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묻는 개인의 자유와 공공성 | 자유와 해탈 2

자유와 해탈 2


코로나 시대에 묻는 

개인의 자유와 공공성


손윤호 

전남대학교 강사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마스크를 의복처럼 착용하고 보건 당국의 각종 방역 수칙을 따르고 있다. 국제인권법(국제인권규약 A규약 제12조)은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으로 인류의 존립이 문제가 될 때, 비차별과 인권, 투명성 등과 같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가 일부 통제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보건 당국이 감염병의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지침을 제공하고(감염병 예방법 제4조) 시민들에게 이를 준수케 하는 것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의심 환자들에 대한 자가 격리 의무와 확진자들의 정부 지정 병원에의 입원 치료와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조치 말고도, 확진자의 동선과 개인 정보가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거나 자가 격리자에 대한 위치 추적이 행해지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억압일 수 있다.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사생활을 비롯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전례가 된다면 앞으로도 특정한 이유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를 겪을 수 있다.

근대 자유주의에서의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공익보다 우선시한다. 코로나19라는 동일한 사례에 대해 유럽이 아시아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주의의 반대말이 공동체주의는 아니다. 참된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의 이익 못지않게 개인의 이익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반대로 참된 개인주의는 공익을 중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반대말은 이기주의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무조건 공동체의 안정을 해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의로운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정의롭게 희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누구의 자유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제한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어떤 원칙을 갖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것인가도 논의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는데,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상대적으로 많이 제한한 편에 속한다. 그 원동력은 디지털에 기반한 개인 정보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확진자에 대해 자세한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공개한다는 비판이 있으며, 디지털 개인 정보 공개가 현재 법적으로 확대된 상태이고 코로나 사태가 몇 년간 계속될 수도 있어 디지털 감시도 오랫동안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추적 시스템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국가의 필요에 따라 비상시국에 이처럼 개인 정보가 함부로 악용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에 필요한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감염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되는데 하나는 법적인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철학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타국 헌법에 비해 기본권 목록을 상대적으로 더욱 자세하게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침해에 관련해서만큼은 불명확해 논란이 된다. 인간은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으며, 생명이나 신체상의 피해를 입지 않고 안전해야 할 권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우리 헌법에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인정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러나 기본권은 그 자체가 이미 헌법적 가치를 지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미하므로 안전권의 헌법적 근거는 여러 조항에서 도출된다. 헌법 전문에서 안전, 자유 및 행복을 헌법의 기본적인 원리로 선언하고 있다.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추구 및 행복추구권을 천명하고, 국가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의 보건보호에 관해 제36조 3항은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규정해 질병으로부터 생명・신체의 보호 등 보건에 관한 특별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민의 자유와 국가의 보호가 충돌한다.

자유는 사실적 자유와 형식적 자유로 나뉘는데, 사실적 자유는 실질적 자유이며 형식적 자유는 법적 자유다. 형식적 자유는 ‘소극적’ 자유로서, 소극적 자유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자유, 즉 행위 여부와 결정에 관한 자유를 뜻한다. 따라서 형식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안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하게 하는 것이다. 전자를 적극적 명령 또는 그냥 ‘명령’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소극적 명령 또는 ‘금지’라고 한다. 소극적 자유에 대한 보장은 명령이나 금지가 행해지는 경우에 이에 대한 중지를 청구하는 권리, 즉 방어권에 의해서 보강될 때 확장된다. 

반면에 ‘적극적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는 자유다. 적극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사실적 형태의 제약으로 주로 경제적 사정으로 적극적 자유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는 법적 제약이 없는 소극적 자유뿐만 아니라 사실적 제약이 없는 적극적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국민보건보호 의무의 법적 성격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건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헌법 제36조 제3항에 비추어볼 때,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건보호 의무가 단순한 도덕적・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규범적 의무다. 이는 국가가 보건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의 추궁이나 이행을 확보하는 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일정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가치관과 처지에 따라 입장이 다를 것이다. 서비스업 종사자 특히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에서 개인의 자유의 제한은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정당성이 확보된 제한이라면 모르되 정당성을 상실한 침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정당한지, 혹여 개인의 자유를 무리하게 침해하지는 않는지, 정당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 제한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법치국가적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자유와 관련해서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유를 두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곤 한다. 이것은 자유라기보다는 방종에 더 가까운데 서양의 철학이 말하는 자유는 방종의 단계를 훨씬 넘어선다.  

헤겔의 주장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헤겔은 자유에 대해 “인간이 지니는 가장 귀중한 것이자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며 인간의 역사를 “자유의식에서의 진보”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 “정신”의 본질이 바로 자유라고 주장한다. 그의 실천철학이 체계적으로 요약된 『법철학』의 중심적 원리는 자유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 그가 이런 시각을 갖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유에 대한 통상적 관념이 ‘자유’가 아니라 ‘독단’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독단은 “단지 자연적인 충동들을 통해 규정되는 것으로서의 의지와 즉자 대자적으로 자유로운 의지 양자 사이에 위치한, 반성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흔히 자유를 두고 “본래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식의 관념에는 전적으로 사유의 훈련이 결여되어 있다. 로크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로크에 따르면 자유는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삼가는 것과 관련해 인간이 갖는 능력이다. 이때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그것을 행하거나 삼가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선호가 있으며, 이는 그가 그런 행위를 욕망하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따라서 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헤겔은 여러 단계의 자유를 말한다. 가장 낮은 첫째 단계는 단지 자연적 충동 또는 본능적 욕구에 의해 규정되는 것으로서의 의지 또는 이에 근거하는 자유다. 이러한 자연성, 또는 자연적 직접성에 매여 있는 것으로서의 자유가 지니는 특성은 감각적 성격이다. 이런 자유의 주체는 자신의 욕구와 충동 또는 감각적 기호에 따라 만족을 구한다. 둘째 단계는 앞서 말한 독단이며, 셋째 단계는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것이다. 이것은 어떤 외적인 권위에도 종속되지 않는 이성적이며, 사유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함축한다. 따라서 자유는 인간이 자신의 최종적인 중심축으로 삼는 것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이며 어떤 다른 것을 통해서도 압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신의 자유에 반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그 어떤 권위도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 위대한 진보를 성취하게 된다. 이것을 이루는 과정이 헤겔의 변증법인데 그의 변증법은 신과 인간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며 이를 깨달으면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니 이는 인간이 원래 부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본다면 법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인간이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본능적 욕구에 의해 규정되는 자유가 된다.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자유는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되는 셈이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정부의 권리를 그대로 수용하다 보면 국민의 개인 정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이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나아가 앞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나도 정부가 스스럼없이 국민의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능적이고 생존적인 욕망인데 정부가 이런 자유를 규제함으로써 야기되는 삶의 문제를 얼마나 보상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도 수반된다.  


손윤호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주대학교 경찰법행정학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전남대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국가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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