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바라본 결혼과 출산|불교에서는 결혼, 출산을 어떤 의미로 보나

심리학에서 바라본
결혼과 출산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이외에도
심리-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청년들의 결혼관에 영향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층의 약 35%만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적령기 청년의 셋 중 둘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일 뿐 아니라 설령 결혼을 한다고 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비중이 과반을 훌쩍 넘었다. 청년 남성보다 여성에서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청년들은 결혼을 꺼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제적 여유 부족을 들었고 두 번째는 결혼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어떤 관습이나 제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특정 세대가 경험하는 물질적 혹은 경제적 상황의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가치관의 변화에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다양한 심리-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작용하게 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오로지 청년층의 불안정한 경제적 여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있었다. 전통적인 결혼 외의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 수 있다고 응답한 청년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80%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도 연인끼리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했으며,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부모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결혼 풍속도가 청년층에게는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결혼은 오랜 기간 유교적 전통과 관습하에 이루어졌다. 결혼은 개인 간의 사랑보다는 가족이나 친족 간의 연맹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결혼과 가족의 윤리는 국가 운영의 윤리로 확장될 만큼 한국인들의 도덕적 태도의 기초가 되었다.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등장과 이후 소위 X세대를 거치며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서서히 무너졌다. MZ세대에 이르러 전통적인 결혼관은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충격을 줄 정도로 급격한 해체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전통적인 결혼관의 변화는 MZ세대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대다수의 청년들 한국 사회의 결혼을 ‘나’의 자유와 선택,
행복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 필요
청년들의 결혼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Z세대의 특징을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MZ세대의 공통점으로 더욱 강화된 개인주의적 성향과 성평등적 경향,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등의 특성을 들고 있다. 탈근대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 MZ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은 ‘나’이다. 국가나 가족의 선양을 중요한 삶의 신조로 여겼던 전통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나의 취향과 선택, 자유와 행복의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결혼제도가 자신들의 삶에 불리하다고 느낀다. 다른 식으로 말한다면, 청년들에게 한국 사회의 결혼이란 글로벌한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며, 특히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인 권력 시스템이 지배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결혼을 ‘나’의 자유와 선택, 행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를 전통적인 집단주의나 가족 윤리에 근거해 비난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퇴행적인 세대 간 반목을 불러올 뿐이다. 국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필요해 보이지만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이 결여된 시도가 될 수 있다.

붓다의 삶 통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교의 관점 볼 수 있어…승가 공동체의
윤리와 같이 세간의 가족 윤리에 있어서도 상호 존중과 자비심, 성평등 지향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에 대해 불교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불교가 결혼과 출산에 대해 청년들과 한국 사회에 건설적이고 새로운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까? 불교가 출세간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교의 관점을 보려면 붓다의 삶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붓다는 야소다라라는 여인과 결혼해 라훌라라는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아내인 야소다라는 붓다의 고모인 빠미따 왕비의 딸이었다. 붓다 또한 친족 간의 혼인을 통해 순수하고 고귀한 혈통을 지키는 당시의 결혼 관습에 따랐던 것이다. 아버지인 정반왕 숫도다나는 붓다가 안정적인 가족 혈맹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인도 제국을 지배할 강력한 권력자로 성장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붓다는 세속적인 권력과 쾌락에 환멸을 느꼈으며, 아버지의 기대와 신성한 혈맹 가족의 전통, 아름다운 아내와 소중한 아들마저 뒤로한 채 출가를 선택했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유교 윤리에서 보면 붓다의 출가는 남편과 가장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가문(석가족)의 권위와 전통을 내버린 비윤리적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붓다의 출가는 세속적이며 가부장적인 권력 유지의 장치였던 당시의 결혼 관습에 대한 도전이었다. 붓다에게 당시의 결혼제도는 개인 내적인 자유와 해방을 방해하는 족쇄(아들 이름인 라훌라의 뜻)와도 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붓다는 성도 후 새로운 공동체인 승가를 형성한다. 승가 공동체는 새로운 관계 윤리를 실험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성평등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는 비구니 수행자를 인정했으며, 무엇보다 당시의 집단주의적 종교 문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적 차원의 깨달음의 가능성을 설파했다. 아들이었던 라훌라와 아내였던 야소다라는 차례대로 승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혈맹 가족의 일원이 승가의 도반으로 변모한 것이다.

붓다는 출세간의 깨달음뿐 아니라 세간의 부부간 윤리 또한 강조했다. 『중아함경』의 「선생경(善生經)」에서 붓다는 남편은 아내에게 예의를 갖추고 무시하지 말고 정조를 지키고 안사람으로서 권한을 주고 장식물을 제공하라고 권면한다. 한편 아내에 대해서는 아내의 본분을 다하고 남편의 친구, 친척, 또는 집안에 일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정조를 지키고 남편이 벌어온 재산을 잘 지키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능숙하고도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씀한다.

이를 보면 붓다는 승가 공동체의 윤리와 같이 세간의 가족 윤리에 있어서도 상호 존중과 자비심 그리고 성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붓다의 결혼과 출가의 삶이 보여주는 새로운 질서의 창조는 탈근대의 시절을 살고 있는 청년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를 돌아보는 계기를 줄 수 있다. 흔히 MZ세대를 디지털 노마드 세대라고도 부른다. 청년 세대는 정보와 문화가 자유롭고 글로벌하게 교류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찾아 나서는 유목민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의미에서 붓다가 전통과 관습의 파괴자이자 새로운 질서의 건설자였듯이 우리의 청년들을 미지의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노마드로서 인정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길이 자기중심적이거나 자기만족적인 방향이 아니라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발고득리(拔苦得利)라는 보편적 가치를 향한 발걸음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면 될 일이다.



박성현|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자아초월상담학 전공) 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자비 명상을 토대로 한 심리 치료 적용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자비의 심리학』, 『자비중심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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