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명상법
- 부처님의 명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가?
혜안 스님
부산 보디야나선원 선원장
사성제: 괴로움의 법칙과 행복의 법칙
불교는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에 이르게 하는 종교입니다. 그래서 모든 불교 경전의 가르침도 중생을 최고의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그 가르침의 핵심인 근본 명상법들의 원리와 바른 실천 방법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모든 불교 명상의 가르침을 사성제(四聖諦)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성제를 불교의 기본 교리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성제는 괴로움을 없애고 행복에 이르는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론입니다.
사성제에는 괴로움의 법칙과 행복의 법칙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법칙에 의해서 괴로움이 일어나고 어떤 법칙에 의해서 행복해지는지를 사성제가 보여줍니다.
불교 명상의 목적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에 이르는 것이기에 먼저 괴로움의 실체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성제 중 첫 번째인 고성제(苦聖諦)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불안, 불면증, 우울감 등 온갖 종류의 괴로움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괴로움들의 원인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겁니다.
사성제 중에 두 번째가 집성제입니다. 부처님은 끊임없이 욕망의 대상을 좇으며 원하는 욕망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보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의 법칙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복, 즉 괴로움으로 빚을 갚아야 될 행복이 아니라 참된 행복에 이르기 위해 수행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바른 수행을 통해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러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열반, 깨달음입니다. 멸성제(滅聖諦)가 바로 이것입니다.
네 번째는 도성제(道聖諦)입니다. 도성제는 괴로움의 원인을 없애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실천적 방법론입니다.
탐진치(貪瞋癡) 삼독심(三毒心)은 욕망과 성냄, 어리석음이며 이것이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이 괴로움의 원인을 없애는 방법이 바로 도성제입니다. 그리고 도성제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팔정도는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입니다. 이 팔정도를 세 가지로 분류하면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이 됩니다.
계(戒)는 흔히 계율로 표현되는데 윤리적이고 덕이 있는 행위를 통해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버리는 방법입니다. 정(定)은 삼매 혹은 사마타로 표현하며, 명상 주제를 알아차려서 괴로움의 원인인 탐진치를 버리는 방법입니다. 혜(慧)는 지혜 혹은 위빠사나를 의미하며, 진리에 따른 반조와 이해를 통해 번뇌를 버리는 방법입니다. 요약하자면 덕이 있는 행위를 바탕으로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것이 불교 명상입니다.
사성제 중에서 고성제와 집성제는 괴로움이 일어나는 법칙이며, 멸성제와 도성제는 행복이 일어나는 법칙입니다. 이런 괴로움의 법칙과 행복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2,60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효과가 검증된 방법입니다. 이 명상법을 대중들에게 가르쳐보면 그 효과가 너무나 놀랍습니다. 불교 명상의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직접 치유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행복의 법칙에 따라 명상했기에 저절로 그런 결과가 생긴 것입니다.
현재 이 순간에 마음 멈추기
몸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몸에 근육이 생기고 힘이 생기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몸의 근육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강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 반대입니다. 마음은 고요하게 멈췄을 때 강력해집니다. 마음이 멈추고 쉬는 것이 불교 명상의 핵심입니다. 불교 명상은 단순히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중하려 애쓰면 명상의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가고 움켜쥡니다. 그러면 마음이 쉬지 못하고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쉬고 멈추면 정신적 에너지가 점점 충전됩니다. 정신적 에너지가 모이면 내면에서 행복감이 일어나고 마음이 깨어나고 밝아집니다. 마음이 강력해집니다. 그러면 마음챙김이 강해지고 삼매가 개발됩니다. 이렇게 불교 명상이 진행됩니다.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생각은 끊임없이 과거로 미래로 달립니다. 과거와 미래를 버리고 마음을 현재 이 순간에 멈추고 편안하게 쉬다 보면 정신적 에너지가 점점 충전됩니다. 마음이 깨어나고 평화의 에너지가 생깁니다. 그러면 행복감이 일어나며 삶의 괴로움들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물론 미래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있고 과거도 생각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실체가 없는 과거나 미래에 관한 생각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버리고 마음을 현재 이 순간에 멈추는 방법만 알아도 마음에 짊어지고 있는 괴로움의 99%는 사라집니다.
불교 명상은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 명상은 일종의 마음 운동입니다. 운동을 배우듯이 정확한 마음의 기술을 배우고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계속 훈련하다 보면 과거와 미래를 버리고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순간에 마음을 멈추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은 만족감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현재 이 순간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너무 가벼워지고 무거운 스트레스도 대부분 사라집니다.
호흡 명상: 부처님을 깨달음으로 이끈 명상법
이제 호흡 명상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불교의 호흡 명상은 팔리어로 아나빠나사띠(Ānāpānasati)라고 합니다. 호흡 명상은 현재 일어나는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명상법입니다. 아나빠나는 들숨과 날숨을 의미하며, 사띠는 ‘알아차리다’라는 뜻입니다. 호흡 명상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셨을 때 행하셨던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명상은 어떤 자세로도 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가 좌선입니다. 좌선 자세는 불편할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가장 오랫동안 편안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세입니다. 좌선 자세 중 반가부좌가 가장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반가부좌를 할 때 먼저 왼쪽 발바닥으로 오른 다리 허벅지 아래를 받치고, 왼쪽 발날을 오른쪽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에 끼워줍니다. 엉덩이 쪽은 좌복을 접어서 엉덩이 꼬리뼈를 살짝 받치십시오. 허리는 바르게 펴야 하지만 S자로 너무 꼿꼿하게 펼 필요는 없습니다. 자세의 목적은 몸을 편안하게 해서 몸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손은 편안하게 왼손을 발 위에 놓고 그다음 오른손을 살짝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힘을 쭉 빼고 눈을 감습니다. 처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입니다.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이 편안해지면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명상하는 시간은 마음의 모든 짐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게 휴식하는 시간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짐도 모두 멀리 던져버립니다. 어깨에서 편안하게 힘을 쭉 빼서 어깨를 편안하게 합니다. 목에서도 힘을 쭉 뺍니다. 긴장된 얼굴도 편안하게 이완합니다.
이제 현재 일어나는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들숨이 일어나면 들숨이 일어나는 줄 알고 날숨이 일어나면 날숨이 일어나는 줄 압니다. 호흡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호흡은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둡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그저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들숨과 날숨을 알기만 하면 됩니다. 잡념이 일어나서 호흡을 아는 것을 방해한다면, 그 잡념을 멀리 던져버리고 주의력을 호흡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편안하게 들숨과 날숨을 계속 알다 보면 여러분의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하고 점점 더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호흡 명상을 하루에 30분만 하더라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들고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반복적으로 명상을 하다 보면,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점점 쉬워집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잡념이 덜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호흡을 거의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다 보면 소리도 사라지고 몸도 점점 사라집니다. 나중에는 호흡을 마지막으로 몸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러면 순수한 마음만 남습니다. 이때서야 오감의 영역에서 벗어난 순수한 마음을 경험할 수 있고 일상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매와 지혜가 개발됩니다. 그리고 명상이 더 발전하면 지복의 경지인 선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선정을 통해 생긴 강력한 정신적 에너지와 마음챙김으로 괴로움의 근본 원인인 번뇌를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자애 명상: 지상에서 천상의 행복을!
다음 명상법은 자애 명상입니다. 자애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포용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이런 조건 없는 따뜻한 사랑과 용서, 포용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자애 명상입니다. 세속의 사랑이나 애정과 자애가 다른 점은 무조건적이라는 것입니다. 조건이 달려 있지 않으면 원함이 없기에 괴로움도 사라집니다. 자애 명상을 할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애심을 일으키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100번 1,000번을 잘못했더라도 그 잘못을 가르치고 난 후에는 언제나 조건 없이 자신을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자애 명상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고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몰아붙이고 채찍질한 결과입니다. 이런 상처는 자신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과 포용의 감정인 자신에 대한 자애 명상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나는 내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했더라도 나 자신을 무조건 용서합니다. 언제나 스스로의 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내 마음의 문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활짝 열려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하기를!’이렇게 자신에게 따뜻한 자애의 마음을 자주 보내줍니다.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한 자애의 마음을 보내듯 남들에게도 이런 조건 없는 따뜻한 자애의 마음을 보내줍니다.
자애 명상은 지상에서 천상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명상법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 우울증, 번아웃, 불면증,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 결과입니다. 자애 명상은 모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를 진정한 행복으로 이끕니다. 그냥 조건 없이 사랑하고 용서하면 저절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마음에 행복감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바라는 바가 없이 그냥 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바라는 바 없이 해보면 됩니다.
오늘 강의에서 얘기했던 명상법들은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행복의 법칙입니다. 매일 30분이라도 꾸준하게 명상하십시오. 부처님의 명상법은 여러분의 일상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여러분을 깨달음이라는 최고의 행복으로 이끌 것입니다.
혜안 스님|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통도사, 범어사에서 불교 경전을 수학한 후 국내의 선원과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호주 등의 사찰 및 수행처에서 정진했다. 명상의 스승으로 삼게 된 아잔 브람 스님과의 인연으로 호주의 보디냐나 사원에서 수행했다. 현재 부산 보디야나선원 선원장으로 명상 지도를 하고 있다. 저서로 『마음 다루기 수업』이 있고, 역서로 아잔 차 스님의 『반조, 마음을 비추다 1·2』와 아잔 브람 스님의 명상 지침서인 『놓아버리기』가 있다.
* 이 글은 (재)대한불교진흥원이 젊은 불교 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 <대원청년 불자상 동아리상>의 수상자를 초청해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경주 황룡원에서 실시한 ‘제2회 대원청년회 워크숍’에서 혜안 스님의 초청 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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