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눈뜨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하던 내가, 이젠 감사 기도를 한다

나의 신행일지[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



절망의 끝에서 매일 밤 올리던 기도

사는 것 자체가 버거워서 잠에서 영원히 깨지 않기를 매일 기도
무아 법문 듣고 마음 속 부처님과 조우…고통마저 관조하게 돼
법화경 사경‧청년회 법우들과 매일 수행 인증 모든 순간에 감사

매일 밤 같은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 내일 아침 눈이 떠지지 않게 해주세요.’ 조계사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도 그 기도는 더욱 절박해졌다. 살아가는 것이, 매 순간 숨을 쉬고 무엇인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를 몇 번이나 끄고 나서야 억지로 눈을 떴다.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사무실에 도착하면 출근 시간 1분 전이었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길의 정밀한 시간 계산은, 회사에 단 1분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는 아우성이었는지도 모른다. 근무태도는 엉망이었고 늘 불만이 가득했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지?’

‘왜 회사는 나에게 이 정도도 배려해주지 못하지?’

모든 생각은 늘 내 위주였다. 회사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고, 현실 속 나의 모습은 그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결국 회사와의 거리는 우주처럼 멀어졌고, 그 괴리는 나를 불안하게 했다. 매일 팀장님에게 혼이 났고, 항상 주눅 들어 있었으며, 괜히 주변 눈치를 보게 됐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거울 앞에 서는 일조차 피했고,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없이 오랜 시간을 보냈다.

퇴근하면 집은 오히려 더 무너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침실 바닥에는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책상에는 서류와 택배 상자들로 가득했다. 화장실 거울에는 물때가 끼어 제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만 남아 있었고, 싱크대에서는 악취가 올라왔다. 이런 환경에서 피곤함은 곧 폭식으로 이어졌다. 배달 음식이 일상이 되었다. 백반 정식에 제육볶음을 추가했고, 야식으로는 치킨 한 마리에 콜라까지 곁들였다. 포만감은 잠시였고, 다시 허기졌으며, 다시 눕고, 다시 먹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무기력에 빠졌다. 몸무게는 어느덧 40kg 이상 불어 있었다. 하지만 거울을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의식 없이 움직이고, 감정 없이 반응하며, 목표 없이 표류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졌고, 가족과 친구의 안부 전화조차 부담스러웠다.

‘부처님, 내일 아침 눈이 떠지지 않게 해주세요.’ 그 기도는 더 이상 의지할 곳 없는 나의 인생을 정지해달라는 절규였다. 나의 간절한 기도를 부처님은 절대로 들어주시지 않았다. 나는 슬프게도 매일 아침 눈을 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반복되는 실패한 기도가 오히려 엄청난 가피였다. 부처님께서 내 삶을 끝이 아닌 전환점으로 이끌어주신 시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생일을 맞이해 청년회 법우에게 ‘법화경’ 필사본을 선물 받았다. 말없이 경전을 건네던 그 눈빛은, 마치 내가 언젠가는 그 경전을 펼치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 경전은 책장에 조용히 꽂혀 있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눈에 밟혔다.

불교와 수행을 만나고 차츰 고통에서 벗어나

해가 바뀌고, 회사에서는 한 해의 업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뚜렷한 실적도 없고, 앞으로의 계획도 목표도 없었다. 그날은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내 인생의 바닥인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종합건강검진 결과는 더 충격이었다.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역류성 식도염, 갑상선 항진까지.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를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경고를 무시해왔다. 그제야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그 무렵, 조계사 청년회에서 준비한 송광사 신년 사찰 순례에 참여했다. 깊은 산사의 엄숙한 공기 속에서 마주한 연성 스님의 ‘무아’에 대한 법문, 새벽 목탁 소리, 송광사 대웅보전을 가득 채우는 새벽예불의 울림. 이 모든 고요함 속에서 처음으로 내 안의 부처님과 마주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곳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었구나.’

이후로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쑥 올라오는 감정, 무기력, 분노, 탐욕. 이제는 그것들을 억누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아, 지금 화가 났구나.’

‘지금 내가 도망치고 싶어 하는구나.’

그렇게 알아차리기 시작하자 마음에 덜 휘둘렸다. 나는 운동과『법화경』사경을 시작했다. 집을 청결히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도 하루 업무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창문을 여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5분이라도 명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경을 할 때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을 담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차츰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질 즈음, 청년회에서 연등회를 준비하는 연희단 연습이 시작되었다. 법우들과 웃고, 땀 흘리며 두 달을 함께했다. 그 시간은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 연등회 당일, 종로 일대는 10만여 개의 연등이 빛을 내며 서울을 환하게 밝혔다. 연등 행렬은 동국대학교를 출발하여 조계사까지 이어졌다. 그 길을 법우들과 함께 걸으며, 나는 그간의 괴로움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공평동에서의 무대는 서른 명 모두 하나로 맞춰지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법’, 감사로 바뀐 나의 기도

최근 충주 석종사에서 혜국 큰스님 법문을 들었다. 큰스님께서는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곧 법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예전의 나는 늘 내일을 두려워했다. 오늘이 고통스러우니, 내일이 아예 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큰스님 법문은 나에게 전혀 다른 견해를 활짝 열어주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그것이 법이다. 숨 쉬는 순간, 그것이 법이다. 기쁘거나 괴로운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것마저도 법이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삶의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모두 수행의 자리였다. 출근길의 답답함도, 배달 음식을 시키며 느꼈던 공허함도, 팀장님의 꾸중에 움츠러들던 나의 모습 전부가 ‘법’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말하는 ‘무상’과 ‘연기’는 바로 이 삶의 자리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나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이 모여 지금 이 순간을 이루고 있음을 알았다.

큰스님께서는 또한 ‘고통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셨다. 제가 그토록 회피하고 싶어 했던 아픔과 절망의 시간들이 실은 나를 ‘해탈’의 길로 이끄는 ‘방편’이라는 말씀이었다. 마치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나듯이, 내 마음의 연꽃도 고통이라는 진흙 속에서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과거의 어두웠던 시간들조차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평안함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숭고한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청년회 법우들과 수행 인증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도반들이 전부였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수행 정진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다.

예전의 나는 매일 고통이었고, 아침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매일 감사하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아침 햇살이 창가로 스며들 때, 커피 향기가 퍼질 때, 길가의 작은 들꽃을 바라볼 때, 심지어는 짜증과 분노가 올라오는 순간에도 나는 부처님의 법을 배운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곧 법이기에, 더 이상 외면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이제 나는 고요히 기도한다.

‘부처님, 내일도 눈을 뜨게 해주세요. 오늘처럼만 살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기도는 나 혼자만을 위해 올리지 않았다. 나의 변화가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청년회 법우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발원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내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부처님의 ‘가피’와 ‘법’의 인연 덕분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곧 ‘법’임을 잊지 않고, 순간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나의 작은 발걸음이 모든 중생들을 향한 큰 서원의 길로 이어지기를 부처님을 마주 보며 정성스레 기도한다.

* 이 글은 <제12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및 제6회 발원문 공모전> 중,상월결사 이사장상 수상작이다.

고진우(청곡)__조계사 청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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