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 전주를 지킨 사고 사찰은 어딜까 – 동서남북에 자리한 동고사, 서고사, 남고사, 북고사(진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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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가볼 만한 사찰이 없다고 생각했다.

천년고찰이라 하면 해인사나 통도사, 송광사 같은 이름이 먼저 생각났고, 전주는 한옥마을과 비빔밥의 도시 정도로만 여겼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전주에는 특별히 찾아갈 만한 사찰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정작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천 년 넘게 지켜온 사찰들을 알지 못한 채 그런 말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고사찰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동고사, 서고사, 남고사, 북고사. 전주의 동서남북에 자리한 네 개의 사찰을 통틀어 사고사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전주처럼 도시의 동서남북에 사찰을 두고 하나의 체계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전주에만 남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안 가볼 수가 없는데?‘

그렇게 사고사찰 순례가 시작되었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전주를 도읍으로 삼았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전주의 동서남북에 사찰을 두어 수도를 지키고자 했다고 한다. 실제 역사적 해석에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적어도 사고사찰이 전주의 사방을 수호하는 비보사찰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동고사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서고사에는 전주에서 유일하게 템플스테이가 가능했고, 남고사에서는 일주문을 대신하는 남고산성을 만났다. 그리고 북고사로 불렸던 이 절은 훗날 진북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진북(鎭北)'은 북쪽을 안정시키고 다스린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전주는 북쪽이 열려 있는 지형이라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여겼다고 한다. 절 이름 하나에도 도시를 걱정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남고사에서 한 스님을 뵈었다. 전주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벌목 작업을 하고 계셨다. 적지 않은 나무들이 이미 정리되어 있었고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보였다. 왜 이렇게 작업을 하고 계시냐고 여쭈었다. 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쉬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남고사에서 바라보는 전주의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고사찰이 천 년을 버텨온 이유는 오래된 건물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라는 생각. 누군가는 나무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법당을 쓸고, 누군가는 새벽마다 등을 밝힌다. 그렇게 이어진 마음이 오늘의 사고사찰을 만들었을 것이다.

불교에는 삼사순례라는 문화가 있다. 한 사찰을 참배할 때 주변의 세 사찰을 함께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에 온다면 나는 삼사순례 대신 사사순례를 권하고 싶다. 동고사와 서고사, 남고사와 진북사. 네 곳의 사찰을 모두 돌아보고 나니 사고사찰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천 년 전 전주를 걱정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남아 있었고, 지금도 그 마음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고사찰을 알게 된 뒤 전주는 나에게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동서남북에 자리한 네 개의 사찰은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시를 지켜왔고, 지금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주를 방문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전주의 동서남북을 한 번쯤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길 끝에서 천 년 동안 한 도시를 지켜온 마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글/사진 강산 불교 유튜버(불교여행자 아이고절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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