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 다정함, 그리고 자비로움의 힘|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

따스함, 다정함,
그리고 자비로움의 힘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

정여울
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보리심은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나는 이 문장에서 행복의 근원, 그리고 불행의 근원을 찾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고,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기만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다.” 샨티데바(Śāntideva)의 「입보리행론(Bodhicaryāvatāra)」의 한 구절입니다. 이기심이 고통의 근원이고, 이타심이 행복의 근원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흔히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합니다. 자기만을 챙기려는 마음은 결국 나를 고립시키고,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와 공격 속에서 스스로 불행을 만들어냅니다. 보리심(菩提心, Bodhicitta)은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기 위해 내가 반드시 깨달음을 얻겠다’고 서원하는 위대한 마음입니다. 샨티데바가 말하는 ‘남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 이 보리심을 의미합니다. ‘나’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원천, 이기심입니다. 그리고 그 유일한 해독제(解毒劑)는 울타리를 허물고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타심, 보리심)입니다. ‘나’를 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참된 나(의 행복)’를 얻는다는 불교의 위대한 역설이 이 한 문장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책이 바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이며, 이를 심리학적으로 밝히는 책이 바로 『천 개의 공감』입니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디플롯 刊,2021년


◦   인지 능력과 사회적 유대의 정점인 다정함은 인간 문명의 첫 언어였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인류의 역사는 흔히 강한 자의 생존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이 오래된 명제를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뒤집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는 생존의 비밀이 힘이나 지능이 아니라 ‘다정함(friendliness)’에 있었다는 놀라운 통찰로 인류의 기원을 새롭게 그려냅니다. 진화의 승자는 ‘사납게 싸운 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남은 자’라는 것입니다. 늑대와 개를 비교해도 알 수 있습니다. 늑대는 더 강하고, 더 날렵하며, 더 영리합니다. 그러나 인간과 함께 살아남은 것은 늑대가 아니라 개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개의 친화력, 즉 다정함이었습니다.

이 다정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화적 전략이었습니다. 공격성을 낮추고 협동과 공감의 능력을 높인 종이 더 잘 번성했습니다. 저자들은 이것을 ‘자가 길들이기(self domestication)’라 부릅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길들였습니다. 싸움보다는 미소를, 지배보다는 협동을 선택한 것입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무기를 들기보다 손을 내밀었고, 타인을 의심하기보다 믿음을 택했습니다. 그 덕분에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언어를 발전시키며, 예술과 윤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다정함은 인간 문명의 첫 언어였던 것입니다. 다정함은 지능보다 오래가고, 폭력보다 강합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정함을 단순히 ‘착한 성향’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다정함을 인지 능력과 사회적 유대의 정점으로 분석합니다. 다정함은 타인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감하며, 미래를 함께 계획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다정함은 지능의 진화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지능의 가장 성숙한 형태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언어의 사용, 협동적 문제 해결, 이 모든 것들이 다정함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다정함은 폭력보다 강합니다. 폭력은 순간의 지배를 낳지만, 다정함은 공동체를 만듭니다. 공동체는 지식을, 기술을, 문화를 전승시킵니다. 지속 가능한 생존의 힘은 다정함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다정함을 통해 진화했지만, 지금은 다정함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지요. 바로 이 ‘잃어버린 친밀감, 다정함, 공감능력’을 찾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철학적 화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SNS의 언어는 공격적이고, 정치의 언어는 분열적입니다. 경쟁은 교육의 표준이 되고, 타인의 불행은 뉴스의 소비재가 되었습니다. 다정함은 무능으로 오해받고, 배려는 ‘패자의 미덕’으로 조롱받습니다. 인간은 친절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유전자를 사용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다정함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다정함은 약함이 아니라, 공포를 이겨낸 용기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 이 모든 것이 다정함의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류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한 힘입니다.


김형경 지음, 사람풍경 刊, 2012년


◦   ‘그동안 억압해왔던 자기 안의 천복’을 찾으세요

      『천 개의 공감』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은 지독한 방황 속에서 아름다운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따스한 응원의 말들이 반짝입니다. “가슴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을까요?”라고 질문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랑할 때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깊이 느껴보세요.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점검하면서, 내가 이렇게 의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내 불안감이 이토록 깊구나, 내가 이토록 질투가 심한 사람이구나… 알아차리고 체험하는 겁니다. 그 일은 온몸이 무너질 듯 고통스럽고, 가슴이 바스러질 듯 힘들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그 감정을 상대에게 쏟아붓거나, 외면하고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을 찾아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지그시 체험하세요. 상대방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해도 좋습니다.” 지그시 체험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내가 겪어온 모든 아픔의 길들을 낱낱이 다시 밟아보는 것이며, 결국 내 안의 가장 아픈 그림자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신도 아파 죽겠음에도, 언제나 가족의 상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변화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나이 들수록 더욱더 어렵기만 한 일과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운 사람들. 일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에 허덕이는 사람들. 이별을 겪을 때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그동안 억압해왔던 자기 안의 천복(Bliss)’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억압하고 외면해온 감성, 직관, 자연, 신비주의의 영역에 속하는 덕목들을 발견해나간다면 자신의 삶에 닿는 일,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행복과 불행의 스위치는 우리 밖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행복과 불행이 아닌, ‘언제든 친절함과 다정함을 내 안에 간직하겠다’는 다짐에서 진정한 행복은 시작될 것입니다. 당신이 타인의 아픔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따스함 속에서 나와 너, 우리 모두의 행복 또한 시작될 것입니다.   


정여울|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KBS <정여울의 도서관> 및 EBS <클래스e>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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