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 | 나의 불교 이야기

마음의 등불

서민지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 과정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나의 믿음은 한 봉사 단체에서 비롯되었다. 2005년, ‘마음의 등불’이라는 한 봉사 단체가 설립되었다. ‘마음의 등불’은 “부모가 자비로운 마음을 먼저 실천함으로써 선행의 본보기가 되어 자녀로 하여금 이를 본받아 행하는, 그리하여 온 가족이 함께 소욕지족하는 생활은 물론 바람직한 사회의 등불로 회향하고자 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가족 자원봉사 단체이다.

‘마음의 등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은 보리심(菩提心)을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식 봉사를 통해서 중생 구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음식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부처님의 뜻을 함께 음식에 담아 전해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봉사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지만, 그동안 봉사 활동을 이어오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했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음의 등불’에는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오고 간다. 봉사 단체가 설립된 초창기 때부터 봐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마음의 등불’이라는 봉사 단체에는 항상 힘든 사람들이 모인다. ‘마음의 등불’은 여러 상황들에 치여 살아가기가 쉽지 않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힘든 상황을 겪으며 찾아온 사람들,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런 강한 힘은 결국 ‘그럼에도’ 보리심을 내야 한다는 그 믿음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봉사 활동이라는 것은 그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간 사람들이 많은 곳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아이가 자라서 봉사의 개념을 이해하고, 또 거기에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나의 가치관이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 등 나에게서 일어난 변화는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렇듯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의미가 있고 그 삶에 적용되는 바가 있다면 이러한 것이 바로 종교가 이 사회 속에서 맡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본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킹덤 오브 헤븐>은 우연히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게 된 한 기사의 이야기로, 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교회 기사단은 이슬람군에 의해 패배하게 되고, 승리한 이슬람군은 그들의 성지 탈환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예루살렘을 성지로 삼은 이들이 그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구원의 땅이며, 종교를 떠나 모든 순례자를 환영하는 곳이다. 예루살렘이라는 하나의 희망을 안고 많은 이들이 전쟁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참아낸다. 이처럼 종교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살아갈 힘을 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사단을 이끄는 ‘발리앙’과 이슬람군 대표인 ‘살라딘’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예루살렘이 무엇이냐는 발리앙의 질문에 살라딘은 “Nothing, Everything”이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사실상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종교를 믿고 따르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전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믿는 마음, 즉 그 마음을 내는 것부터가 자신의 신행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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