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으로 이해하는 불교 경전 길라잡이|『담마빠다(법구경)』
불자의 필독 교양서
『담마빠다(법구경)』
일아 스님
경전 번역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승가대학 시절 온통 대승 경전 일색으로만 배운 경전들에서는 부처님의 생생한 모습과 역사적인 부처님의 행보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미얀마 마하시 명상 센터에서 수행하게 되었고, 그때 빠알리 경전을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영어로 된 『담마빠다』를 읽게 되었다. 한역 『법구경』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 느낀 것은 ‘아니 이렇게 쉽게 표현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감동을 주었던 진리의 정수로 응축되어 있는 경전인 『담마빠다』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이 경전을 알기 쉽게 대중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불교를 잘 모르는 독자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담마빠다』를 소개하는 의미가 크기에, 『담마빠다』 게송을 인용하면서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이 경전이 행복을 줄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다루어보려고 한다.
경전의 제목과 역사
한역된 『법구경』은 빠알리 원전보다 많은 양의 게송을 첨가했으며(329개, 537개가 첨가된 두 본이 있다), 인도-중국-한국어 번역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원전과 다르게 되었다. 나는 빠알리 원전 제목 그대로 『담마빠다(Dhammapada)』라 부르려고 한다. 담마는 다양한 뜻이 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를 뜻한다. 빠다는 ‘게송, 말씀’을 뜻한다. 그래서 적합한 번역은 ‘가르침의 게송, 또는 진리의 말씀’이 합당하다.
『담마빠다』는 빠알리 경장에 속해 있으며 현재 존재하는 불교 경전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부처님 재세 시에 어떤 게송은 이미 구전되었고, 부처님 열반 후 3개월째 1차 결집에서 합송해 구전되었다. 기원전 94~80년에 스리랑카에서 전체 빠알리 삼장이 집대성되고 체계적으로 쓰여 보급된 것이다.
『담마빠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이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수행자의 바른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의 숭고함, 인간 삶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느껴지는, 허황되지 않은 현실 직시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직선적이고 분명한 가르침, 감각기관의 절제, 악행은 나쁜 과보를 받고, 선행은 좋은 과보를 받는다는 인과응보를 강조한다. 그리고 명상과 선정을 찬탄한다.
『담마빠다』는 423개의 게송으로 되어 있으며 각 게송들은 같은 주제끼리 모아 2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담마빠다』는 한마디로 말해 초기 교단 내에서 게송 형식으로 유포되던 게송 가운데 가장 교훈적이고 감동을 주는 게송들을 모은 경전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에 가까운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담마빠다』는 분량은 적지만 가히 불교를 대표하는 성전이라 할 수 있고 세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게송들은 마치 격언이나 금언처럼 보편타당성을 담고 있는 진리의 가르침이기에 모든 계층의 사람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또한 실제적으로 현실의 삶과 연관된 바른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나침판과 같은 경전이기에 모든 이들의 필독 교양서라고도 할 수 있다.
게송들은 순수하고 심오한 통찰력과 지혜로 가득 차 있다. 짧은 게송 속에 백 천 마디의 말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완전히 핵심을 녹여서 응축한 진주의 찬란한 빛과 같은 가르침이다. 『담마빠다』는 불교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다. 그래서 온 인류의 행복을 위한 책이다. 『담마빠다』는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영어 번역은 100여 개가 넘을 정도다.
2,500여 년 부처님 말씀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공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진리의 말씀은 변함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경전의 내용이 현대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담마빠다』는 상좌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줄줄 외우는 예식서가 될 정도로 상좌 불교국가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가히 짐작이 된다. 그리고 특히 서구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1855년 덴마크의 번역을 필두로 독일어 번역과 영어 번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면서, 고단한 현대인의 삶에 위로와 평안과 행복을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므로 세계의 어떤 종교보다도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얻는 길을 분명히 보여주어 현대인에게 어떤 종교보다도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현대는 컴퓨터와 휴대폰 등 기계 문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시작해 잘 때까지, 거기에 중독되어 기계의 노예가 되어 헤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끌려가는 삶을 산다. 몸과 마음은 잠시라도 쉴 사이 없이 수많은 정보로 머릿속은 가득 차 있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에는 온갖 비난과 갖은 욕도 서슴지 않는다. 어떤 유명 여배우는 비난 댓글에 위축되어 자살하기도 했다. 이런 아수라장 같은 인터넷 세상을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할까? 게송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게송 227-228 : 이것은 오래된 것이니 아뚤라! 이것은 단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용히 앉아 있다고 비난한다. 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한다. 알맞게 말해도 역시 비난한다.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오직 비난만 받는 사람도, 오직 칭찬만 받는 사람도,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없다.
주 : 이 게송은 재가 신도 아뚤라가 가르침을 듣기 위해 세 명의 존자들을 방문했으나, 다 만족하지 못하고 부처님께 가서 만족할 수 없어서 왔다고 하니, 부처님은 “깨달은 붓다도 누구는 비난하고 누구는 칭찬한다”고 하시면서 위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 세상을 사는 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비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칭찬과 비난에 너무 동요되지 말고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함을 가르치신다. 부처님은 이렇게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신다.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온갖 현대 물질문명은 사람을 유혹한다. 금전만능주의는 인간성을 말살한다. 온갖 퇴폐 문화는 젊은이들을 수렁으로 끌어들인다.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해 비만으로 치닫는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온갖 폭력과 살인 등이 늘어간다. 이런 현대인들을 위한 부처님의 처방은 무엇일까? 다음 게송이 해답이다.
게송 103 : 전쟁에서 백만 대군을 정복하는 것보다 하나의 자신을 정복하는 사람이야말로 그는 참으로 전쟁의 가장 큰 승리자이다.
주 : 그렇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이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불행이 일어나 남도 불행하고 자기도 불행하게 된다. 지옥도 천국도 자신이 만든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며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담마빠다』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주신다.
『담마빠다』가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면 좋을까?
인간은 던져진 존재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성공을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하는 야박한 현실 속에 살아간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담마빠다』의 심금을 울리는 샘물 같은 말씀이 용기와 희망과 평안을 주었으면 한다. 또한 현대인들의 바른 삶의 가치관 형성에 이 경전이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분명히 『담마빠다』의 선한 영향력은 현대인들을 행복과 평안으로 인도할 것이다.
불교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경전이 너무 많고,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며, 이해해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처님의 진짜 가르침은 『담마빠다』처럼 읽어서 금방 알 수 있고 감동적인 가르침이다. 후대에 너무 어렵게 되어버린 것 같다.
부처님의 역사적인 생생한 모습과 초기 불교의 순수한 모습, 결코 어렵지 않은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을 만날 수 있는 초기 경전은 어떤 것일까? 불교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빠알리 경전을 강력히 추천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담마빠다』는 단연 불교를 대표하는 성서로 자리매김했다. 『담마빠다』는 불교 경전 중 가장 오래되었고,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에 가까운 경전이다, 또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을 짧은 게송 속에 감동적으로 녹여놓았기에, 수많은 미사여구보다 더 마음을 울린다. 『담마빠다』가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바른 길의 안내자가 되어, 행복과 평안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일아 스님 서울여자대학교와 가톨릭 신학원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이후 조계종 비구니 특별선원 석남사에서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스토니부룩주립대 종교학과와 웨스트대 비교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국과 미얀마 명상 센터에서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소까-각문과 역사적 연구』, 『부처님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가르치셨나』가 있고, 역서로 『숫따니빠따』, 『담마빠다』,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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