창조성을 최대화할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출생.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역사 속 행복의 문제 등 광범위한 질문을 주제로 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사피엔스』, 『호 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등이 있다.

2015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 )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역사학자를 이야기꾼이라고 묘사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의 글은 픽션만큼이나 흥미롭다. 유발 하라리는 독창적인 시각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가 일단 책을 잡으면 쉬지 않고 읽게 만든다. 그는 인류의 긴 역사에서 일어났던 무수한 사건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나간다. 심지어 미래에 있을 법한 일들을 강력한 논리로 예측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감탄과 함께 현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에 미칠 영향, 보편적 기본 소득의 결과, 불사신이 되려고 시도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확실히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 세상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마치 다양한 풍미의 음식이 풀코스로 이어져 나오는 대접을 받을 때의 기분이랄까. 역사학자로서 어려운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는 솜씨는 그를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성취의 밑바탕에는, 유발 하라리 스스로 평가하길,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 장구한 역사 속에 무수한 사건들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는데, 이 중에서 어떤 것은 실제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고 어떤 것은 그 당시 사람들의 욕망과 환상이 투영된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가는 무수한 정보 더미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과 그렇지 않은 허구를 가려내는 능력은 꾸준한 명상 수행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의 유명 인사들 중에서 대표적인 위빠사나 수행자다. 위빠사나는 쉐우민, 고엔카, 마하시, 순룬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고 그 설명이나 수행 방식이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하라리는 그중에서 고엔카를 수행하고 있다.

하라리는 스물여섯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를 전공으로 역사학 박사가 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논문을 발표했고, 세상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았지만, 그의 글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때를 불안의 시기로 회상한다.

그때 한 친구가 그에게 명상 여행을 추천했다. 하라리는 처음에는 명상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몇 가지 조사를 한 후 명상 수행이 그가 연구하는 문제 중의 일부에 답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신반의하며 미얀마로 떠났다. 하라리는 미얀마에 가서 고엔카를 만났다. 고엔카는 두 가지 간단한 수행 방법으로 그에게 위빠사나 명상을 가르쳤다.

첫째, 하루에 두 시간 동안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둘째, 그런 다음 1년에 한 번 집중적으로 명상만 수행하세요.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말하기, 읽기 및 모든 형태의 행동을 삼가고 명상만 수행하세요.

하라리는 그 방법으로 위빠사나 명상을 수행했고, 20년이 넘는 지금도 매일 두 시간씩,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달 동안은 모든 활동을 놓고 명상만을 수행한다.

하라리는 명상 수행이 그를 더 나은 역사가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명상 없이는 네안데르탈인과 사이보그 대신 여전히 중세 군사 역사를 연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역작인 『사피엔스』의 탄생이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명상 수련이 없었더라면 스트레스 때문에 약물에 의존하는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명상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가 뭔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번째는 집중하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호흡에 주의를 모으는 연습을 하면 동시에 훨씬 더 큰 것에 집중하는 훈련이 됩니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역사학자로서 내가 하는 작업은 장구한 세월에 걸친 역사를 다루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너무 세밀한 항목에 빠져 지체되거나 수백만 가지 서로 다른 자질구레한 이야기들과 관심사로 전혀 다른 주제로 빠져버리는 그런 일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의 역사에서 또는 현재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스스로 상기하기 매우 어렵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중을 잃지 않는 힘이 필요한데 이러한 힘을 명상으로 기릅니다.

명상의 또 다른 중요한 공헌은 위빠사나 명상의 수행을 통해 실재와 허구 사이의 다른 점을 배우는 것입니다. 즉 실제로 있는 일과 우리의 마음이 꾸며내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만듭니다. 당신이 깨닫는 99%가 단지 우리 마음이 만든 이야기일 수 있어요. 사람들은 대개 종교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거나 애국심에 사로잡혀 이야기를 만들고, 경제적인 이야기로 세상을 색칠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로잡혀 있는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자로서 나의 목표는 실제로 일어난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상상과 사실은 구별하기 무척 어렵다. 그래서 하라리는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서 정말로 실제로 일어난 일과 우리의 욕망과 환상이 투영된 일을 구별하는 능력을 명상 수행으로 기르고 있다.

그의 책 『사피엔스』는 세계사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몇 페이지를 할애한다.

당신은 바닷가에 앉아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좋은’ 파도에 집착하여 그것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나쁜’ 파도를 밀어내고 싶을 만큼 어리석다면, 결국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파도는 그저 덧없고 쉼 없는 파도일 뿐이고, 막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하는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하라리는 사실과 욕망이 투사된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 책에서 의미하는 불교의 진리는 하라리가 스스로 명상 수행에서 얻는 지혜와 같은 맥락이다. 허상과 사실을 구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불교의 지혜와 평화이다.

실제로 21세기의 인류는 과거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와 반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의력을 쉽게 잃게 된다. 주의력이 산만해진 속에서는 무엇이 진실로 중요한 것인지 무엇이 투사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결국 쉽게 설득당하고 쉽게 맹신하기도 하고, 자신의 믿음을 쉽게 배신하기도 한다.

하라리가 역사 연구에서 특별히 마음 쓰는 일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의력을 잃지 않고 사실만을 건져내어 이해하는 것이다. 역사 속의 중요한 사실들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연결해주는 비범한 작가 하라리. 그는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을 꾸준한 훈련을 통해 기르고 있다. 그 훈련은 다름 아닌 위빠사나 명상이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월간불교문화 #불교 #문화 #불교문화 #대한불교진흥원 #오늘 #감성 #공감 #공유 #스님 #부처님 #붓다 #부처 #사찰 #한국 #전통 #명상 #수행 #건강 #날씨 #경전 #불경 #문화재 #buddhism #buddhismandculture #북리뷰 #서평 #시 #소설 #수필 #생명 #유발하라리 #문진건 #호흡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