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 나의 이야기를 듣다
김경원
대원 청년 불자상 수상자, 프랑스 폴발레리 몽펠리에 3대학교 현대미술사 전공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 시간
나는 확신에 찬 불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집안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레 사찰을 찾을 기회가 많았고, 그렇게 불교는 내게 익숙한 배경이자 고요한 위안처럼 자리 잡았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거나 삶의 리듬이 흐트러질 때면 습관처럼 사찰이 있는 산을 찾는다. 그곳에서 나는 몸은 물론 생각도 쉬어가고 숨을 고른다.
2025년 여름, 쉼 없이 달려온 상반기의 끝에서 나는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느꼈다. 그런데 마침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명상 워크숍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여행’. 이 제목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경주 황룡원으로 향했다.
솔직히,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다수의 타인과 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마지막 날엔 더 있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프로그램이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명상을 이론으로 배우고, 실제로 경험하며, 자연 속을 걷고 멈추는 그 모든 순간이 낯설고도 친숙했다. 나는 스스로 명상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때의 명상은 어디까지나 ‘과제’처럼 느껴졌고, 마치 정해진 틀 속에서 수행해야만 하는 시험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에서는 명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내 삶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나는 금속공예가다. 내 작업은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나의 아픔, 나의 상처, 나의 삶의 이유 등. 그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안과 두려움이기도 하고, 한 줄기 빛과 같은 따듯한 위로이기도 하다. 작업을 통해 나는 나 자신과 깊이 대화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상처를 어루만져왔다. 그래서 나의 예술은 언제나 ‘공감’과 ‘치유’를 향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명상이란,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말이 곧 내가 작업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쩌면 내가 수없이 반복해온 작업의 행위, 그 몰입의 순간도 명상의 한 형태가 아닐까? 나를 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명상이 가리키는 지점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단 며칠의 체험으로 명상에 대해 깨우쳤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생각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흐름을 따라가며 ‘지켜보는 나’를 경험했다. 그 과정은 깨어 있는 상태와 잠이 든 상태의 그 중간, 즉 나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미묘한 연결점을 만들어냈고,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너 스스로에게만 너무 엄격하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 역시 그걸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나를 더 따듯하게 품어줄 수 있는지는 잘 몰랐다. 이번 명상 워크숍은 그 작은 실마리를 건넸다. 나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를 좀 더 아껴주자.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자. 그리고 그 여운은 나의 작업에도, 나의 삶에도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경주 황룡원의 운 좋게 뜨거움이 덜했던 그 여름빛, 스님과 교수님들의 말씀, 걷기 명상 중 들려온 바람 소리, 그리고 고요한 나. 그 모든 순간들이 기억이란 흔적이 되어 지금도 마음 안에 한 장면으로 새겨졌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마 그 고요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 삶의 중심에서 잔잔히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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