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 대신 '절공'하던 청년, 군대 법당의 풍경을 바꾸다

나의 신행일지[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



중학교 때 청소년 대표로 소녀상 건립에 동참한 게 불연의 시작
동국대학교 진학 후 봉은사서 대학생법회 회장으로 전법에 매진
군 복무하며 군종병으로 활약…현재의 3배 불연 늘리는 게 목표

평등의 가치로 불연을 만나다

고교 졸업할 때까지 두타산 자락의 삼화사에 다녔다. 2019년 한일무역분쟁과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이 쏟아질 때, 지역사회에서 소녀상을 세우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회장이었던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청소년을 대표해 ‘동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에서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고,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책과 기사를 접하며 할머님들의 명예 회복에 일생을 바치신 월주 큰스님과 나눔의집을 우리 종단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화사는 국행수륙재가 봉행되는 사찰이다. 수륙재 특징 중 하나가 ‘오로단’이다. 오로단 의식은 불보살, 귀신, 영혼,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모든 존재를 제단에 모으는 것이다. ‘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라는 이름처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수륙재의 정신이다. 그런데 비수도권에 살아가면서 주거, 교육, 의료, 교통 등 모든 사회 인프라의 차이를 보며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평등해야 하는데’라는 사회적 문제를 느끼게 되었다.

헌법을 공부하며, ‘인도 헌법의 아버지’ 암베드카르를 알게 되었다. 불가촉천민 출신이었으나 평등의 원칙을 인도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불교로 개종하여 ‘인도 불교의 중흥자’라고도 불린다. 수륙재와 암베드카르를 통해 나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남들은 ‘카공’을 할 때 ‘절공’을 해서 그런지,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을 앞두고, 삼화사 선덕이신 원명 스님이 주지로 계시는 봉은사를 찾았다. 주지스님은 “봉은사 계층 법회 중에 ‘대학생법회’가 있는데, 나가보라”고 말씀하셨다. 큰 절이라 규모가 클 것이라 예상했지만, 법회 참가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법사 스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고 정말 잘 챙겨주셨다.

한강 야외법회를 했을 때다. 스님은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서 동그란 원을 그리시고는 “원 안에 있어도 죽고 원 밖에 있어도 죽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원을 지우면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 편 네 편, 내 사람, 남의 사람, 너무나 많은 벽을 치고 살아간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짧은 법문은 낯선 서울에서 선을 그으며 살아가던 내 머리를 한 대 내리치는 듯한 가르침이었다. 그 후로, 친구를 내 기준과 잣대가 아닌 그 자체로 보게 되었다.

그렇게 1년간 봉은사 대학생법회 법우로서 열심히 절에 다녔다. 학교에서는 지역미래불자육성 장학생이 되어 상월결사 마음방생 평화순례, 대학생동아리 연합 화합 축제 ‘대동연화' ‘사부대중 전법대회' 등 대학생 전법 활동에 동참하며 불교와의 인연은 깊어졌다.

연말이 되었을 때, 지도법사 스님은 대학생법회 회장에 출마해보라고 제의했다. 1년간 느낀 것을 바탕으로 직접 법회를 이끌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겨 차기 회장에 당선되었고, 주지스님을 찾아뵈었다. 주지스님은 “봉은사 대학생법회 법우를 50명에서 100명으로 만들라”라는 미션을 주셨다. 또 지도법사 스님은『금강경』구절을 인용하여 ‘전법이 최고의 공덕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인스타그램을 활성화하고, 염주 만들기, 사경 등에 국한되어 있던 법회 활동을 다양화시켰다. ‘대학생도 절로, 봉은시그널’ ‘대학생 명상대회’ ‘부처님 법 배웁시다’ ‘MBTI별 향수 만들기’ ‘선재 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즐겁게 신행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학생법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여름이 오기 전, 법우 수가 기존에 비해 3배 늘었고, 봉은사 대학생법회 법우 수도 80명에 육박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키우신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한 내가 미웠다. 큰 슬픔과 자책에 잠겨 있을 때, 지도법사스님은 동해까지 차를 타고 오셔서 할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위해 염불해주셨다. 장례식장에 울려 퍼진 염불 소리는 곁을 지키지 못한 나 또한 위로해주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스님은 “목련존자처럼 앞으로 준우가 더 열심히 공덕을 쌓아서, 할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위해 회향하라”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불자로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고, 더 열심히 부처님 법을 전하자고 다짐했다.

‘전법이 최고의 공덕’이라는 서원으로 대학생법회 회장 소임을 다하다

대학생법회 활동 중 아이디어에 한계가 왔고, 법우 수는 더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너무 재미에만 치중된 활동을 한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더 불교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그러던 중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고, 곳곳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돌아와 초하루 법회에서 주지스님이 “우리는 상견중생이다. 집에 가면 간절한 마음이 없어진다. 그래서 집에도 부처님을 모셔서 항상 부처님을 가까이해야 한다”라는 법문하셨는데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서 나는 지도법사 스님께 작은 불상을 점안 받아서 방에 모셨다.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는 마음에 행실을 더 바르게 하고, 집을 나가기 전과 후에 부처님께 인사드리는 나를 보며, 부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실천을 중요시하는 불교 신행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생법회에서 “부처님을 모십시다” 캠페인을 진행했고, 많은 대학생들이 동참했다. 열심히 활동하여 임기를 마칠 때 교수붓다회 대학생 전법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회장직을 회향했다.

군종병으로 이어진 새로운 전법의 장

군 입대를 앞두고 ‘군종병을 선택했다. 대학에 다니는 2년간 불교 장학금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봉은사에서 귀한 법문도 듣고 회장직을 맡으며 값진 경험을 했다. 학교와 절을 통해 받은 소중한 은혜를 군포교를 통해 보답하고 싶었다.

2025년 4월 10일 인제 3군단 ‘호국봉암사’로 자대배치를 받아 복무하고 있다. 자대에 오니 군종병이 없어 법사님이 혼자 법당을 이끌고 계셨다. 나는 매일 5시 20분에 기상하여 도량을 청소하고, 법당에 필요한 것들을 메모해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 메모를 모두 지우고 전역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용사들이 불교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법사님과 함께 매주 법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또한 민간 보살님들이 기도 일정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 단톡방을 통해 일정을 안내해드림으로써 신행 활동을 편하게 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법회를 진행하며 용사들이 좌복에 앉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산이 없었다. 휴가 때 원명 스님을 만나 뵙고 이 이야기를 드렸더니, 봉은사에서 ‘3군단 장병 위문법회’를 잡아주셔서 위문품으로 대웅전에 설치할 의자 100개를 보시해주셨다. 군종병으로서 많은 용사들에게 불연(佛緣)을 맺어주고자 법사님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대학생법회 회장을 했던 경험을 살려, 대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활동들을 군법당에서도 하나하나 진행해보고자 한다. 생활관 관물대에 부처님 모시기, 법보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불교퀴즈대회, 싱잉볼 명상, 호국불교 역사 발표전 등을 통해 용사들이 더 재밌게 법회에 참여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 내 삶이 바뀐다는 것’을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지금은 교회의 1/3 정도인 60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지만, 매주 일요일 종교시설 중 법당에 가장 많은 용사가 나오게 하는 것이 군종병인 나의 서원이다.

나는 백천만겁의 시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는 불법을 만났다. 동해 삼화사에서 평등의 가치를 알게 되어 공직자의 꿈을 갖게 되었다. 동국대에 입학하여 봉은사에서 소임을 맡았고 현재는 군종병이 된 일련의 과정이 정말 소중한 불연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불연을 따라,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공덕을 쌓아 어느 자리에서건 불법을 실천하고 불자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상월결사 108원력문의 구절처럼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불자’가 되고 싶다. 그 꿈을 안고 오늘도 장병들에게 어떻게 부처님 법을 전할지 고민하며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 이 글은 <제12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및 제6회 발원문 공모전> 중, 군종교구상 수상작이다.

정준우(덕이)__군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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