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소개합니다 / 대원불교학술총서 『숨을 쉬세요, 당신은 살아 있어요!』
호흡 수행으로 읽는 참여불교의 길
『숨을 쉬세요, 당신은 살아 있어요!』는 틱낫한 스님이 영어로 번역하고 해설한 Breathe, You Are Alive!: Sutra on the Full Awareness of Breathing (Ānāpānasati Sutta)의 우리말 번역이다. 국내 초역이다. 중국 대장경에는 2세기 한역 『대안반수의경(大安般守意經)』이 전한다. ‘안반(安般)’은 아나파나(Ānāpāna)의 음사이며, 아나파나사띠(Ānāpānasati)는 한역하면 입출식념(入出息念)이다. 틱낫한은 이를 “호흡에 의한 완전한 알아차림”으로 풀었다.
틱낫한은 자신의 사상과 수행을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경전에 비추어 해설하고 실천하면서, 현대 마음챙김 수행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그의 경전 해설은 두 갈래다. 하나는 접현종(接現宗), 곧 참여불교의 근거를 오래된 경전에서 확인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경전을 우리의 삶 속에서 되살리는 일이다. 이 책은 이를 호흡 수행으로 구체화한다.
이 경전에 대한 틱낫한의 해설은 한국불교를 새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알아차림과 마음챙김 중심의 수행은 간화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한국불교 수행 전반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틱낫한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번역 초기에는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옮겨야 하기에 번거롭다. 이 책은 한문 경전까지 대조해야 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윤문 단계에서는 짧은 시구 같은 문장이 이어져 시를 옮기듯 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틱낫한이 영어 시인이라면 나는 한글 시인이 되려나. 이 책으로 ‘정확하고 아름답게 번역하기’를 내세운 나의 틱낫한 번역 작업도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호흡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고, 그 힘으로 세상에 다시 들어가는 참여불교의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
이 책에 나오는 「안내명상」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금 도착했다, 집에.
여기 지금
나는 단단하고 자유로워
구경의 자리에 나는 머무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다투는 사람들은 아직 마음의 ‘집’에 이르지 못했거나 서로 다른 ‘집’을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진정한 참여불교도라면 구경의 자리에 머물러도 세속을 떠날 수는 없다. 구경의 자리에서 얻은 단단함과 자유를 세속에서 구현해야 한다.
참여의 의지와 용기의 철학적 근거는 틱낫한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두 차원으로 요약한 다음 대목에 잘 드러나 있다.
분열의 시대, 호흡으로 세상을 다시 만나다
“세계에는 두 개의 차원이 있습니다. 역사적(속계의) 차원과 구경의(절대적) 차원입니다. 우리는 역사적 차원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차원에서는 생과 사, 처음과 끝, 존재와 비존재, 높음과 낮음, 성공과 실패가 있고, 우리는 거기에 머무는 것에 익숙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역사적 차원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차원에 깊숙이 접해서 구경의 차원에 머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개의 차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경의 차원에서 역사적 차원을 떼어낼 수도 없고, 역사적 차원에서 구경의 차원을 떼어낼 수도 없습니다. 파도와 물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물에서 파도만을, 파도에서 물만을 제거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니르바나에 들어가기 위해, 무상과 무아를 내버리지 마세요. 무상과 무아를 내버리면, 니르바나는 남지 않습니다. 꼭 파도와 물의 관계와 같습니다. … 역사적 차원에 깊이 접할 때, 니르바나에도 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원한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절망, 공포, 슬픔을 안아주면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의 길이 보이지만, 최종적인 구제(救濟)는 열반으로 비로소 얻어집니다.”
이 책은 구경의 차원에 머무는 일과 역사에 깊이 발을 딛는 일이 둘이 아님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틱낫한이 현대인에게 전한 부처님의 길이다. 호흡은 수행의 길이자 자신과 세상을 함께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다. 이 번역이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작은 인연이 되기를 바란다.
허우성|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철학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희대 명예교수, 동 대학 부설 비폭력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등이 있고, 역서로는『달라이 라마의 정치철학』.『초기 불교의 역동적 심리학』,『숨을 쉬세요, 당신은 살아 있어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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