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왜 명상에 심취했나 |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스티브 잡스와
선불교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은 혁신을 의미한다. 그는 기술(technology)의 세계에 아름다움이라는 감성을 통합했고,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기발한 제품을 만들어낸 창의적인 천재였기 때문이다. “세상은 더는 잡스만큼 큰 영향을 주는 개인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업가이자 지도자이다. 잡스가 이룩한 업적의 원천은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강한 집념이 아니라 남다른 삶의 방식에서 나온 직관과 단순함의 힘이었고, 그 삶의 방식이란 바로 선불교의 수행에서 얻은 것이었다.

잡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꼈으며 그것을 채울 방법을 궁리했다. 특히 영적 수행을 통해 무언가를 찾고 싶어 했으며, 19세에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인도로 가서 영적 스승을 찾아 헤맨 적도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은 19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에서 나온 일종의 영적 통과의례이기도 했지만, 잡스에게 명상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7개월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돌아온 청년 잡스는 계속해서 명상 수행을 연마했다. 마침 그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땅에서 선불교가 처음 번성하기 시작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찾던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선불교였다. 잡스는 선이 자신의 존재 본성을 찾게 하는 최고의 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선은 속박에서 자유로 향하는 길을 가르쳐준다. 선은 우리 각자 안에 축적된 에너지들을 적절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방해준다. 우리 안에 쌓여 있는 에너지들은 보통의 경우 갇혀 있고 왜곡된 것들이어서 활동을 위한 적절한 통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치거나 정신 장애가 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선의 목표이다. 내가 자유라고 말하는 의미는 우리 가슴속에 쌓여 있는 창조적이고 높은 수준의 욕구에 자유로운 놀이를 부여하는 일이다.” (스즈키 다이세쓰)

선불교가 미국 사회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두 분의 스즈키 덕분이었다. 먼저 스즈키 다이세쓰(1870~1966)는 학자로서 강의와 영어 저술을 통해 서양인들에게 선의 핵심적인 사상을 잘 전달했다. 다음으로 스즈키 슌 류(1905~1971)는 일본 조동종 선사(禪師)로서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를 설립하고 1960년대 미국인들에게 좌선 수행을 가르치고 홍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잡스는 스즈키 다이세쓰를 책으로 만났고, 스즈키 슌 류 스님은 직접 만나 지도받았다.

“단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으로는 좋은 선불교 수행자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부처님의 경험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스즈키 다이세쓰)

두 분의 스즈키에게서 잡스는 명상을 통한 내적 세계의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수행했다.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깨달은 잡스는 ‘그냥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서 한 차원 높은 통찰력을 얻는 법’을 배웠다.

그의 전기를 보면 잡스는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하려고 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정되고, 진정되면 더 미묘한 것들을 들을 여지가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느려지고 현재의 순간이 한없이 확장되는 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당신은 지속해서 그것을 연습해야 합니다.”

잡스가 ‘본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직관을 의미한다. 그는 직관적 이해와 통찰을 이성적인 사고와 개념적인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겼다. 그는 직관에 따라 앞일을 선택했고 그러한 결정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마음과 직관은 여러분이 되고 싶어 하는 바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부차적입니다.”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잡스는 사물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지닐 수 있었는데, 그러한 능력은 무엇보다 명상 수행에서 얻을 수 있었던 직관의 힘이다. 그는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 힘이 있었고, 내면의 지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과 직관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잡스는 말했다.

잡스의 직관은 그의 독특하고 놀라운 제품 개발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어떤 종류의 마케팅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선 수행은 잡스가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했다. 잡스가 한 말 중에서 “나의 임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미처 몰랐던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특히 유명하다.

잡스가 배운 선불교의 핵심은 반야, 즉 정신의 집중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근원적인 지혜였다. 그는 평생에 걸쳐 반야의 지혜를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애썼다. 젊은 시절, 잡스가 더 깊은 가르침을 원하자 스즈키 슌 류 스님은 제자 중 한 명인 오토가와 고분치노 스님(1938~2002)에게 가서 가르침을 구하라고 했다. 그는 오토가와 스님을 잘 따랐고 거의 매일 스님과 만났다고 한다. 잡스는 선불교에 완전히 헌신하며 살고 싶다고 스님과 상의했지만, 통찰력 있는 오토가와 스님은 잡스에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선 수행과 영적 생활을 할 수 있다”라고 설득했다.

실제로 잡스는 그의 극단적 열성 때문인지 선 수행을 통해 내면의 평정이나 고요한 마음 상태를 얻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집념 어린 수행은 창의적 발명에 영감과 비전을 주었다.

어느 날 잡스가 오토가와 스님을 찾아와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제가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토가와 스님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정말 훌륭한 일이군요. 당신이 깨달았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나요?”

일주일 후에 잡스가 오토가와 스님을 다시 찾아왔다. 손에는 작은 금속 조각이 들려 있었다. 무슨 물건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스님에게 잡스는 그것이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컴퓨터 칩이었다. “제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내 친구 워즈가 도왔고요. ‘리사’라고 불러요.”

오토가와 스님이 보기에는 그것이 깨달음의 증거라고 하기에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잡스가 선불교의 깨달음을 얻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그 무렵 애플 컴퓨터의 모태가 되는 디자인을 명상 수행으로부터 얻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잡스의 창의성은 꾸준한 선불교의 수행으로부터 얻은 성향에서 나왔는데, 이러한 성향을 요약하자면, 직관과 단순함(또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란 뜻으로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를 추구하는 사상 또는 문화·예술적 사조를 말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 필요 이상의 것을 두지 않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이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미디어는 그가 만든 제품의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은 선불교의 영향 덕분이라고 알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잡스를 상징하는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까지도 기능과 단순함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것이었다.

잡스는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시간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더라도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잡스는 달랐다. 그는 사물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선불교의 수행은 잡스에게 단순함, 고도의 집중력, 용기, 단호함, 엄격함 등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단순하고 집중된 생활에서 통찰과 직관을 얻을 수 있었다.

애플사 광고 부서의 최고 책임자인 켄 시걸은 잡스와 그의 회사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의 핵심은 바로 단순함이었다고 말한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사용자들이 알기 쉽고 쓰기 편하게 하는 것이 애플의 최대 강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화를 위해서는 제품의 참된 속성과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본질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강한 집중력과 직관력이 필요한데, 잡스는 그 능력을 선 수행에서 얻었다고 시걸은 말한다.

잡스는 직관으로 비전을 얻고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서 실현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직관과 단순함으로 상징되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물질적 성공을 얻기 위해 생각이 복잡한 마음속에서 나날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우리는 젊은 스티브 잡스가 보낸 명상의 수행과 영적 탐구의 시간에 많은 것을 빚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디자인 혁명을 촉발한 아름답고 엄격한 단순함은 잡스가 수행한 선 명상의 힘에서 나온 것이다. 영적 체험을 경험하고 청년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멋진 무언가를 창출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역사의 흐름과 인간 의식의 흐름 속에 되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게 되었지요.”

명상 수행에 잠긴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 잡스는 사물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지닐 수 있었는데, 그러한 능력은 무엇보다 명상 수행에서 얻을 수 있었던 직관의 힘이다. 그는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 힘이 있었고, 내면의 지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과 직관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잡스는 말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글로벌 IT 기업 애플의 공동 창업주이자 전 CEO, 기획자. 1976년 고등학교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했고 당시로는 혁신적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어 전 세계를 열광케 했다. 그러다가 애플에서 해고당하고 한동안 실의에 빠졌지만 심기일전해 넥스트(NeXT)를 차리고 픽사(Pixar)를 인수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연설에서 암시한, 21세기 최대 발명품 아이폰으로 세계인의 일상생활을 그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꾸어놓았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학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