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를 위해
자비를 전하는
그 순간에
우리 자신을 위한
자비도 필요
![]() |
| 스티븐 힉맨 박사 |
자기 자비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
마음챙김이 없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자비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염려하는 친구가 어떤 사연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삶이 불운하거나 실패했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지 자기가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대하시겠습니까?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어떤 어조로, 어떤 목소리로 그 말을 하시겠습니까? 이제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삶에서 여러분 자신이 그와 같은 고통을 겪었을 때를 떠올려봅시다. 불운했거나 실패를 겪었거나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느꼈을 때를. 그런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시나요? 어떤 어조로, 어떤 목소리로 그 말을 하시나요?
여기서 친구를 대할 때와 자기를 대할 때의 차이를 알아차린 분이 있습니까? 제 동료인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크리스틴 네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78%의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하기 어렵고, 오직 2%만 남보다 자신에게 자비롭다고 얘기했습니다. 20%는 양쪽 다 비슷했고요. 스스로에게 자비롭다는 것에 대한 간단한 정의가 있습니다. 삶에서 뭔가 잘못되어갈 때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를 대하듯 똑같은 친절로 자기를 대하는 것입니다. 자비가 일어나게 하려면 삶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사람, 이를테면 노숙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자비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그와의 연결을 느껴야 합니다. 자기 자비의 한 요소는 우리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 우리가 공통의 인간이라는 것, 인간성을 나누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나일 수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공통의 인간성을 잊어버리고 마치 분리된 것처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돌볼 때조차 때로는 거리가 느껴지고 분리된 듯 느낍니다.
또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자비를 갖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것은 마음챙김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것에 대해 마음챙김으로 안다면 누군가 고통받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겠죠. 마음챙김이 없다면 자기에게 매몰돼버릴 것이고, 그럴 때는 다른 문제를 보살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소진, 고갈되고 말 것입니다. 자비의 정의 가운데는 고통에 대한 깊은 자각과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깊은 발원이 있습니다. 자기 친절, 자기 자비라는 것은 실제로 느낌입니다.
자기 자비를 계발하는 3가지 수행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은 그 위에 따뜻하게 올려놓습니다. 느낌이 어떤지 알아차려보세요. 이것이 자기 자비, 자기 친절의 몸짓입니다. 이때 우리는 편안함, 이완, 안정과 같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에게 친절함을 보낼 때 느껴지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 자비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더 잘 돌보고 더 잘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 자비가 많은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비가 많은 사람은 자신이 실패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때 오히려 자기에게 잘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실패에서 배우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비를 계발하는 3가지 수행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수행은 일상에서 힘들 때, 고통을 겪을 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힘든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어떤 것, 건강 문제, 혹은 직장 문제나 지금 어려움에 처한 친구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1에서 10까지 힘듦의 정도가 있다면 3, 4 정도 되는 것(너무 힘든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을 떠올려봅니다. 이 상황을 생각할 때 몸 어딘가에 불편함이 있는지 느껴봅니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렸다면 이것이 곧 마음챙김입니다. 고통이 있는 것을 그저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고통은 삶의 일부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이것은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것이야’, 혹은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자신에게 말합니다. 가슴에 두 손을 얹고 부드러운 손길을 느낍니다. 스스로에게 ‘내가 내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하고 말합니다. 그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기를’,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자비를 내게 줄 수 있기를’. 만일 적합한 말을 찾기 어렵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눈을 뜨고 이 공간으로 자각을 가져옵니다. 자기 자비를 가질 수 있는 수행은 5분, 5초로도 가능합니다. 자기 자비의 3가지 요소, 즉 ‘이것이 고통의 순간이야’ 하는 알아차림,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 고통을 겪는다는 공통의 인간성,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하고 자기에게 보내는 친절입니다. 매우 간단하지만 항상 쉽기만 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잊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잊어버렸을 때조차 그것에 대해서도 자기 자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명상은 안으로 향하는 자비와 바깥으로 향하는 자비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
우리는 인간이기에 주변에 있는 사람과 우리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압니다. 우리는 친절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다른 이들을 향한 자비와 우리를 향한 자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다른 이들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이제 소개하려는 명상은 안으로 향하는 자비와 바깥으로 향하는 자비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손은 가슴에 얹어도 좋고 무릎에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손길의 따뜻함, 그것이 빚어내는 친절함을 느낍니다. 호흡이 우리 몸 안으로 흘러오고 다시 나오는 것에 주의를 머물게 합니다. 우리 몸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발견하게 합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계속해서 알아차립니다. 호흡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차립니다. 그 호흡이 우리 몸을 어떻게 위로하는지 알아차립니다. 이제 들이쉬는 숨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각각의 들숨이 우리 몸에 영향을 줍니다. 숨을 들이쉴 때 자신에게 좋은 어떤 것을 함께 들이쉽니다. 따뜻함, 자비, 친절, 사랑과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그것을 느끼게 합니다.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이미지나 말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제 자신의 주의를 내쉬는 숨으로 바꿉니다. 내 몸이 숨을 내쉬는 것을 느낍니다. 숨을 내쉬는 것의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고통을 겪고 있으며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내쉬는 숨의 편안함을 그를 향해 보냅니다. 원한다면 그를 향해 따뜻함과 친절을 보냅니다. 이제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모두 느끼기 시작합니다. 나를 위해 숨을 들이쉬고, 다른 이를 위해 내쉽니다. 그 숨을 음미합니다. 하나는 나를 위해, 하나는 다른 이를 위해. 마치 바다의 부드러운 움직임처럼 숨을 들어가고 나가게 합니다. 끝이 없는 자비의 바다에 자신이 그 일부가 되게 합니다. 이제 숨을 내려놓고 그저 나 자신과 벗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이기를 허락합니다.
다른 이를 위한 자비와 나 자신을 위한 자비가 함께할 때 고갈되지 않아
뇌 구조 가운데 거울뉴런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다른 존재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 우리의 거울뉴런이 작용해 우리 자신도 고통을 느낍니다. 단지 그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고통을 겪는 것처럼 그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만날 때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언제나 ‘돌보는 사람’입니다. 의료 종사자, 부모, 교사, 친구, 형제자매 등등 누구나 돌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돌보다 보면 때때로 그 일이 우리를 소진하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거울뉴런이 있기에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를 빼앗아갑니다. 다른 이들의 고통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할 때 고갈(burn out)이 옵니다. 이럴 땐 화가 나고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으로서 소진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자기가 자기 자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소진될수록 돌봄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고 싶은 만큼의 온전한 돌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자기 비난에 빠지고, 충분히 돌보지 못하고 있음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속에서 숨을 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비를 가져오는 그 순간에 우리 자신을 위한 자비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생존이 바로 거기 달려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들을 잘 보살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이 수행의 이름은 평정심과 함께 하는 자비입니다.
편안한 자세로 자신을 이 순간에 머물게 합니다. 깊고 편안한 숨을 몇 번 쉽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위의 따뜻함과 부드러운 손길을 느껴보세요. 명심하십시오, 단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애정 어린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을. 이제, 내가 돌보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고통을 겪는 사람,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을 생생하게 떠올려보세요. 그 고통을 내 몸에서 느낄 수 있는지 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의 여정 가운데 있다. 내게 이 사람의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내가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은 내 손을 벗어난 일이다. 때때로 이 관계를 견디기 힘든 순간이 와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잘 견뎌내리라.’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스트레스를 알아차린다면 편안하고 깊게 숨을 들이쉽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몸 안의 모든 세포를 자비로 가득 채웁니다. 그 들이쉬는 숨으로 자신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자비를 줍니다. 숨을 내쉴 때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을 향해서, 혹은 다른 어떤 존재를 위해서 자비를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비를 들이쉬고 자비를 내쉽니다. 나의 몸이 자연스러운 호흡의 리듬을 알아차리게 하고 몸 스스로 숨을 쉬게 합니다. 하나는 나를 위해, 하나는 당신을 위해. 나를 위해 들이쉬고 당신을 위해 내쉽니다. 적절한 균형을 찾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내면에서 우리 몸이 어떻게 어루만져지는지 알아차립니다. ‘모든 이가 자기 자신의 삶의 여정 가운데 있다. 나는 이 사람의 고통의 원인이 아니다. 이 사람의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힘 안에 있지 않다. 설령 내가 그것을 원하더라도. 때때로 이 관계를 견디는 게 힘든 순간이 있을지라도 할 수 있는 한 그것을 견디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수행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다면 그렇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이기를 허락합니다.
<질의응답>
◎ 한국 사회에서 자살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국에도 그런 문제가 있을 텐데 MSC 프로그램을 적용한 예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마음챙김의 자기 자비라는 프로그램은 상당히 새로운 것이라 이 문제와 관련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자살 충동을 경험했거나 그런 시도를 했던 사람에게 마음챙김에 의한 자기 자비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됩니다. 종종 그분들은 극도의 자기 비난과 다른 사람에게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자기는 너무 다르고 결함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것의 저변에는 수치심이라는 커다란 바다가 있습니다.
◎ 자비란 어떤 마음 상태인가요?
다른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깊은 자각, 그것을 덜어주겠다는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비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스킬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그 원천에 다시 접촉하는 일이라 봅니다.
이 글은 (재)대한불교진흥원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 임상심리학자 스티븐 힉맨 박사를 초청해 ‘현대인의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마음챙김과 자비의 역할’을 주제로 실시한 특강을 정리한 것이다.
스티븐 힉맨 박사(Steven Hickman, Psy.D.)
임상심리학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CSD) 정신의학과 가족예방의학부 임상 부교수. UCSD 통합 의료 집행위원회 디렉터이자 2002년 UCSD 마음챙김센터(커뮤니티 설립, 임상 케어, 전문가 트레이닝과 연구를 위한 프로그램) 설립자. 마음챙김, 자기-연민심에 주의를 두는 명상 치유 프로그램(MSC, Mindful Self Compassion) 및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완화 코스(MBSR)를 지도하고 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