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의 시대, 정신과 의사 전현수 박사가 평생 연구 끝에 내놓은 해법 『불교정신치료』 출간
"왜 나는 계속 괴로운가"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40년의 답
최근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울과 불안, 공황장애와 중독, 관계 갈등과 번아웃은 더 이상 일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상담과 치료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정작 많은 이들은 비슷한 괴로움이 반복되는 경험을 한다.
“왜 나는 계속 괴로운가.”
정신과 진료실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에 대해 40여 년 동안 답을 찾아온 한 정신과 의사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초기불교 수행자인 전현수 박사다. 그가 수십 년에 걸친 임상 경험과 수행, 연구를 집대성한 신간 『불교정신치료』를 출간했다. 불교를 현대 정신치료의 언어로 체계화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교과서이자, 전 박사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책이다.
선명상 열풍 이후, 불교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최근 한국 불교계에서는 선명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을 중심으로 명상 프로그램이 대중화되면서 젊은 세대와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상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줄이는 도구에 머문다면 불교의 깊은 통찰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전현수 박사는 이번 책에서 불교를 마음을 잠시 편안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괴로움 자체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체계로 바라본다.
그는 “살아가면서 생기는 괴로움과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안내서다.
“불교는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완벽한 시스템”
전현수 박사가 불교와 정신의학을 연결하게 된 계기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신과 전공의였던 그는 불교학자 고익진 교수를 만나 인생을 바꾸는 말을 듣게 된다.
“불교는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완벽한 시스템이다.”
그 말은 전 박사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후 그는 정신의학과 불교를 별개의 영역이 아닌 하나의 길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불교를 공부했고, 수행을 통해 얻은 통찰을 임상 현장에서 검증했다.
2003년에는 미얀마에서 사띠(마음챙김) 수행을 하며 무상·고·무아를 직접 체험했고, 이후 니까야와 아비달마를 연구하며 인간 정신의 구조를 탐구했다. 그렇게 수십 년에 걸친 탐구 끝에 ‘불교정신치료’라는 독자적인 체계를 정립하게 된다.
뇌과학이 증명하고, 부처님이 통찰한 '무아(無我)'의 치유력
“내 마음은 정말 내 것인가”
전현수 박사의 글과 강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는 ‘무아(無我)’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오히려 무아를 더욱 실감한다고 말한다.
우울증 환자는 괴로운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고,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끊겠다고 결심하면서도 다시 술을 찾는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통제하기 어렵다. 전 박사는 이러한 경험들이 불교의 무아 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몸과 마음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현대 신경과학 연구 역시 인간이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뇌에서 행동 준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불교의 통찰과도 흥미롭게 만난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느라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괴로움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울과 불안의 원인을 ‘연기(緣起)’에서 찾다
이번 책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는 연기법(緣起法)이다.
연기법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불교의 근본 원리다. 모든 현상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전 박사는 정신건강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우울과 불안, 분노와 중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과 습관, 인식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주의(attention)’를 중요하게 본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로운 주의가 쌓이면 마음챙김과 평정심, 자비와 지혜가 자라나고, 반대로 어리석은 주의가 반복되면 불안과 우울, 분노가 커진다.
결국 정신건강이란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건강한 조건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치료 체계
이번에 나온 책 『불교정신치료』는 단순한 명상 안내서가 아니다. 총 6개 파트, 48개 모듈로 구성된 이 책은 몸과 마음, 느낌, 생각, 무의식, 의지, 무아 등의 기본 원리부터 실제 치료 과정과 임상 적용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조현병, 중독, 자살, 노년기, 죽음 등 15개 임상 영역도 독립적으로 설명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에게는 실전 임상 지침서가 되고, 수행자와 일반 독자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공동 저자인 김잔디 박사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체계를 적용하며 전문가 교육과 훈련을 진행해 온 만큼, 이론과 실제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불교가 세계 정신의학에 던지는 질문
전현수 박사는 이미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와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를 영어권에 소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저서는 미국 위즈덤 출판사와 세계적인 학술출판사 스프링어를 통해 출간되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 있다고 말한다. 불교정신치료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융의 분석심리학처럼 하나의 독립된 정신치료 이론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불교정신치료』는 그 꿈을 향한 가장 본격적인 발걸음이다.
불안과 우울의 시대. 명상이 유행을 넘어 삶의 방향을 묻는 화두가 된 지금,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괴로운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불교와 정신의학이 함께 찾은 답을 조용히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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