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자아실현 공동체 경영 | 불교와 자본주의

자본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자아실현 공동체 경영


노부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젊은이들이 퇴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할 정도로 퇴사를 많이 하고 있다. 이유는 나로 살아가지 못하고 점점 자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자기를 찾는 경영, 자기 삶을 사는 경영이 요구된다. 불교에서는 자기를 찾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을 찾아라”라는 경봉 스님의 법문에서 중 국의 한 스님이 본성을 찾아 오도송으로 설법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경봉 스 님의 법문을 보면 주인공을 찾아라, 본성을 찾아라, 나를 찾아라는 결국 같은 말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자아실현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된 다. 어느 조각가가 자기의 조각은 자기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를 찾아가 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 경우에 찾아간다는 것은 만든다는 것이다. 나를 찾는다 는 것은 나를 만드는 것이고 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아실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자아실현은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다. 욕구 충족이 행복인데 자아실현은 최상의 행복이라 고 말할 수 있다. 인생에서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하다면 기업 경영의 목적도 자아 실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아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아를 알아야 한다. 자아는 성품과 재능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성품과 재능이다. 우리는 성품과 재능 을 개발함으로써 자아실현를 하게 된다. 기업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하는 곳이므로 이상적인 경영은 일은 열정적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애정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한 성품은 열정과 애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성품은 어떻게 개발되는가? 성품은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고 가치는 믿음에 기초 를 두고 확립되고 믿음은 성찰에 기초를 두고 형성된다. 성찰은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 이 바른 삶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도 하고, 일이란 무엇인가, 사람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도 하는 것이다. 

  성찰은 철학의 기초다. 예를 들어서, 성찰을 통해서 일이란 자기의 창조적 표현 이다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일의 결과를 가지고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데 아무 렇게나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가치 (이것을 사업적 가치라고 부른다)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사업적 가치로부터 일을 할 때 나를 완전히 몰입해서 하는 열정의 성품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이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하 는데 일은 혼자 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가치(이것을 인간적 가치라고 부른다)를 가 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인간적 가치로부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애정의 성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성찰로부터 시작해서 믿음을 형성해 가치를 확립하고 성품을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람이 자기를 찾아가고 자기가 달라지는 과정을 나타내 는 것이므로 의식 개혁이라고 부른다.

  재능은 어떻게 개발되는가? 재능은 우리가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애정을 가지고 협력할 때 개발될 것이다. 재능은 열정과 애정의 성품이 개발되면 자연스럽게 개발되므로 자아실현은 성품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찰은 기본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므로 의 식 개혁의 결과 성품을 개발하지만 그와 동시에 꿈도 수립하게 된다. 꿈은 자아의 구체적 형태로서 꿈을 실현하는 것이 자아실현이 되는 것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 해서는 자유롭게 기회를 추구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 런데 꿈, 자율, 인정은 열정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영의 세 요소로서 꿈, 자율, 인정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품을 강화하게 된다. 자아실현이 심화되는 것이다. 자아실현은 열정과 애정의 성품을 개발하는 것인데 의식 개혁만으로는 될 수 없 고 성품이 실천되는 꿈, 자율, 인정의 경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아실현 경영은 의식 개혁 과정과 경영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식 개혁

  직원들의 성품을 개발하는 의식 개혁은 직원들 스스로가 하는 것이지만 경영 자가 자기의 믿음과 가치를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이 성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교세라의 전 회장이었던 이나모리 가즈오 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다. 모두 전력을 다해서 일하자”고 사업적 가치를 심 고 그들의 열정을 부추겼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아무런 관계도 없었던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인간 적 가치를 심고 직원들 사이에 애정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한편 솔선수범하여 열 정적 투혼을 발휘하는 그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당신들은 뭐 하는 거냐” 고 열정적 행동을 요구함으로써 열정의 성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였다.

  꿈, 자율, 인정의 경영

  꿈이 있을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열정과 애정이 생긴다. 개인의 꿈은 기업의 비전 속에서 달성할 수 있다. 기업의 비전이 숭고하고 도전적일 때 직원들은 감동을 받아 “이 회사는 지금 별 볼일 없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비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해보자” 하는 열 정과 애정을 느끼게 되고 공동체 의식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불교는 꿈의 종교, 비전의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불교에는 사홍서원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모든 중생을 건진다는 것이다. 중생을 모두 건진다는 큰 서원 아래에 우리는 많은 작은 서원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것이 개인에게는 꿈이 되고 기업에는 비전이 되는 것이다. 불교의 제행무상, 일체유심조는 꿈과 비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제행무상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고,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도 위대한 기업으로 변할 수 있고 그것은 우리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자율이 있을 때 사람들은 열정과 애정을 가지게 된다. 사람이란 자율적으로 내버려두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잘해보려고 열정을 품게 되고 애정에 기초를 두고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자 한다. 자율은 불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개념이다.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격체로 존중되 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일을 시키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하도록 자율에 맡겨야 한다. 통제하는 것은 불성의 실현을 가로막는 일이다. 자율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 각자가 자기 전문 역할을 하는 팀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직원들이 간섭 없이 일할 수 있다. 어느 팀장이 이렇게 했더니 한 젊은 직원은 “이렇게 일이 재미있어도 되나” 하면서 즐 겁게 일했다. 이럴 때 상사의 역할은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하들 이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 도와주는 것이다.

  인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인정받을 때 사람은 열정과 애정을 가지게 된 다. 인정에는 관심과 배려, 개발 및 성장, 평가 및 보상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관 심과 배려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다. 친절한 말과 웃는 얼굴 로 대화를 나누고 공감적으로 경청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다. 개발과 성장은 교육 및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앞으로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고 다음에 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라고 격려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평가 및 보상은 공정한 평가에 기초를 두고 직원들의 회사에 대 한 기여에 따라 보상함으로써 일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불교에는 인정에 대한 가르침도 많다. 무재칠시는 관심과 배려의 완벽한 내용 을 보여주고 있다. 무재칠시는 화안시와 언시, 심시, 안시, 신시, 좌시, 찰시 등 일 곱 가지의 보시를 말한다. 재가자의 인간관계에서의 책무를 설명해놓은 『시갈로 바다경(육방예경)』에 보면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있다.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도전적인 일을 주고 능력에 따라 일을 배분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 은 개발과 성장과 관련한 것이고, 고용인에게 임금을 후하게 공정하게 지불하라 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평가와 보상과 관련한 것이다. 2,500년 전에 개발과 성장 그리고 평가와 보상에 대한 원칙까지 설명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그 당시 상 업이 상당히 발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동체 조직 

  나를 찾는 경영, 자아실현 경영을 하면 직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열정과 애정 을 가지게 되므로 그 조직은 공동체가 된다. 공동체 조직은 비전 공유, 신뢰 관계, 장기적인 관계의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비전을 공유할 때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열정과 애정은 서로 도와 열심히 일해 회사의 비전 을 달성해보자는 것이므로 사심이 없는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서로가 신뢰 할 수 있다. 또한 자아실현 경영은 직원들에게 자아실현이라는 삶의 의미와 보람 을 느끼게 해 조직 내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한다. 

  불교에서도 조직이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섭법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요소로 보시, 애어, 이행, 동사를 말하는데 보시, 애어, 이행은 애정과 관련한 것이고, 동사는 비전을 공유하는 것과 관련하므로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 조직의 요소와 비슷하다. 『육화경』은 공동체의 특징인 신뢰로부터 나오는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자아실현 공동체 경영

  지금까지 설명한 자아를 찾는 경영, 자아실현 경영은 중심 개념이 가치(Values) 다. 가치에 기초를 두고 성품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아실현 경영을 V이론으로 부른다(V이론에 대해서는 노부호. 2017.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서울: 21세기비즈니스. 참조). 자아실현 경영은 또한 공동체 조직이 되기 때문에 V이론은 자아실현 공동 체 경영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실현 공 동체 경영을 하면 자본주의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르크스도 비판한 직원들이 직장에서 일에 흥미를 잃고 몰입하지 못하고 스트레 스를 받는 소외 현상이 많이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숭고한 비전이 있으므로 환경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경영자라는 직업이 하나의 숭고 한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로 하여금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최상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직업도 이렇게 중요 한 최상의 행복을 제공하는 직업은 없다. 어쩌면 성직자보다 더 숭고한 일을 한다 고 할 수 있다.

노부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통제경영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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