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선어록 / 나옹어록
1.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색을 보면 색을 넘어서지 못하고 소리를 들으면 소리를 넘어서지 못한다.2) 어떻게 하면 소리와 색을 넘어설 수 있을까?
盡大地人, 見色不超色, 聞聲不越聲. 作麽生超聲越色去?
2. 소리와 색을 넘어섰다면 반드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바른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까?
旣超聲色, 要須下功. 作麽生下个正功?
3. 공부에 매진했다면 반드시 공부를 무르익게 해야 한다. 공부가 무르익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은 어떤 경계인가?
旣得下功, 須要熟功. 正熟功時如何?
4. 공부가 무르익었다면 더욱 정진하여 화두를 타파해야 한다.3) 화두를 타파했을 때의 경계는 어떠한가?
旣能熟功, 更加打失鼻孔. 打失鼻孔時如何?
5. 화두를 타파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심심하여 아무 맛도 없고 아무 기력도 없다. 이렇게 의식이 움직이지 않고 마음의 작용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또한 자신의 허망한 몸이 인간 세상에 있는 것도 알지 못한다. 이 경계에 이르면 이는 무슨 소식인가?
鼻孔打失, 冷冷淡淡, 全無滋味, 全無氣力. 意識不及, 心路不行時, 亦不知有幻身在人間. 到這裏, 是甚時節?
6. 공부가 시끄럽거나 고요한 어떤 경계에서도 빈틈이 없고4)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5) 한결같은 데 이르면 부딪혀도 흩어지지 않고 휩쓸려도 사라지 않는 것6)이 마치 개가 기름이 끓고 있는 솥을 보고 핥아 먹고자 해도 핥을 수 없고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두지 못할 때와 흡사하니7) 어떻게 이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가?
工夫旣到, 動靜無間, 寤寐恒一, 觸不散蕩不失. 如狗子見熱油鐺相似, 要舐又舐不得, 要捨又捨不得時, 作麽生合殺?
7. 돌연 목적지에 이르게 될 것이니, 마치 120근의 짐8)을 내려놓는 것과 같이 단번에 자르고 순식간에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 어떤 것이 그대의 자성인가?
驀然到得, 如放百二十斤擔子相似, 啐地便折, 嚗地便斷時, 那个是你自性?
8. 자성을 깨달았다면 반드시 자성의 본래 작용과 인연을 따르는 응용을 알아야 한다. 본래 작용과 응용이란 무엇인가?
旣悟自性, 須知自性本用, 隨綠應用. 作麽生是本用應用?
9. 자성과 작용(본래 작용과 응용)을 알았다면 반드시 생사를 벗어나야 한다. 눈빛이 땅에 떨어지며 임종하는 순간에 어떻게 생사를 벗어나는가?
旣知性用, 要脫生死. 眼光落地時, 作麽生脫?
10. 생사를 벗어났다면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을 반드시 알아야 하니 사대가 각기 흩어지면 어디로 가는가?
旣脫生死, 須知去處, 四大各分, 向甚處去?
1) 나옹선사가 학인의 공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점층적으로 구성한 열 가지 질문. 공부선(工夫選)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옹선사가 전에 금경사에 있었을 때, 공민왕이 좌가대사 혜심(慧深)을 시켜 스님에게 묻게 했다. '어떤 언구로 공부인을 시험해 뽑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먼저 입문 등의 삼구를 묻고 다음에 공부십절을 물으며 마지막에 삼관(三關)을 물으면, 공부와 수행이 깊은지 얕은지를 시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모두 알기는 힘들기 때문에 십절과 삼관까지는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법회가 끝나자 공민왕이 천태종 스님인 신조(神照:여말선초의 권승)를 시켜 공부십절을 묻게 하니 나옹선사가 손수 써서 임금께 올렸다."(『懶翁語錄』 「行狀」 韓6 p.707a20. 師之前在金經寺也, 上使左街大師慧深, 問師曰, '何以言句, 試取功夫?' 師答云, '先問入門等三句, 次問功夫十節, 後問三關, 可驗功行淺深. 衆皆未會故, 不及十節三關.' 會罷, 上使天台禪師神照, 請問功夫十節, 師手書進獻.) 「行狀」에 따르면 공민왕 20년(1370)에 개경에 있던 광명사(廣明寺)에서 공민왕 입회하에 공부선이 있었는데, 나옹이 주맹(主盟)이 되어 제 종파의 학인을 시험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환암혼수(幻庵混修 1320~1392)에게 삼관(三關)까지 물었다고 전한다. 앞의 인용문에 근거하면, 공부십절목에 대한 문답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생각하여 알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대해탈문은 각각 당사자의 본분에 있으며 아득히 먼 겁의 세월 이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실오라기 하나만큼의 간격도 없고 실오라기 하나만큼의 부족함도 없다. 다만 그대들의 근기와 품성이 각기 다르고 지혜로운 식(識)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소리를 들으면 소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색을 보면 색을 넘어서지 못한다."(『元叟行端語錄』 권5 「拙隱居士求示」 卍124 p.35a8. 此不思議大解脫門, 在各各當人分上, 從曠劫至今, 無絲毫間隔, 無絲毫虧欠. 只爲你根性不等, 智識不明, 聽聲不出聲, 見色不超色.)
3) 타실비공(打失鼻孔). '타실'은 타파(打破)와 같은 말로 어떤 장애를 깨뜨려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비공'은 코라는 말로서 코가 얼굴의 중심에 있다는 뜻에서 확장되어 핵심 또는 중심이라는 말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공부의 과제인 화두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말은 '화두를 타파하다' 또는 '핵심이 되는 문제를 깨닫다'라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
4) 무간(無間). 화두 이외에 다른 생각이 파고 들어올 틈이 없는 것으로 무간단(無間斷)과 같다. 太古語錄 주석194)·196) 참조.
5) 太古語錄 주석196) 참조.
6) 太古語錄 「答方山居士」 원문 및 주석195) 참조.
7) 개가 뜨거워서 혀를 댈 수도 없지만 먹고 싶어서 그만두지도 못하는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은산철벽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비유한다. 동일한 비유가 『大慧語錄』 권17 大47 p.883b2에 나온다.
8) 화두를 가리킨다. 화두는 의단을 가지고 항상 짊어지듯이 의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므로 무거운 짐에 비유한다. 반면 화두를 타파한 경지는 '백이십 근의 짐을 내려놓았다'라고 표현한다.
"진영(眞影)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옛날 수행할 적에 이 노화상께서 120근의 짐을 내 몸에 던져주셨던 인연으로 지금은 천하가 태평하게 된 것이다.'"(『楊岐語錄』 大47 p.642b7.指眞云, "我昔日行脚時, 被者老和尙, 將一百二十斤擔子, 放在我身上, 如今且得天下太平.") ; "그 학인에게는 역량이 있었기에 조주가 120근의 짐을 보내어 그의 어깨에 걸쳐주었던 것이다. 학인은 그 짐을 짊어지고 한숨에 120리의 먼 길을 내달렸고, 더 이상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지 않았다."(『大慧語錄』 권16 大47 p.879a13. 這僧有力量, 趙州將一百二十斤檐子, 一送送在他肩上. 這僧荷得, 一氣走一百二十里, 更不回頭.)
나옹어록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의 어록이다. 원제목은 『나옹화상어록(懶翁和尙語錄)』이며, 『보제존자어록(普濟尊者語錄)』이라고도 한다. 개당(開堂)・입원(入院) 등의 설법과 결제상당(結制上堂)・해제상당(解制上堂)・욕불상당(浴佛上堂) 등의 상당, 각종 보설(普說)・소참(小參)・만참(晩參)・시중(示衆) 등이 수록되어 있고, 지공화상의 탄생일・입적일과 기골(起骨)・입탑(入塔) 등의 행사 때 행한 법어, 제자들과 재가 신자들 개개인에게 내려준 법어, 스님들의 입적 때 행한 하화(下火)・살골(撒骨)의 법문 그리고 대어(代語)・감변(勘辨)・착어(着語) 등이 실려 있다. 또한 입문삼구(入門三句)・삼전어(三轉語)・공부십절목(工夫十節目) 등에서는 선의 도리를 간명하게 정리하여 제시했다
* 이 글은 『정선선어록』 (역주 김영욱, 엮은 곳 대한불교조계종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2009년)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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