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삶’을 향한 불교와 서양 철학의 대화

박찬국 교수 초청, 7월 21일 화요열린강좌



불교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만남

세스 주이호 세갈(Seth Zuihō Segall)의 『불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불교의 지혜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통찰을 비교하며 인간 존재의 행복, 윤리의 문제 등을 탐구하고 인간 번영(human flourishing)과 깨달음의 관계를 재검토하는 저작이다. 이 책은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사유 전통인 불교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이질적인 역사적·문화적 배경에서 형성되었지만,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과 실천적 지혜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저자가 밝히듯 이 책의 중심 논제는 “어떤 삶이 인간이 열망할 수 있는 최상의 삶인지에 대한 불교와 서양사상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개념인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매개로 서양 현대불교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경위를 추적하고, 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불교를 ‘변화’라는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불교가 진화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는 불교가 서양으로 전파된 이래 그 전통적 가르침이 (무)의식적으로 수정·오해·생략되어 왔음을 지적하되, 이것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패턴의 핵심에 ‘에우다이모니아’가 있다. 저자는 이 개념이 현대 서양인들이 불교의 깨달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불교를 하나의 일관된 전통으로 생각하지 말고,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2천5백 년 동안 행해진 대화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서술한다. 이는 불교가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변화해 오면서 다양한 형태로 불교의 가르침이 수정되어 온 것을 하나의 의미 있는 틀 안에서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세스 주이호 세갈 지음, 박찬국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2026년

서양철학과 '에우다이모니아(인간 번영과 성숙)’적 깨달음

저자에 따르면 서양 근대주의로 범주화할 수 있는 ‘사후(死後) 삶’, ‘자연주의와 유물론’, ‘인간의 성숙’에 관한 서양인의 믿음들은 윤회, 업, 열반 등과 같은 전통 불교 교리를 서양불교에서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서양 불교도들이 윤회를 은유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깨달음을 윤회의 종식이 아니라 현생에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종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 불교 교리에 대한 서양 불교도들의 수정된 인식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이러한 상황 진단 후에 이 책은 서양불교의 새로운 깨달음의 형태로 ‘에우다이모니아적 깨달음’을 제안한다. 이 개념은 “내용면에서는 불교적이지만, 그 목표가 단 한 번의 생애에서 높은 수준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에우다이모니아적”이다. 저자가 이를 하나의 사고 실험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삶이란 ‘완벽하게 행복하거나 좋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행복하고 충분히 좋은 것’이라는 서양 불교도들 대부분이 열망하는 삶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사고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 불교와 현대 서양불교 사이의 긴장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해석 틀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이 책은 역자의 지적처럼 “깨달음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과 인간의 성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비교하면서 양자 간의 생산적인 대화”를 학술적 성과로 제시했다는 특성도 지닌다.

7월 <화요열린강좌>에서는 『불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번역자인 박찬국 교수를 초청해 불교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양자 간의 생산적인 대화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깨달음의 형태에 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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