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도란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2025년 캠페인 "기도하는 삶을 살자!"

진정한 기도란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

 

김혜정

사경 작가



◦    사람마다 불자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자기를 바로 보는 것, 그것이 기도


오래전 어느 가을, 조계사 법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법회 시간이 아닌데도 입시기도철이라 법당은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용히 염불을 하시거나, 108배, 또는 참선을 하시는 신도님들로 엄숙한 분위기가 법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순간, “쏴아!~ 또르르르~” 염주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소리. 108 염주를 들고 절을 하시던 어느 입시생 어머니의 염주가 줄이 뚝 끊어지면서 염주알이 법당 바닥에 쫘르르 흩어진 것이다. 자녀의 입시기도에 혼신을 다하시던 그 어머니는 정지된 채 서 있고 그 상황을 보며 숨을 삼키는 찰나, 한 보살님이 얼른 다가와 그 어머니의 어깨를 토닥토닥 쓸어내리며, “보살님! 세상에 기도를 얼마나 열심히 하셨으면 염주줄이 끊어집니까? 대단하십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크시겠어요”라고 하시자, 법당 이 자리 저 자리에서는 깊은숨으로 ‘나무관세음보살’이 터져 나왔고, 신도님들은 자기 앞으로 굴러온 염주알을 하나둘 주워서 108개의 염주를 채워서 “보살님 대단하십니다” 하면서 모두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응원하게 되었다. 불과 10여 초간에 일어난 일인데 순간 법당의 기운이 확 바뀌는 느낌을 주었다. 

자녀의 입시기도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쩌면 낙엽 한 잎이 떨어져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셨을 텐데 기도하던 염주줄이 끊어졌을 때 그 낙심의 순간에 긍정적 전환의 힘, 그것이 곧 기도의 힘이고 지혜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날의 기억은 기도란 무엇인가, 스스로의 자문 속에 기도는 무엇을 바라고, 빌고, 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소소하게 일어나는 갈등과 스트레스, 삶의 고통, 괴로움, 시련에 직면했을 때에도 평상심과 자비심을 잃지 않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기도라는 신념을 내 안에 확고하게 심게 된 계기가 되었다. 

기도(祈禱)는 한자적 뜻으로 보면 ‘빌다’이지만, 불자의 기도는 서원(誓願)이며 발원(發願)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이상기후가 주는 자연재해와 기후 스트레스부터 건강 문제, 경제 문제, 가족 문제, 이웃과의 관계,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까지 그 많은 것들을 빌기만 해서 과연 해결될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은 스스로 자기 안의 부처를 깨닫는 것이기에 사람마다 불자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자기를 바로 보는 것, 그것이 기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불자로서 그 수행 방법, 즉 기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간경, 염불, 주력, 사불, 사경, 참선, 명상 등으로 닦은 지혜와 자비심으로 육바라밀을 실천하고 팔정도의 수승한 세계에 머물러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곧 정토가 아닐지.


필자의 범어 사경 작품


◦    30여 년 전부터 사경 수행


나는 평소 사경 수행을 하고 있다. 작년 여름인가,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병실 침대에 가만히 있으니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습이 되어 있는 염송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불현듯 “옴마니반메훔을 어떻게 쓰지?” 의문이 생겨났다. 퇴원을 하자마자 그날 밤 한지 전지에 큰 붓으로 범어로 ‘옴마니반메훔’을 처음으로 한번 써보게 되었다. 

30여 년 전부터 사경을 시작해 ‘한문 『금강경』 10폭 병풍’ 30벌을 성만 회향한 후, 잠시 휴식기를 보내던 때였던지라 홀연히 범어, 범서에 대한 발심이 내 안에서 불같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범어는 한글의 뿌리 글자이며, 팔만대장경에는 경마다 범어 진언다라니가 들어 있다. 이 귀한 글자를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을까. 

그때부터 조선 시대 진언집부터 일본 서적, 중국 자료, 인터넷 영상들을 찾아 하루 20시간씩 탐독을 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보름이 지나면서 드디어 범어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쓸 수 있게 되었고, 3개월이 지나자 수구다라니, 츰부다라니와 같은 여러 다라니와 성철 스님께서 그토록 염송하기를 강조하셨던 능엄주 ‘스타타가토스니삼 시티타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로 시작되는 범어 다라니를 한글이 아닌 대장경에 있는 실담범어 능엄주 원문 3,000여 자를 8폭 병풍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명확한 건 한글, 한문 경전 사경을 30여 년간 수행해온 기도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또다시 조용히 종이를 펴고, 붓을 들고 처음으로 범어 『반야심경』을 쓰기 시작한다. 범어 『반야심경』 역시 처음 써보는 것이다. 한문 『반야심경』을 범어로 풀어 쓰면 대략 500자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어 『반야심경』을 본 적이 없어서 외국의 자료들을 펴놓고, 다음 날 아침까지 꼬박 밤을 새워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썼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자로서, 오직 세상이 평온하기를, 반야지혜가 이 국토에 임하기를 기도하며 사경을 하고 있다. 

불자라면 저마다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행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하여 수행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사경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경은 머리카락을 뽑아 붓을 만들고, 피를 뽑아 글씨를 쓰는 마음자세로 불퇴전의 불심과 정성의 결정체라는 그 신념 속에서 스스로 나를 바로 보고 내 안의 부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도 그것이 내게 주어진 인생이며 또한 과제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생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두두물물이 선지식이며, 도반이기에,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 쓰고, 이웃의 건강을 위해서 쓰고, 모든 인연 평온하기를 발원하며 오늘도 정진하려고 한다. 옴마니반메훔.  


김혜정 |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가, 사경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여성불자회 신행모임 불사회(佛寺信) 대표로 수행 정진하고 있다. 상도선원 종무실장, 서울 강월학당 원장, 다도구 갤러리 ‘다솔’ 대표, 한자지도사 1급, 전 BBS불교방송 방송작가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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