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인사이트] 모든 생명의 존엄을 밝히신 부처님 오신 뜻을 다시 새기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문



룸비니 동산에 울려 퍼진 탄생의 선언

오늘 우리는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탄신을 온 마음으로 봉축하고자 이곳 괴산에 있는 대한불교진흥원 다보사에 모였습니다.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 위없는 스승, 조어장부, 하늘과 사람의 스승, 불, 세존께서는 오늘 룸비니 동산에서 정반왕의 태자로 탄생하시어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받으셨습니다. 태자께서는 어머니 마야부인의 오른 옆구리로 탄생하시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신 후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선언하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 - “천상천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빠져 있으니 내가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초기 경전 『니까야』에는 “나는 세상의 우두머리이자 가장 뛰어난 존재이며 가장 앞선 존재이다, 이것은 나의 마지막 생이며 더 이상의 환생은 없다”라는 취지로 이 선언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탄생 설화에는 깊은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사방의 동방은 부모, 남방은 스승, 서방은 처자, 북방은 교우와 친지를 뜻하므로 세상 모든 이를 의미합니다. 일곱 걸음은 윤회하는 육도의 세계를 넘어선 해탈의 자리를 상징합니다. 또한 발걸음마다 솟아나 태자를 받든 연꽃은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사바세계에 태어나지만 결코 세상, 세속의 타락에 물들지 않음을 뜻합니다.

모든 생명을 부처의 길로 이끄시는 대자비의 원력

이 모든 상징은 육도윤회를 벗어나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건지겠다는 거룩한 서원의 표현입니다. 『법화경』에는 부처님께서는 개시오입(開示悟入)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즉,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혜를 열어 보이고 깨닫게 하여 마침내 부처의 길로 들어서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고 설해져 있습니다. 이처럼 위없는 부처님의 자비 원력 덕분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우주의 주인공으로서의 존엄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온 생명이 함께 기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정진을 다짐해야 할 지극히 귀중한 날입니다. 특히 1975년 1월 불탄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직후, 같은 해 8월 15일 불교의 현대화·생활화·대중화를 가치로 하여 출범한 우리 대한불교진흥원에게 오늘은 더없이 기쁘고 뜻깊은 날입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기해 우리 모두 한층 더 깊은 발원과 수행으로 본분에 매진할 것을 서원하며 경전에 전하는 부처님 찬탄 게송으로 봉축 인사를 갈음합니다.

지혜는 일월(日月)이요, 방편은 시절(時節)이라 대승의 원력을 북돋아 자라나게 하시니 중생으로 하여금 조속히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어 항상 대안락에 머물게 하시며 미묘한 진실과 한량없는 대비로 괴로워하는 중생을 구원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의 진실한 선지식이시며 모든 중생의 크고도 위없는 복밭이십니다.

청하지 않아도 찾아오시는 자비로운 스승이시며 안온하고 즐거운 곳이요, 구원과 보호의 처처이며, 크게 의지할 곳입니다. 곳곳마다 중생을 위해 거룩한 스승이 되시어 눈먼 이에게는 밝은 안목이 되어 주시고, 귀와 코와 혀의 장애가 있는 이에게는 온전한 감각을 찾아주시며, 모든 근(根)이 허물어진 이들을 다시금 구족하게 하십니다. 마음이 뒤바뀌어 미치광이처럼 거칠고 어지러운 이에게는 올바른 마음을 내게 하시니 부처님은 대선사(大船師)이시라 뭇 생명을 큰 배에 싣고 운전하여 생사의 거친 강을 건너 저 열반의 언덕에 이르게 하십니다.

거룩한 대의왕(大醫王)이시라 병의 증세를 분별하고 약의 성품을 밝게 깨달아 앓는 바에 따라 약을 주어 중생을 치료하십니다. 세존이시라 모든 행위에 방일함이 없으시니 코끼리와 말을 부리는 명장이 능히 길들이지 못함이 없음과 같고, 사자의 용맹함이 모든 짐승을 위엄으로 조복시킴과 같습니다.

* 이 글은 불기 2570(2026)년 5월 24일, 대한불교진흥원 괴산 다보수련원 다보사 법당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회에서 설한 구상진 이사장의 봉축 법문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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