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선생님이 무술 유단자였다, 그것도 '불교 무술'

나의 불교 이야기

불교와의 만남

내 방에는 여러 불상과 불화가 모셔져 있다. 그만큼 나는 오래전부터 붓다와 불교를 가까이해 왔다. 중학생 시절, 학업 스트레스와 사춘기의 혼란 속에서 마음의 괴로움이 컸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김정빈의『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읽고 처음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만났다. 인생의 괴로움에 대한 설명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고, 불교는 삶의 의지처가 되었다.

나는 매일 불교 잡지를 읽고 절을 찾아 108배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구절을 좋아했다. 가는 곳마다 삶의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진실하고 싶었다. 이후 불교 종립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불교 수업과 불교 학생회 활동을 통해 불교와의 인연을 더욱 깊게 이어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불교 무술 선무도를 만났다. 몸을 사용한 무술 수행은 지친 수험생활 속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 수련을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고 공부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재수 시절 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기도하던 중 천수경 독송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불교가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지는 자비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이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였던 스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진학하였다.

불교 공부를 시작하다

대학에서 불교를 전공하며 개인적으로 위빠사나 수행 과정을 이수했고, 교리 공부와 수행을 함께 이어갔다. 학과 내 연구 모임을 통해 초기불교를 깊이 공부했다. 선무도 역시 꾸준히 수련하여 2008년 서울시 전통무예 대회에서 선무도(선관무)로 3위를 차지했고 2013년에는 3단을 획득했다.

특히 김종욱 교수님의 강의는 불교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게 해주었다. 교수님은 불교와 철학, 심리학, 인지과학의 접점을 강조하셨고, 나는 그 영향을 받아 대학원에서 불교와 심리학을 연계한 연구를 진행했다. 석사학위 논문은 초기불교의 행(行) 개념과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이론을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학문 연구와 함께 불교 수행과 무술 수련도 놓지 않았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한 경전 내용은 『상윳따 니까야』첫 구절 이었다. “나는 이처럼 머무르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으면서 (인생의) 거센 흐름을 건넜다”는 붓다의 말씀이다. 그 가르침 속에서 중도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고 싶었다.

사회생활과 새로운 도전

대학원 졸업 후에는 학문보다 삶의 현장에서 불교를 실천하고 싶었다. 또한 생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종교 교사와 도덕·윤리 교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 속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불교 공부와 수행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미국 보스턴 문수사에서 국제포교사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는 한국인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불교, 선무도, 태극권, 명상을 지도했다. YMCA와 학교, 시니어 시설 등에서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며 교육 활동을 펼쳤다. 또한 미국의 대표 명상 프로그램인 MBSR을 이수하고 요가 교사 자격증도 취득하며 경험의 폭과 시야를 넓혔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높은 물가와 가족 부양의 부담은 생각보다 컸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결국 가족과 함께 귀국을 결정했고, 매일 기도와 독경을 하며 다시 가야 할 길을 찾고자 했다.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다

한국에 돌아온 뒤 한동안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봉은사 템플스테이 관련 업무를 맡게 되었으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직접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후 다시 교직에 복귀하여 도덕·윤리 교사로 학생들을 만났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수업에 접목하자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나 역시 큰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중 불교 종립학교인 광동중학교에 지원하게 되었고, 마침내 교사이자 교법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

현재 나는 도덕·윤리 수업뿐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명상하고 예불하며 불교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 불교학생회 활동,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법회와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부 정진과 회향, 그 삶을 위하여

나는 지금도 매일 초기경전을 읽고 통찰 명상을 수행한다. 정기적으로 선원을 찾아 수행에 참여하며, 움직임 명상인 선무도와 태극권 수련도 이어가고 있다.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무상·고·무아를 체험할 때면 붓다의 가르침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진실임을 느낀다.

물론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 흔들릴 때도 많다. 그러나 다시 삼독심을 알아차리고 붓다의 가르침으로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수행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계·정·혜 삼학을 닦고 팔정도를 실천하며, 불교와 무술 공부한 공덕을 세상과 즐겁게 나누는 것이 나의 서원이다.

『상윳따 니까야』에는 “나와 그대들 모두 속박에서 벗어났다.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는 붓다의 말씀이 전해진다. 전법 선언이다. 나는 이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오늘도 공부하고 수행하며 인연 닿는 곳에 회향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불자의 길이다.

 

손범준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과 윤리문화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초기불교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보스턴 문수사에서 국제포교사로 활동했다. 현재 광동중학교에서 교법사이자 도덕교사로 전법과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선무도(선관무)와 태극권 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논문으로「초기불교 행(行) 개념의 심리학적 연구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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