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불교학술총서 『현대인을 위한 간화선: 중도의 새로운 해석과 적용』
고통을 품고,
고통을 매개로 삶의 가치를
성숙시키는 간화 수행
오용석
『현대인을 위한 간화선: 중도의 새로운 해석과 적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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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용석 지음, 도서출판 운주사 刊, 2025 |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 ‘진리는 무엇인가?’
우리의 질문은 보통 자신과 세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생겨나지만, 삶의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이 생겨나면, 그때 비로소 ‘삶’이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진리’를 탐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리’는 선언적으로 정의되거나 신념(信念)으로 대체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거나 어떤 지식(知識)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다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바로 ‘진리를 찾는 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진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그러한 진리를 찾는 당체(當體) 혹은 본질을 문제 삼는다. 마치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을 던진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이렇게 말하고, 움직이고, 숨 쉬고,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문제 삼는 것. 이것이 ‘간화’의 길이다.
간화선을 제창한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에 따르면 간화선은 좌선주의라기보다 삶에서 생겨나는 궁극적 질문을 중도(中道)의 원리에 의해 마주하는 방식이다. 간화선은 중도의 화두를 매개로, 중도를 깨치는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전통 불교의 한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불교 수행론의 혁명이다.
『현대인을 위한 간화선: 중도의 새로운 해석과 적용』은 한국 불교에서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간화선의 얼개를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불교의 연기(緣起)와 중도(中道)의 개념을 중심으로 초기 불교의 팔정도와 선불교의 중도를 전체론적 관점으로 조망하며 간화선을 현대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본 책은 크게 8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에서는 간화선에 나타난 ‘중도’의 개념을 반야중관학의 입장에서 살펴보았다. 이 부분은 간화선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특징을 반야중관학의 관점을 통해 분석한 것이다. 제2장에서는 간화선을 전체론적으로 접근해 초기 불교의 팔정도, 켄 윌버의 통합적 접근과 연결시켜 간화선을 입체적으로 논의했다. 제3장에서는 선불교의 몸·마음에 나타난 중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간화선이 결국 무위진인(無位眞人)의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논의했다. 제4장에서는 선불교의 수행·깨달음에 나타난 중도적 특징을 ‘비선형(非線型)’, ‘무경계(無境界)’ 등의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간화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참구의 문제를 ‘의정(疑情)’ 중심으로 논의했다. 특히 화두의 의정이 생성되는 원리를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중도 원리에 의해 분석하면서 이것이 중도실상(中道實相)의 본성(本性)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제7장과 8장에서는 간화선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자비의 실천적 관점을 통해 규명했다. 여기서는 간화삼요(看話三要)의 하나인 ‘분심(憤心)’을 ‘부모를 죽인 원수를 일도양단하는 마음’이 아닌 ‘자비심’으로 해석했다.
이 책은 그동안 한국 불교에서 당연시되던 ‘의정(疑情)’, ‘참구(參究)’, ‘수행과 깨달음’ 등의 개념을 중도의 원리에 의해 새롭게 풀어내고 이를 대승불교의 보살행과 연결시켰다. 특히 한국 불교에서 간화선을 논할 때 누구나 다 아는 것 같지만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화두참구의 문제를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화두참구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단견(斷見) 혹은 상견(常見)에 떨어지지 않고 삶을 중도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중도의 방식임을 천명했다.
저자는 간화선을 단순히 ‘화두참구’라는 수행론적 의미로 축소시키지 않고 우리의 구체적 ‘삶’과 연결시켰다. 특히 “간화의 과정이 철저해질수록 ‘나의 해탈’이나 ‘나의 고통’보다 다른 존재들의 고통과 즐거움이 눈에 밟히게 된다. 그래서 간화는 인간의 고통을 직접 없애려는 길이라기보다 고통을 품고, 고통을 매개로 삶의 가치를 성숙시키는 수행인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은 기존의 간화선에 대한 논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는 사람들, 자기 자신과 세계를 향해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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