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업(業),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법학자·심리학자·스님·생명과학자가 답하다
'업보'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쓰고 있을까.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구상진)이 이 질문 하나로 월간『불교문화』2026년 9월호(통권 제313호)를 펴냈다. 이번 호 특집 '업(業),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는 법학자, 심리학자, 스님, 생명과학자 네 사람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업'의 진짜 얼굴을 파헤친다.
구상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은 초기경전 원문과 산스크리트·팔리어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의도(思)가 곧 업"이라는 부처님 말씀의 근거를 짚는다. 유식학의 아뢰야식·종자설을 현대 뇌과학의 신경가소성 연구와 나란히 놓으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속 의도야말로 가장 먼저 다스려야 할 업이라고 말한다. 김정호 교수는 행동치료에서 인지행동치료를 거쳐 마음챙김 기반 치료로 이어져 온 현대 심리치료의 흐름을 되짚으며, 그 한가운데 부처님이 2,500년 전 이미 강조했던 '의도'가 다시 놓여 있다고 짚는다. 업을 '반복된 동기·인지·행동이 만든 습관적 패턴'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지금의 선택으로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법장 스님은 개인의 업이 대승불교에서 '공업(共業)'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짚으며, 올여름 폭염 같은 기후위기도 인류가 함께 지어온 공업의 결과라고 말한다. 문일수 교수는 '타고난 유전자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과 '과거의 업이 현재를 좌우한다'는 흔한 오해가 실은 닮은꼴이라는 데서 출발해, 후성유전학이 밝혀낸 '같은 DNA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는 사실로 유전자도 업도 고정된 운명이 아님을 증명한다.
9월호에는 특집 외에도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조민기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속 숨은 이야기를 꺼낸다. 인조반정의 성패를 가른 숨은 조력자가 다름 아닌 비구니 '예순 스님'이었다는 사실인데, 드라마 <서궁>, <보쌈-운명을 훔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인물들과 겹쳐 읽으면 더 흥미롭다. 정여울 작가는 지친 도시인이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을 찾아가며 만난 낯선 이들의 다정한 환대를 담담하게 그리는 힐링 에세이를 선보이고, 법상 스님은 선문답을 통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놓치고 사는 '있음' 그 자체를 짚는다. 문진건 교수는 '왜 나만 하는 일마다 안 풀릴까'라는 흔한 넋두리 뒤에 숨은 마음의 순환 고리를 풀어내고, 여태동 작가는 국가보물 목각탱을 품은 도심 속 사찰, 서울 경국사 쌍보리수길을 걸으며 걷기명상을 권한다. 전 세계에 마음챙김 열풍을 일으킨 틱낫한 스님의 『Breathe, You Are Alive!(숨을 쉬세요, 살아 있어요!』도 서울대 명예교수 허우성의 완역으로 국내 첫 소개된다.
월간 『불교문화』 9월호는 불교문화 웹진(www.buddhistcultur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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