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안 하는 이유
“환경을 위해서라면 불편해도 참아야죠.” 말은 쉽다. 하지만 텀블러를 챙기는 일은 툭하면 잊는다. 샤워할 때 물을 틀면 20분은 기본이다. 편리함 앞에서 친환경은 번번이 밀려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대부분의 친환경 실천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거창한 결심이나 고행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친환경은 늘 편리함에 밀릴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우, 가뭄, 미세먼지 같은 자연재해는 더 이상 뉴스 속 배경이 아니다. 병원비로, 차량 수리비로, 집수리 비용으로 곧장 이어진다. 전기와 냉난방 비용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발암 물질로 분류되는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장난감과 화장품 뉴스도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환경오염은 추상적인 위기가 아니라, 내 건강과 재산을 직접 깎아내리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보험인 셈이다.
'지구를 위해서'는 왜 힘이 없을까
친환경이 어려운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다. 문제는 ‘당장의 편리함’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이익’을 이기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 한 번 더 인쇄해도, 지구가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샤워를 20분 더 한다고, 내 피부가 바로 망가지지 않는다. 오늘 한 끼 고기를 더 먹는다고, 지구 온도가 눈에 띄게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환경을 위해서”라는 말만으로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지구를 위해서’에서 ‘나를 위해서’로. “지구를 위해 물을 아껴 써야 한다”가 아니라, “내 피부와 피부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샤워 습관을 바꾸자.” “지구를 위해 차를 덜 타야 한다”가 아니라, “내 연료비를 줄이고, 사고 위험과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지구를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자”가 아니라, “내 일상을 가볍게 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 환경은 ‘목적’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때 비로소 우리의 행동은 달라진다.
'나를 위한 선택'이 환경을 바꾼다
친환경은 거대한 운동이기 전에, 나를 대하는 태도다. 내 건강을 아끼는 태도, 내 지갑을 지키는 태도, 내 일상을 정돈하는 태도다.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아도 괜찮다. 예를 들어 샤워 시간을 딱 5분만 줄여보는 것. 처음엔 어색하지만, 며칠 지나면 오히려 개운하다. 컴퓨터와 모니터를 하나의 멀티탭에 연결해 오늘 밤부터 스위치를 끄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한 달 뒤 전기요금 고지서가 달라진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습관들이 쌓일 때, 우리는 어느새 더 건강하고 더 가벼운 삶 한가운데 서 있게 될 것이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질'을 위해 친환경 습관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참고 : 양인목 저,『왜 친환경은 편리함을 이기기 어려울까?』, 2025년 7월, 좋은땅출판사>
양인목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스티븐스공과대에서 환경공학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코시안 이사, 솔루티스 이사, 한국전과정평가학회 이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 환경표준 심의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성신여대 청정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환경경영리포트』, 『그린오션』, 『왜 친환경은 편리함을 이기기 어려울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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