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한 명상 | 명상 가이드북

외로움에 대한 명상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개별화된 존재로서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실존의 괴로움 중 하나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 감정입니다. 외로움은 사람들과 세계로부터 분리되고 소외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자기 존재의 결핍감과 무의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때 공허감과 결핍감을 채우기 위한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위안과 안정을 제공해줄 사람을 찾고, 혼자라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오락과 쾌락에 탐닉하기도 하며 술과 물질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은 일시적인 망각을 제공해줄 뿐 공허한 마음은 더욱 황량해지고 불모의 사막처럼 생명력을 잃어갑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외로움이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처는 무엇일까요? 마음챙김 명상이 제시하는 방법은 외로움을 온전히 허용하고 만나는 것입니다. 깊은 침묵 속에서 외로움이 불러일으키는 집착과 갈망의 느낌, 고립과 소외의 느낌 속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결핍감과 공허감으로 채워졌던 외로움은 마음챙김의 빛을 받아 텅 비어 있으나 충만한 고독의 상태로 변화합니다. 외로움은 알아차림과 받아들임이 가져다주는 기적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해주는 신비한 마음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1. 몸을 움직여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찾아봅니다. 들고 나는 호흡으로 잠시 주의를 가져갑니다. 들숨에 1-2-3-4, 날숨에 1-2-3-4,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호흡을 점차 느리고 깊게 합니다. 몇 차례 이런 식으로 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의 리듬을 찾아봅니다. 깊고 느려진 호흡과 함께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느려지는 것을 허용합니다.

2. 주의를 내면으로 돌려 최근 외로움을 느꼈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 느낌을 의도적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봅니다. 이 연습 동안은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만나보리라 다짐해봅니다.

3. 자신의 몸과 마음에 묻어 있던 외로움이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찾아봅니다. 머리, 가슴, 배, 골반, 팔과 다리에 주의를 보내면서 외로움의 감각이 위치한 몸의 장소를 탐색해봅니다.

4. 머릿속의 혼란한 느낌, 텅 빈 가슴의 느낌, 아리고 조여오는 몸의 감각 그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이 모든 느낌을 외로움이 보내오는 간절한 편지라고 생각해봅니다. 연민과 사랑을 담은 마음으로 이 편지에 담긴 사연을 읽는 자신을 상상해봅니다.

5. 외로움에 동반되어 어떤 충동들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봅니다. 공허와 결핍을 채우기 일어나는 필사적인 갈망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알아차립니다. 누군가를 찾고, 결핍을 달래고, 공허감을 잊기 위해 외로움이 찾아 나서는 것들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6. 갈망과 충동이 점차 사그라들면 외로움의 밑바닥에 있는 슬픔과 그리움을 느껴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 무가치하게 팽개쳐진 느낌, 삶이 무의미해진 느낌 등등 외로움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과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허용하고 알아차립니다.

7. 외로움과 연관된 이 모든 느낌과 감정이 지나가고 고요해질 때, 여전히 혼자 있지만 마음을 새롭게 채우고 있는 텅 빈 충만을 알아차립니다. 바깥의 세계에서 구해야 할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스스로 충만한 마음의 상태에 머물러 그것이 가져오는 기쁘고 만족스러운 고독을 음미해봅니다.

8. 주의를 확장해서 지구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세상 누구도 예외 없이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숙고해봅니다. 외로움은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지불하는 입장료와도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이 결코 대신해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고 괴로움을 감내해야 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9. 외로움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모든 사람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인간성의 한 측면이라는 점을 잠시 생각해봅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이 지구별에 살고 있는 인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자격이 있다는 점을 숙고해봅니다.

◎ 외로움을 연민의 마음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자신을 포함해 모든 존재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공감과 연민 어린 시선입니다. 자비에 대한 심리학 연구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괴로움이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자신을 자비롭게 대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임을 보여줍니다. 특별히 외로움은 인간의 삶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실존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가 외롭다는 깨달음은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라는 자각과 함께, 분리와 소외의 감옥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연민과 돌봄의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외로움이 충만한 고독으로 변모될 때 자기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확장될 수 있습니다.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자아초월상담학 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자비 명상을 토대로 한 심리 치료 적용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자비의 심리학』, 『자비중심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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