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교문화』 5월호 발간
원하는 걸 손에 넣고도 다시 허전해진 경험, 누구에게나 있다. 더 좋은 직장, 더 넓은 집, 더 많은 ‘좋아요’ —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이 구조를 불교는 2,500년 전에 이미 진단해 뒀다.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구상진)이 발간한 월간 『불교문화』 5월호(통권 제309호)는 바로 그 처방전, 사성제(四聖諦)를 이번 호 특집으로 꺼내 들었다.
고(苦)·집(集)·멸(滅)·도(道). 네 글자짜리 진리를 각계 전문가 5인이 오늘의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 “고통은 세상이 나쁜 게 아니라,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는 마음 버릇 때문”이라는 목경찬 불교 교리 강사의 진단은 쉽고 날카롭다. 불교학자 정상교는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그 감각을 갈애(渴愛)라 부르며, 현대인의 피로가 어디서 오는지를 짚는다. 구상진 이사장은 사성제를 개인의 심리 문제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로 확장하고,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는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마음챙김으로 집착에서 스르르 빠져나오는 법을 현대 심리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정병조 동국대 명예교수는 팔정도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나란히 놓으며 고행도 쾌락도 아닌 중도(中道)의 실천이 현대인의 삶을 지탱하는 뼈대가 됨을 밝힌다.
특집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콘텐츠도 있다. 법상 스님은 이번 호에서 “지금 이대로 말고 다른 것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라고 단언한다. 매미 소리, 자판 위 손가락의 감각, 의자에 앉아 있는 몸의 무게 — 그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이미 온 우주가 연결된 진리의 현장이라는 것이다. 신행일지에는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명상 지도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슬픔을 ‘5분 선명상’으로 바꿔 노숙인과 청소년에게 나눠주기까지, 담담하지만 쉽게 넘기기 어려운 기록이다.
사찰 코너도 흥미롭다. 강릉단오제의 주신(主神)이 알고 보면 신라시대 고승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가 입적 후 대관령의 성황신이 된 사연, 그리고 단오날 사찰에서 소금을 땅에 묻는 풍습의 유래까지 강릉 굴산사지에 얽힌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드라마 속 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미륵’의 화신을 꿈꿨던 이들의 자취가 서린 김제 금산사 미륵전도 이번 호에 등장한다. 전국에 단 하나 남은 3층 목조 불전 앞에서 몸을 한껏 낮춘 채 기도하는 한 청년의 뒷모습이 지면을 통해서도 묵직하게 전해진다.
이 밖에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송광사 불일암 대숲길에서의 걷기 명상, 해외 주요 불교 저널 동향, 마음을 위로하는 신간 소개 등이 실렸다.
손 안에서 만나는 월간 『불교문화』 5월호는 불교문화 웹진(www.buddhistcultur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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