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오빠,
젊은 불교 커뮤니티를 실험하다
강민지
『명상맛집』 저자
교회오빠라는 말은 자주 쓰는데 절오빠라는 말은 왜 거의 안 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2014년, 당시 싸이월드에서 불교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포교사 구희철 법우와 조계사 청년회에 다니던 지혜순 법우와 나는 우연한 만남으로 함께 ‘절오빠절언니’라는 모임을 시작했다. 셋 다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불교로 오는 젊은이들 안내하는 호텔 로비
1990년대, 개성을 중시하는 X세대가 출현하더니, 매서운 IMF 외환 위기가 온 나라를 휩쓸어 취업난에 빠진 Y세대, 디지털이 더 편한 Z세대가 나타나면서 나이대가 조금만 달라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를 살게 되었다. 1980년생으로 MZ세대의 시작점에 있는 나도 기존의 불교 법회가 너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과연 젊은이들이 불교를 가까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염려로 ‘절오빠절언니’는 불교에 관한 흥미로운 대화 주제와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과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 플랫폼에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팟캐스트, 아프리카TV, 유튜브로 불교 방송을 하고, 크리스마스에 30대 솔로 불자들을 모아 파티를 했다. 이렇게라도 불교를 친근하게 접하다 보면 그다음 단계의 배움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다.
사실 불교를 공부하려고 동국대에 입학한 건 아닌데
나의 20대와 30대는 마음 따라, 인연 따라 흘러간 방황과 변화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꿈이던 과학자가 되려고 연세대 자연과학부에 들어갔지만 공부가 어렵고 재미없어 군대를 다녀온 후 수능시험을 다시 보고 동국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교 동아리(동불)에 가입하고, 선학과 수업을 듣다가 재미있어 복수 전공을 하고,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잠실 불광사에 입사를 하니 삶은 점점 불교와 가까워졌다. 이후 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고, 불광출판사(불광사 지역 잡지 공감Plus 편집자),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간사), 지하철 풍경소리, 불교상담개발원 등에서 1년 정도씩 일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나, 그 일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책에서 시작된 불교와의 인연, 책으로 이어지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독실한 불자였으며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셨던 까닭에 불교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10대와 20대에 읽은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책에서 인생의 방향성과 불교적 세계관을 배웠다. 특히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 과학을 통해 불교를 설명하는 부분과 당신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그 진리가 불교에 있는 것 같아 승려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불교를 탐구하고 실험(명상)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타고난 호기심과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 만나니 불교계를 떠나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도 불교와 불교심리학, 일반심리학과 영성, 자기 계발 서적 등을 늘 읽으며 살았다. 절오빠절언니 모임보다 불교를 좀 더 깊이 공부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2016년 붓다클래스라는 모임을 (지금은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된) 지인과 함께 만들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미산 스님의 초기 경전 강의』 책을 읽고 미산 스님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기도 했고, 각종 불교 책들을 읽고 우리끼리 독서 토론을 이어갔다. 코로나 시기 부침이 있었고, 점점 독서보다 친목의 비중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붓다클래스는 현재도 10여 명의 인원으로 끈끈하게 남아 있다.
이렇게 책과의 인연이 쌓여서 올해 8월, 불교나 명상을 처음 배우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로서 세계의 다양한 명상 지도자들과 명상 방법들을 소개하는 『명상맛집』이라는 책을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절오빠절언니를 만든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의 목표는 한결같다. 젊은 콘셉트의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불교를 더 쉽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모임이라는 방식을 통해 더 재밌는 배움과 매일의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상에 복붙하고 싶은 불교&명상 모임들
그 밖에도 여러 불교와 명상 모임들을 만들었고,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명상하는 형들’은 고정 멤버인 40대 남자 넷이 매달 (대체로 주말 아침 일찍) 모여 명상을 하고 요즘의 삶과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5년 차 모임인데, 특징이자 장점은 남자들만 모이니 각자의 아내들이 안심한다는 것이다.(어쩌면 이래서 부처님도 사부대중으로 수행 그룹을 나누었나 싶다.)
그리고 명상의 대중화를 이끈 서양의 모임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차드 멩 탄이 구글에서 만든 명상 모임 ‘gPause’, 소렌 고드해머가 고대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활용하고자 2009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Wisdom 2.0’ 콘퍼런스 등이다. 명상 앱 마보를 만든 유정은 대표가 한국에서 진행한 gPause에 2016년 처음 참여했다가 ‘명상을 이렇게 힙하게 세상에 전파할 수도 있구나’ 문화 충격을 받았고, 명상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gPause와 Wisdom 2.0 Korea의 운영에 참여했다.
이렇게 다양한 불교와 명상 모임들이 세상에 많아지면 좋겠다. 이유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의 삶과 취향도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명상하는 형들’을 보고 아내가 3명의 지인들과 함께 ‘명상하는 언니들’ 모임을 시작했다. 기존의 지역별 법등 모임과 구조는 거의 비슷하지만, MZ 느낌으로 운영되는 명상하는 형들&언니들 모임이 전국의 사찰에 생기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불교의 인적 기반이 되는 상가(saṁgha), 요즘 말로 불교 커뮤니티가 융성하기를 기대한다.
문수보살의 서원, 모두가 지혜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기를
언제부터였나 기억나지 않는 오랜 수행 습관이 하나 있다. 아침 출근을 위해 집에서 밖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반야심경』을 외우고, 3번의 문수보살 진언(옴 아라파자나 데)과 염불로 기도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문수보살의 열 가지 서원이 모두 중생들이 보리심을 내도록 돕는 일인 것처럼, 나도 사람들이 불교와 명상에 더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돕는 일을 지속하고 싶다. 대불련 수련회에서 석종사 혜국 스님에게 받은 법명이 보림(寶林)이었다. 동물의 숲(게임)보다 재밌게 빠져드는 보배의 숲을 널리 가꾸어, 지혜의 그늘 아래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편안히 수행하고 또 쉴 수 있기를 바란다.
강민지|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명상맛집 커뮤니티(msmzzip.com)를 비롯한 다양한 불교 및 명상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운영 했다. 절오빠절언니, 붓다클래스, 명상하는 형들 모임을 만들고, Wisdom 2.0 Korea, gPause, 트레바리 마인드풀니스 클럽 운영에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 『명상맛집』이 있 고, 「명상 커뮤니티의 활성화 방안 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2021 서울국제명상페스티벌 포스터 발표에서 명상 커뮤니티를 주제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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