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상 지도자 조안 할리팩스 선사와 함께하는 수행

마음챙김을 통한 의료 명상 훈련

‘죽음과 함께하는 삶’

김정숙
아시아행복연구원 원장, Being With Dying-Korea 대표


‘죽음과 함께하는 삶(Being With Dying, BWD)’이란 무엇인가
의료인을 위한 전문 의료 명상 훈련인 죽음과 함께하는 삶(BWD) 프로그램은 1970년대에 조안 할리팩스 선사가 개발해 전 세계의 의료 및 교육 기관에서 제공하는 건 강 돌봄 전문가들을 위한 혁명적이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심각한 질병과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돌보는 데 중요한 도구들을 제공한다. 주로 의사와 간호사의 의료 명상 훈련으로 고안된 BWD는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사, 호스피스 기관 근무자, 심리학자, 행정가, 생애 말기 돌봄 환자와 함께 일하는 성직자도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은 의료인이 연민과 기술로 만성질환과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돌보는 필수적인 도구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회복력과 헌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죽음에 관한 의료 명상 훈련은 건강 돌봄 제공자가 질병과 죽음에 대한 심리사회적, 윤리적, 실존적, 영적 측면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기술을 개발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심각한 질병, 임종, 애도를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과 관련된 핵심 문제를 다룬다.

교육 방법은 주제 설명과 탐구 과정, 동료 간의 학습과 대화, 사례 연구와 공동체 회의, 반영 및 명상 실습, 요가, GRACE.Ⓡ(마음챙김과 연민에 근거한 돌봄)를 포함한 다양한 학습 방법을 활용한다. 그리고 알아차림 강화와 전문가로서의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수행한다. 대부분의 BWD 훈련 프로그램은 의사, 간호사, 기타 건강 돌봄 제공자들의 현재 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환자와 죽음을 직면한 사람을 돌보기 위한 윤리적, 영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
•명상적 돌봄의 신경과학
•중환자 및 가족과의 의사소통
•통증, 고통, 그리고 죽음 현상에 대한 탐구
•임종 환자와 가족을 돌보기 위한 명상적 접근
•전통적인 의료 환경에 대한 심리사회적 및 영적 서비스 수행
•죽음을 직면한 사람을 돌보는 공동체 만들기
•자기 돌봄과 회복력
•GRACE.Ⓡ 개요, 타인과 교류하면서 연민 배양하기

세계적으로 참여불교를 선도하는 미국 우파야 선 센터(UPAYA Zen Center)는 1994년부터 체계적인 ‘Being With Dying Project(죽음과 함께하는 삶 프로젝트)’를 창설해 호스피스 및 완화 치료 현장에서 일하는 수백 명의 의료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오고 있으며, 매년 조안 할리팩스 선사의 지도 아래 총 10명의 교수진이 전 세계에서 온 7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명상 훈련을 교육하고 있다.

왜 죽음 명상이 필요한가
『Being With Dying』이라는 책을 런던의 가장 오래된 책방인 해처드(Hatchards)에서 발견했던 때가 2014년이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죽음앓이 때문인지 제목이 시야에 강렬하게 들어와서 홀린 듯 책을 구입했었다. 2000년에 동신대학교 간호학과 정신간호학 교수로 임용되던 그해에 지도학생이 투신자살했고, 2007년에 친분이 두터웠던 동료 교수가 밤사이에 뇌경색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 버린 경험은 나에게 충격적인 죽음 관련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가 개인적인 일로 갑자기 상담 일정을 미룬 바로 그날 죽음의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그 상담 일정을 미루지 않았다면 그들은 살아 있었을까? 상담자로서 그 두 번의 뼈아픈 경험은 나로 하여금 지금-여기 현재 순간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질문을 남겼다.
우파야 선 센터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그것은 나, 바로 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언젠가 그것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죽음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반백 살이 넘어서면서 나의 명상 스승인 할리팩스 선사의 ‘죽음과 함께하는 삶(BWD)’ 전문 명상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 여러 일들을 뒤로 하고, 우파야 선 센터로 향했다. 네 차례에 걸쳐 참여한 다양한 형태의 전문 명상 훈련들은 나의 내면을 연민에 가득 찬 풍요로움으로 끌어안기에 충만했다. 특히 죽음에 관한 전문 명상인 BWD는 8일 동안 안거 형태로 진행되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할리팩스 선사의 지도 아래 총 10명의 교수진이 세계 각지에서 훈련을 받으러 온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해 밤 9시까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받는다.

첫날 아침에 할리팩스 선사는 ‘어떻게 죽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써보라고 제안했는데 아무도 병원에서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병원에서의 임종이라고 적은 참가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다. 둘째 날은 죽음에 대한 ‘아홉 가지의 관조 명상’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11세기 아티샤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할리팩스 선사는 우리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직면하는 성찰로 명상을 이끌어주었다. 아홉 가지의 관조 명상 방법은 삶과 죽음의 근원적 본질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삶과 죽음의 진리를 가슴에 품고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즉 죽음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삶에 대한 알아차림을 현현하게 불러일으키면서 죽음의 두려움을 죽음의 수용과 삶의 축복으로 전환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BWD 훈련 프로그램에서 나의 내면과 깊이 접촉한 명상은 마지막 날 아침의 ‘신체의 해체’ 명상이었다. 이 명상은 티베트 불교 명상 수행 중 ‘죽음 후의 요소 해체’라는 명상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유도 명상으로 죽어감의 바르도 전체 과정을 마음 속에서 상상하는 명상으로 안내된다. 할리팩스 선사는 해체 명상을 하는 동안 붓다가 죽을 때 취한 자세인 잠자는 사자 자세로 눕도록 안내했는데 땅, 물, 불, 바람, 허공으로 명시된 요소가 하나하나 해체되는 식으로 과정이 이루어졌다. 이 명상에서 할리팩스 선사는 잠들어가는 과정이 죽을 때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했는데, 이 해체 명상은 거의 잠에 들어갈 지점까지 나를 이끌었다. 해체 과정이 유도 명상에 의해 안내되면서 내적인 미묘한 해체, 의식이 허공으로 해체되는 등의 심적 경험이 변화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의 변화가 어떻게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알아차림의 공간으로 초대할 수 있었고, 명상이 끝난 후 열린 공간으로 나왔을 때 강렬하면서도 포근한 햇살과 푸른 하늘 빛이 더없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죽음이라는 진실에 두려움 없이 직면하도록 고안된 마음챙김에 근거한 강력한 연민 명상 훈련인 BWD는 죽음을 생생한 삶 속으로 초대해 나 자신과 연결하고, 타인과 지구, 우주와 연결해 돌보는 것을 깊이 체험하도록 안내한다. 할리팩스 선사는 훈련 과정 내내 죽음과 함께하는 삶의 초점으로서의 연민과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자신과 타인의 죽음 안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세 가지 지침은 “모른다는 것을 알기(not-knowing)”, “그대로 보기(bearing witness)”, “연민에 가득 찬 행동(compassionate action)”이다. 본 죽음과 함께하는 삶, BWD 훈련을 통해 나는 강건한 등, 온화한 가슴으로 지금-이 순간,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가슴에 담고, ‘카르페 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을 알아차림의 공간으로 가져와 한숨 한숨 현존하며 호흡하고자 한다.

오늘도 조안 할리팩스 선사의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모든 순간, 이 순간에 당신의 삶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멋지게 노력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 이 순간이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죽음 그 안에서, 당신은 자신의 경험이 되리라.
In death, you are going to be what your experience is.

조안 할리팩스 선사(1942년 출생)는 세계적인 선승이자 의료 인류 학자이며 생애말기 돌봄 분야의 선구자이다. 현재 미국 멕시코주의 산타페에 있는 우파야 선 센터(UPAYA Zen Center)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다. 1973년 의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할리팩스 선사는 전 세계의 많은 학술 기관과 의료기관에서 죽음과 죽음의 과정에 대해 가르쳤고 영상인류학에서 국립 과학 재단 펠로우십을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교의 의료 민속식물학의 명예 연구원이었다. 1972년부터 1975년까지, 할리팩스 선사는 메릴랜드 정신의학 연구 센터(Maryland Psychiatric Research Center)에서 정신과 의사 스타니슬라브 그로프(Stanislav Grof)와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일하였으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의료 현장에서 생애 말기 환자들 및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의료인 또는 관계인들에게 생애말기돌봄 환자에 대한 심리사회적, 윤리적, 영적 측면을 교육하고 있다. 할리팩스 선사는 우파야 선 센터의 ‘죽음과 함께하는 삶(Being with Dying)’ 프로젝트의 설립자 겸 대표이고 , 교도소 수감자 대상의 명상 프로그램을 창안한 우파야 교도소 프로젝트(Upaya Prison Project)의 개발자이며, 네팔의 유목민 클리닉(Nomads Clinic)의 설립자로서 매년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할리팩스 선사는 자신의 첫 스승인 숭산 스님과 10년 동안 함께 공부하면서 관음 선 스쿨(Kwan Um Zen School)의 교사였고, 그 이후에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으로부터 전법을 전수했으며, 미국의 참여불교를 선도했던 버니 글라스만 선사(Roshi Bernie Glassman)의 인가를 받았다. 또한 젠 피스메이커 오더(Zen Peacemaker Order)라는 종파의 설립 교사와 프라즈나 마운틴 부디스트 오더(Prajna Mountain Buddhist Order)의 설립자인 할리팩스 선사는 40년 이상 참여불교에 중점화된 작업과 수행을 해오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는 『죽음을 명상하다 :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와 컴패션』(원서: Being with Dying)이 있고, 그 외에 『The Human Encounter with Death(with Stanislav Grof)』, 『The Fruitful Darkness, A Journey Through Buddhist Practice』, 『Simplicity in the Complex』, 『A Buddhist Life in America』, 『Standing at the Edge』 등 다수가 있다.

김정숙
아시아행복연구원 원장, Being With Dying-Korea 대표.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의료관리학과와 대원불교문화대 교수로 강의하고 있고, 마음챙김 명상 및 전문 상담 등을 교육하고 있다. 마음챙김-자기연민(MSC) 지도자로서 마음챙김 명상, 연민, 상담 관련 전문 훈련, 수퍼비젼 및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마음, 명상, 정신건강”을 키워드로 행복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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