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생활 속 명상]
오디세우스의 귀향과 떠도는 마음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면서, 약 2,700년 전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읽히고 새롭게 해석되어 온 이야기가 오늘날 다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오디세이아』를 관통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노스토스(Nostos), 즉 귀향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폭풍에 휩쓸리고, 낯선 섬을 떠돌고, 괴물을 만나고, 때로는 유혹에 붙잡힌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의 귀향에는 10년이 걸린다.
오디세우스의 긴 여행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 목적지가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자신이 떠나온 고향이라는 점이다. 그는 수많은 곳을 거쳐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곳은 이타카다.
우리의 마음도 자주 떠돈다. 해야 할 일에 쫓기고,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한다. 인정받고 싶은 나, 이기고 싶은 나, 불안한 나, 후회하는 나가 그때그때 마음을 차지한다.
명상·마음챙김·긍정심리 훈련(MMPT, Meditation·Mindfulness·Positive Psychology Training)의 마음사회이론에서는 우리 마음에 이처럼 여러 ‘나’가 살아간다고 본다. 각각의 ‘나’에게는 바라는 것이 있고, 그 바람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이 있다. 인정받고 싶은 나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실패하고 싶지 않은 나는 혹시 잘못될 가능성을 먼저 살핀다. 화가 난 나는 상대방의 잘못에 주목하고, 불안한 나는 위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나’와 함께 살아간다.
욕구와 생각이 쉬는 자리, 영점 ‘나’
그러나 그 모든 ‘나’가 잠시 쉬는 자리도 있다. 무엇을 바라지도 않고, 무엇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마음의 기준점. 동기의 값도 0, 인지의 값도 0인 ‘영점-나(Zero-I)’다. 영점-나는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획득해야 하는 특별한 나가 아니다. 욕구와 생각이 쉬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마음의 기본상태다. 마음사회의 여러 ‘나’가 떠나오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은 바로 이런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노스토스다. 어떻게 돌아갈까?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호흡을 느끼고, 몸의 감각을 느끼고,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감각에 주의를 슬쩍 열어주면서 이런저런 욕구와 생각을 잠시 쉬게 한다.
우리 마음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호흡이나 몸, 소리와 같은 감각을 충분히 경험하는 동안 욕구와 생각에 사용되던 마음의 자원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생각을 없애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욕구와 생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감각에 주의를 열어준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욕구와 생각이 쉬면 인정받고 싶은 나도, 잘하고 싶은 나도, 걱정하는 나도 잠시 쉬어진다. 마음은 영점-나로 돌아온다.
영점-나는 오랫동안 명상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지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영점-나로 돌아간다. 공원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다. 길을 걷다가 시원한 바람이 뺨에 닿는 것을 가만히 느낄 때도 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 느낌을 경험할 때도 있다. 그 순간에는 성공한 나도, 실패한 나도, 잘난 나도, 못난 나도 쉬고 있다. 그저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은 것이 아니다. 욕구와 생각이 쉬면서 마음의 기본상태가 드러난 것이다.
명상,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고향에 돌아왔다고 해서 그곳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여러 ‘나’가 필요하다. 공부할 때는 배우고 싶은 나가 필요하고, 일을 할 때는 잘 해내고 싶은 나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아끼고 돌보고 싶은 나가 필요하고, 즐길 때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나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시 고향을 떠나 삶으로 나간다.
중요한 것은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어떤 ‘나’에 너무 오래 붙잡힐 때가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는 나와 함께 며칠을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나를 따라 한참을 가기도 한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나와 함께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마음의 바다를 떠돌기도 한다. 그럴 때 다시 돌아오면 된다. 호흡을 한 번 느껴본다. 발바닥의 감각을 느껴본다. 뺨에 닿는 바람을 느껴본다. 감각에 주의를 슬쩍 열어주고 욕구와 생각을 잠시 쉬게 한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영점-나가 있다. 다만 우리의 이타카는 멀리 있지 않다. 10년을 떠돌 필요도 없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일하다 잠시 손을 멈추고도, 길을 걸으면서도 돌아갈 수 있다. 한 번의 호흡으로도 돌아갈 수 있다. 명상은 마음의 노스토스다. 삶이라는 바다를 아무리 멀리 떠돌더라도 우리에게는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있다.
김정호|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며 한국MMPT심리협회 회장이다. 한국심리학회 회장, 한국건강심리학회 회장,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마인드 리터러시 함양을 통해 성장과 행복을 증진하는 명상‧마음챙김‧긍정심리 훈련(MMPT)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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