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 무료 급식 봉사장에서 나누는 무주상보시|2024년 캠페인 "우리 함께해요!"

무료 급식 봉사장에서
나누는
무주상 보시

허미숙
군포 송안초등학교 교장


◦ 나의 관세음보살님
우리 집 거실에는 커다란 수월관음도 액자가 걸려 있다. 대구에서 함께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던 후배들이 준 결혼 선물이다. 결혼 초 낯선 경기도에서의 외로움, 세 아이 육아와 학교 일로 힘겨웠던 날의 푸념과 기도를 관세음보살님은 온전히 받아주셨다. 그렇게 함께한 세월이 벌써 햇수로 34년이 되었다.

2010년 1월, 경추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진행되어 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서너 명의 의료진이 곁에서 수술 준비를 하는데 문득 나를 위해 애쓰는 이분들이 관세음보살님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을 감고 온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했다. 수술이 잘되어 건강하게 생활하게 된다면 관음의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다행스럽게도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해 복직할 수 있었고 다시 시작된 일상의 분주함으로 나는 그때의 기도를 잊은 채 살고 있었다.

원각사 무료 급식 봉사는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매일 운영되는 노인 무료 급식소에서 한다.
1일 300여 명의 어르신들께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 원각사 무료 급식 봉사를 만나다
1993년 10월 보리 스님이 시작한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 봉사가 스님의 건강 악화로 2015년 3월 2일자로 중단되었다가, 4월 1일부터 원경 스님이 재개한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기사를 보고 대학생불교연합회 83학번 동기 몇 명이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고 무료 급식 배식 봉사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당시 인원이 적었던 우리는 2015년 4월, 다른 봉사팀과 함께 배식 봉사를 시작했다. 원각사 무료 급식 봉사는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매일 운영되는 노인 무료 급식소에서 한다. 1일 300여 명의 어르신들께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이나 살을 에는 추운 겨울날에도 탑골공원 옆 골목길에는 번호표를 받고 급식 시작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는 어르신들께 한 끼의 밥을 통해 따뜻한 사랑과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에 온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이 대불련 총동문회에 알려지면서 관심 있는 선후배들이 한 명 두 명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7년 2월부터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대불련 총동문회 사회복지위원회 주관으로 동문회 단독 배식 봉사를 하면서 간식으로 빵과 두유를 드리게 되었다. 그사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인원 부족으로 힘든 위기도 있었지만 함께 애쓴 덕분에 10년째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동문회 조직 개편과 함께 ‘대불련총동문회 사회복지봉사단’으로 재조직해 현재 30여 명의 봉사 단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사회복지봉사단은 첫째, 함께하는 봉사 활동을 통해 불교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자비 실천의 신행 활동 둘째, 대불련의 삼대 강령 중 하나인 ‘우리는 진리의 빛, 참다운 복지사회를 건설하련다’는 대불련인으로서의 사회적 소명을 실천한다는 목적으로 조직된 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산하 자율 신행 단체이다.

10시경 급식소에 도착하면 다음 날 사용할 재료를 손질하고 11시 10분경부터 배식을 시작해 마지막 정리까지 마치면 1시 30분쯤 된다. 좁은 곳에서 쉴 새 없이 맡은 일을 하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환한 얼굴로 맛있게 드셨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우리에게 힘을 주신다. 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귤, 감, 대추 등을 보내주시는 동문, 지방에서 서울에 오면 아들, 딸과 함께 봉사에 참여하는 동문, 그리고 봉사 단원들의 따뜻하고 정겨운 말과 웃음 등 나눔의 마음이 함께하기에 봉사 날은 늘 행복하다. 가끔 개인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있다. 출근 전 시간 날 때마다 와서 봉사한다는 30대 남성은 힘든 설거지를 자청해서 했다. 자신의 생일에 300인분 예쁜 떡을 나눔하고 봉사한 20대 여성, 혼자 찾아보고 왔다며 열심히 멸치 손질과 배식 봉사를 했던 대학교 2학년 남학생 등 청년 세대가 함께하는 날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실천하는 이런 청년들의 사랑과 관심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나눔으로 함께하는 우리 곁의 관세음보살님
원각사 조그만 법당에는 부처님이 아닌 관세음보살님을 모셨다. 매일 무료 급식소에 오시는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을 관세음보살님은 어떤 마음으로 보시고 계실까? 타인은 또 다른 나라고 한다. 봉사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그 이름이 봉사일 뿐 그냥 나와 또 다른 내가 함께하고 함께 나누는 일상일 뿐이다. 무료 급식 봉사가 또 다른 아상을 만들지 않도록 주는 자도, 받는 자도, 주는 물건도 없는 무주상 보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함께한다.

2024년 7월부터 무료 급식 후원금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보살행에 동참해주셨다. 덕분에 8월부터 대중 공양과 간식, 배식 봉사까지 한 끼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통영에 사는 후배는 12월에 굴떡국 300인분 재료를 보내겠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작은 변화는 우리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봉사와 기부는 변화를 위한 가장 따뜻한 방법이다. 너와 나, 우리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이법의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한다면 함께하는 우린 모두 관세음보살님이다.

현재 무료 급식소는 임대한 사무실을 법당과 급식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얼마 전 근처 건물을 매입해 원각사 재건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원각사 재건 불사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입한 선비옥 건물은 보리 스님이 무료 급식을 시작하셨던 장소라고 하니 그 인연 또한 반갑다. 그곳에서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나도 잊고 살았던 기도, 관음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서원을 봉사와 나눔으로 이루어가기를 소망한다.


허미숙|군포시 송안초등학교 교장으로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38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다.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으로 불교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사회복지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