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공부, 마음공부의 자세|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선(禪)공부, 

마음공부의 자세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부처 뽑는 곳으로 가라

단하천연(739~824) 선사는 석두희천의 제자이며, 출가 전 방거사와 친구 사이였다. 출가 전 방거사와 함께 과거 시험을 보려고 서울로 가던 중 한 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중인가?”

“과거를 보러 갑니다.”

“공부가 아깝구나. 어째서 부처를 뽑는 곳에는 가지 않는가?”

“부처를 어디서 뽑습니까?”

“지금 마조 스님께서 생존하셔서 설법 중이신데, 도를 깨친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소. 그곳이 부처를 뽑는 곳이오.”

이 말을 듣고 방거사와 단하는 마조도일을 찾아간다. ‘부처를 뽑는 곳’을 선불장(選佛場)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방거사와 단하처럼 과거급제를 위해, 성공을 위해, 취업을 위해, 합격을 위해, 저마다 앞만 보고 달려간다. 저 스님의 질문처럼 성공, 합격, 급제만이 전부라고 여기며 달려가던 우리에게, 인생의 길목 어디에서, 문득 이 낯선 질문 하나가 날아든다.

“왜 부처를 뽑는 곳, 선불장에는 가지 않는가?”

부처를 뽑는 곳, 선불장이 어떤 곳인가? 부처란 괴로움에서 완전히 놓여난 자유로운 삶이다. 괴로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을 뽑는 곳이 바로 선불장이다. 훌륭한 직장, 대기업에는 그렇게 뽑히고 싶어 하면서, 그 누구도 부처에 뽑히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내가 부처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기나 할까?’

부처가 그동안 너무 높은 곳에 있었고, 부처가 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힘들었으며, 부처로 뽑아줄 선지식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았기에, 스승도 법도 선불장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날은 저 마조에게 찾아가 출가한 단하천연 선사처럼, 꼭 출가해 어느 한곳에 머물러야만 선불장이 아니다. 오늘날 선불장은 유튜브에도 있고, 인터넷, TV 어디에도 있다. 마음만 출가하면 된다. 심출가!

마음으로 간절히 부처에 뽑히길 발심하면 된다. 세간의 성공은 100년도 안 되는 동안의 물질적 풍요가 뒤따르지만, 선불장에 입문하면 생사를 초월하는 영원의 공부다. 괴로움의 완전한 소멸의 삶이다.

삶이 아깝지 않은가? 왜 부처를 뽑는 곳에 가지 않는가? 선불장이 여기에 있다. 이 선불장 안으로 성큼 들어오라.


선지식을 볼 안목, 스승의 중요성

바른 스승을 만나는 것이 이 공부의 핵심이다. 바른 안목이 갖춰져야지만 바른 스승을 만날 수 있다. 스승의 회상에 참여해 법문을 듣고 도반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참선이고 마음공부다. 전혀 힘들 것이 없다.

마음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스승과 도반을 만나는 것이다. 수행이나 공부를 하는 이유는 바른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안목인가? 바른 선지식을 볼 줄 아는 안목이다. 바른 안목으로 바른 선지식을 만났다면 깨달음은 전부 이룬 것이다.

바른 선지식을 만나면 저절로 선지식의 법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온통 관심은 선지식이 가리켜 보이는 참된 진리가 무엇인가에 가 있다. 당연히 선지식의 법문을 듣고, 절을 찾고, 도반들과 함께 법담을 나누게 된다. 이것이 참된 승가(僧伽)다. 공부는 승가가 저절로 시켜주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오로지 바른 스승의 회상이 있는 승가 공동체에 깃드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공부다. 애쓸 필요가 없고, 닦을 필요가 없다. 선의 회상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참선(參禪)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공부다.


내가 하는 공부가 아니다

이 마음공부는 아상이 꺾여야만 할 수 있는 공부다. 자기 잘난 맛에 세상을 사는 사람은 이 공부를 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공부를 할 때도 이 공부를 통해 내가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똑똑해지고, 영적으로 성숙된 사람이 되고, 남들과 다른 비범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지견을 늘리는 생각의 공부는 될지언정, 참된 마음공부는 익어가지 못한다. 아상이 꺾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부를 하는 공부인이라면 먼저 하심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못난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잘난 맛에 살아서는 안 된다.

당연히, 자기를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많은 사람도 공부하기 어렵다. 계급이나 직위가 높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남들의 칭찬과 칭송을 많이 듣는 사람, 가진 것이 많거나, 명예와 권력이 많은 사람 등 무언가 ‘나’를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은, 그 아상놀이에 빠져서 이 공부가 어렵다. ‘나’와 ‘내 것’ 늘리는 재미 때문에 이 심심한 공부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세상사에 이것저것 즐거운 것들, 재미난 것들이 많아도 어렵다. 취미가 많고, 두루두루 관심사가 많고, 재미있어하는 것들이 많으면 의식이 흩어진다.

관심이 이 마음공부 하나로 집중되지 못하고 흩어진다. 관심사가 많다는 것 자체가, 내가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또 다른 아상이다.

이 공부는 내가 사라져야만 공부가 익어간다.

내가 못난 줄 알아야 하고, 세속에서 즐거운 것이 없어야 한다. 이 공부 외에는 관심사가 없어진다면, 공부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하심, 겸손, 나를 놓아버리는 것이야말로 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상 스님|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다가 문득 발심해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 군승으로 재직했으며, 온라인 마음공부 모임 ‘목탁소리(www.moktaksori.kr)’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통해 16만 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고, ‘헬로붓다TV’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상주 대원정사 주지, 목탁소리 지도법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 『보현행원품과 마음공부』, 『육조단경과 마음공부』, 『수심결과 마음공부』, 『도표로 읽는 불교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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