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저탄수화물 열풍이 한창이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앳킨스, 펠레오, 구석기, 저탄고지(LCHF), 케토제닉, 키토, 존(ZONE)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닭가슴살 다이어트, 단백질 파우더 다이어트 등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을 많이 먹냐 지방을 많이 먹냐에 따라 혹은 마케팅 방법에 따라 이름은 다양하지만, 핵심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탄수화물을 먹어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이 지방으로 저장되니,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이나 지방을 많이 먹어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체중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당뇨병과 사망률이 증가한다.
밥 한 공기 대신 고기, 생선 먹으면 당뇨병 1.7~3.5배 증가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더 많이 먹을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지 21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2020년 발표되었다. 예상과 달리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한국의 상황에 맞게 계산하면, 밥 1공기 대신 고기, 생선, 우유 등을 동일 칼로리만큼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174%, 349%, 86% 증가했다. 더 욕심을 내 밥을 2공기 먹지 않고, 고기, 생선, 우유를 더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653%, 1,918%, 246% 증가했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증가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주민을 1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단백질 섭취량이 가장 많은 사람들은 가장 적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12% 높았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28% 높았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었고, 콩, 견과, 채소, 과일의 단백질은 많이 먹을 경우 사망 위험이 25% 낮았다.
올리브 오일,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지중해식 식단도 인기 있는 식단 중 하나다.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일반적인 서구식 식단보다 고기, 생선, 달걀,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절반 정도 먹고, 신선한 채소 과일을 먹고, 올리브 오일을 많이 먹는 것이다. 이런 식단을 준수할 경우 일반 서양인 대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4분의 1로 감소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효과의 핵심일까? 올리브 오일 때문일까? 아니면 동물성 식품을 덜 먹고,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기 때문일까? 최근 동물성 식품이 완전히 배제된 순식물성 식단에 올리브 오일을 많이 먹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콜레스테롤과 염증 표지자가 어떻게 되는지 비교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올리브 오일을 추가하면 콜레스테롤과 염증 표지자 수치가 증가하고, 올리브 오일을 제거하면 콜레스테롤과 염증 표지자 수치가 감소하는 것이었다. 지중해식 식단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핵심 이유는 동물성 식품 제한, 채소 과일 충분 섭취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동물성 단백질과 올리브 오일을 비롯한 소위 ‘건강한 기름’을 애써 챙겨 먹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음식 선택이 지구를 만든다
2025년 3월 경북 지역을 휩쓸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다시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구의 더 많은 표면이 숲으로 덮이도록 해야 한다. 숲의 나무들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배출되는 양의 28%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그런데 이 숲이 동물성 단백질 생산을 위해 파괴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농경지의 77%가 가축 방목지와 사료용 작물 재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통해서 섭취하는 칼로리는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식물성 식품은 전체 농경지의 23%에서 생산되지만 칼로리의 82%를 제공한다. 만약 18%의 칼로리마저 식물성 식품으로 얻는다면, 식물성 식품 생산을 위한 농경지를 5% 정도 더 늘리면 된다. 그러면 동물성 식품 생산을 위한 농경지의 대부분, 전체 농경지의 70%가량을 숲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되고, 숲 면적은 현재의 두 배가 된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여 숲을 늘리는 것은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실천이다.
건강과 지구를 위한 자연식물식
동물성 단백질이 이처럼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동물성 단백질이 설탕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식물성 단백질보다 두 배가량 많은 인슐린을 분비시킨다. 그로 인해 동물성 단백질을 일상적으로 먹으면 우리 몸은 인슐린에 저항성이 생겨,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뇌심혈관질환, 암,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과거 한국인은 지금보다 60% 정도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었고, 단백질은 주로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했으며, 식용유와 설탕은 거의 먹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만성질환이 없었다. 우리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가공이 덜된 탄수화물 음식과 그보다 두 배 많은 채소 반찬을 먹고, 단백질은 식물성으로 먹을 때 우리 몸과 지구는 저절로 건강해질 수 있다.
이의철|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생활습관의학과 국제전문의.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 저자. 현대인의 건강 회복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연식물식의 필요성을 알리는 강연, 저술, 기고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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