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친구가 되어준 불교와 명상 그리고 만다라 | 나의 불교 이야기

삶의 친구가 되어준
불교와 명상 그리고 만다라

신옥선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 미술치료학과 2학기, 대원아카데미 동문


부처님께서는 삶은 고(무상)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다. 이것을 알지 못하고 ‘삶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나이에 불교를 만났다. 삶은 행복해야 하는데 어찌하여 힘든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나의 생각과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때 찾은 것이 불교였고 위빠사나 명상과 지금의 대원아카데미였다.

대원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면서 미술 치료와 만다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만다라는 티베트 승려들의 수행 도구로 사용되며 불교에서뿐만 아니라 마음을 수행하는 수행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자신의 스승인 프로이트와 결별 후 힘든 시기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 후에 보니 만다라였다고 했다. 이후 융은 만다라를 그리면서 스스로의 경험으로부터 만다라의 의미를 발견하고 체계화해 발전시켰다.

아래 그림은 직접 그려본 만다라인데, 사각형·팔각형·삼각형 만다라이다.

필자가 직접 그린 만다라(왼쪽부터 사각형, 팔각형, 삼각형 만다라)

원 안에 삼각형들이 모여 만들어진 간단한 도형 만다라이다. 만다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혼자 공부도 하고 특강도 듣고 스스로 그려보는 체험을 했다. 만다라는 손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색칠하다 보면 자연히 그리고 싶은 의도가 생기는데 그럴 때 편안하게 그리면 된다. 운동과 같이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힘들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꾸준히 달리다 보면 몸이 건강해지듯이 편안히 그리다 보면 여러 가지 자연물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고 도반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면 또 좋은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

만다라를 그려보면 중심을 향하는 에너지와 중심에서 외부로 나가는 두 종류의 에너지를 느끼게 되는데 에너지를 내부로 모을 때 만다라의 그림은 무의식적으로 원주(밖)에서 원의 중심(안)으로 향하고 있는 그림을 만나게 되고, 반대로 자신의 에너지가 내부로 너무 많이 모이면 원 중심에서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만다라 그림에서 만나게 된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율하게 만들어주고, 스스로 평정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마음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의도적으로 원주(밖)에서 중심(안)으로 향해 모아가는 만다라를 그릴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필요한 방향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것이 만다라 미술의 장점이다. 처음에는 이런 에너지 작용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지만 꾸준히 집중하다 보면 만다라 그림에 나타나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생기게 된다. 일종의 보여지는 자신과 보는 자신의 관계가 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명상에서의 알아차림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만다라의 ‘만다’는 중심, 본질, 원만이라는 의미가 있고, ‘라’는 성취하다, 얻다라는 의미가 있다. 자유 만다라에서는 원을 그린 후 원 안에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해보는 것인데 그렇게 표현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 틀의 방향과 자주 나타나는 그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되어 스스로에 대해 통찰하게 된다. 그렇게 알아차리게 되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그 결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명상과 목적은 같지만 도구가 다른 것이 만다라라고 할 수 있다.(불교 수행에서의 만다라는 며칠을 집중해 만든 만다라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무상을 경험하게 한다)

나는 60세 즈음에 나의 만다라를 만났다. 물론 그전부터 만다라를 알고는 있었지만 예전에는 문양 만다라를 그리라고 하면 유치원생도 아닌데 색칠 공부하는 것 같은 그림을 준다고 하며 불만스러워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럼에도 만다라에 관심을 가지고 그려보는 경험을 한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살아가는 길에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만다라를 그리다 보면 마음이 조용해지고 침착해지고 그 덕분에 집중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어 행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힘들 때 불교와 명상 그리고 만다라를 만나 삶의 친구가 되었다. 자신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 방법들을 많이 알수록 자신은 물론 나아가 주위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나는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이 힘들 때 치유할 수 있는 것들과 스스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삶의 친구로 곁에 두고 있다. 싱잉볼이나 아로마 향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소리 역시 나의 친구이다.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알아가고 더 나아가 삶이 고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나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동시에 나를 나답게 이해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삶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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