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의 노래(無心歌) — 구름과 물처럼 사는 법

다시 읽는 선어록 / 백운어록


흰 구름은 티 없이 고요히 떠다니며 드넓은 하늘에서 출몰하고, 잔잔히 흐르는 물은 동쪽 바다 깊숙이 흘러든다.1) 물은 굽은 계곡을 만나면 돌아서 흐르고 곧은 계곡을 만나면 똑바로 흐를 뿐 저곳과 이곳을 구분하여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저절로 걷히고 저절로 펼쳐지거늘 무엇과 가깝고 무엇과 멀단 말인가?2) 만물은 본래 한가하여 스스로 푸르다거나 시들었다고 말하지 않건만, 사람들만이 스스로 시끄럽게 굴며 억지로 아름답다거나 추하다는 생각을 일으킬 뿐이다.3) 경계를 맞닥뜨리고도 마음이 구름이나 물의 뜻과 같다면, 세상에서 종횡 어디로 가나 무슨 일이 있겠는가? 만약 사람이 억지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 아름답고 추한 차별이 어디서 일어나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경계를 잊지만 마음에 대한 집착은 잊지 못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잊지만 경계에 대한 집착은 잊지 못한다. 마음을 잊으면 경계는 저절로 고요해지고, 경계가 고요해지면 마음은 저절로 여일(如一)하게 되니, 이것을 가리켜 무심의 진실한 종지라 한다.

白雲澹?,出沒於大虛之中;流水潺湲,東注於大海之心. 水也遇曲遇直,無彼無此. 雲也自卷自舒,何親何??萬物本閑,不言我靑我黃,惟人自鬧,强生是好是醜. 觸境心如雲水意,在世縱橫有何事?若人心不强名,好醜從何而起?愚人忘境不忘心,智者忘心不忘境. 忘心境自寂,境寂心自如,夫是之謂無心眞宗.

1) 구름이 떠다니고 물이 흐르는 자연 현상을 비유로 삼아 무사(無事)·무심(無心)의 경지를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흰 구름은 티 없이 고요히 떠다니며,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 모든 존재가 본래 한가롭거늘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五燈全書』 권25 「大?慕喆章」 卍140 p.618a18. 白雲澹?, 水注滄溟. 萬法本閒, 復有何事?) 『續燈正統』 권12 「雲峰妙高章」 卍144 p.642a4 참조.

2) "높디높은 산 위의 구름은 저절로 걷히고 저절로 펼쳐지거늘 무엇과 가깝고 무엇과 멀단 말인가? 깊디깊은 골짜기 물은 굽은 계곡을 만나면 돌아서 흐르고 곧은 계곡을 만나면 똑바로 흐를 뿐 저곳과 이곳을 구분하여 흐르지 않는다."(『黃龍慧南語錄』 大47 p.633a5. 高高山上雲, 自卷自舒, 何親何疎? 深深澗底水, 遇曲遇直, 無彼無此)

3) "만물은 본래 한가한데 시끄럽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紫柏老人集』 권9 卍126 p.783b14. 萬物本閒, 鬧之者人耳. 人而不鬧, 天下何事?)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5)

백운의 선법은 꾸밈없고 자연스럽다. 그는 어느 종파나 조사의 선법을 강조하지도 않았고 그때그때마다 종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빌려와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무리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간화선의 경우 몇몇 구절의 화두가 등장할 뿐 화두 참구의 방법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백운은 원나라에 들어가 견문을 넓힌 이래로 꾸준히 선사상의 정보를 비축함으로써 당대 조사선의 선법을 충실하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정선선어록』 (역주 김영욱, 엮은 곳 대한불교조계종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2009년)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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