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도 불성이 있을까

- 사성제로 풀어 보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열여섯 가지 질문
이 책을 소개합니다 / 대원불교학술총서 『붓다, 포스트휴먼에 답하다』


AI 시대와 불교

새벽 예불이 끝나면 법당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그 고요 속으로 요즘은 예전에 없던 질문들이 산사를 찾아듭니다. 마음을 컴퓨터에 옮겨 담으면 생로병사의 고통도 사라질까요. 알고리즘이 나의 선택을 대신한다면 그 업은 누구의 것일까요. AI 로봇도 스님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게는 학인 시절부터 “인공지능 로봇에도 불성이 있을까”라는 물음이 평생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보일 지음, 도서출판 운주사, 2026년 9월

보일 지음, 도서출판 운주사 刊, 2026년 9월

AI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

포스트휴먼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포스트휴먼은 기술로 인간의 생물학적·인지적 한계를 넘어선 존재, 곧 새로운 인간종(種)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뇌와 컴퓨터를 잇고, 유전자를 고치고, 의식을 데이터로 저장해 영원히 살겠다는 구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노화는 질병이며 죽음은 극복될 수 있다는 선언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진지하게 오갑니다. 2,600년 전 붓다께서 진단하신 생로병사의 고통을 이제는 기술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들려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인간 중심의 자리를 내려놓으려는 포스트휴머니즘은 방향이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이 물음은 무아와 연기를 설한 불교에 결코 낯선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섣불리 환호할 일도, 막연히 두려워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그 약속이 괴로움의 소멸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더 교묘해진 갈애의 굴레가 되는지를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사성제라는 나침반으로 AI 시대를 읽다

이 책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사성제를 나침반으로 삼았습니다. 1부 고제에서는 마인드 업로딩과 가상세계, 알고리즘이 빚어내는 새로운 고통의 양상을 살핍니다. 2부 집제에서는 기술로 영생과 전능을 구하는 욕망이 갈애의 다른 얼굴임을 밝힙니다. 3부 멸제에서는 기술이 약속하는 불멸과 불교의 열반이 왜 다른 길인지 따져 묻습니다. 4부 도제에서는 선정 알고리즘이 무문관 수행을 대신할 수 있는지, AI 스승에게서 불법의 전수가 가능한지, 뇌에 칩을 심어 자비심을 구현하는 일이 과연 수행일 수 있는지를 성찰합니다. AI시대가 던지는 열여섯 가지 질문은 결국 하나의 자리로 모입니다. 기술적 불멸의 추구는 번뇌의 소멸이 아니라, ‘나’라는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붙들려는 또 하나의 집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각 장 끝에는 포스트휴먼이 묻고 붓다가 답하는 대목을 두었습니다. 물론 붓다께서 AI를 두고 설하신 경전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르마가 시공을 넘는 진리라면 아직 오지 않은 시대의 물음에도 통찰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붓다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라는 종교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시든 꽃을 화려한 꽃병에 옮긴다고 시듦이 사라지지 않듯, 몸을 벗어난다고 고통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남이 대신 밥을 먹어 준다고 내 배가 부르지 않듯, 업은 누구도 대신 지을 수 없습니다. 육체는 진흙 속에 핀 연꽃과 같아서 진흙 없이는 꽃도 없습니다. 이 대답들은 정답이 아니라 함께 사유해 보자는 초대입니다.

사실 이 질문들의 상당수는 제가 강의실에서 만난 학인 스님과 학생들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그들이 전법의 현장에 설 즈음이면 이 물음들은 상상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있을 것이고, 미래 세대는 더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절집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이 책이 기술의 현란함에 현혹되지 않고 인간 내면의 지혜를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나아가 생명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데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보일 스님
해인사로 출가하여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쟁점을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인사승가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책연구위원장과 AI부디즘학술원장을 맡아 연구와 집필, 대중 강연을 이어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AI 부디즘』, 『AI 부디즘 2.0』, 『미술관에 간 스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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